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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六권-3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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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륜왕(金輪王)아들이 출가하러 가니, 그대들도 각각 한 아들씩 내어 내 손자를 따라 가게 하라」

하시니, 곧 쉰 명의 아이가 모여 라후라를 따라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니, 부처님께서 아난이를 시키시어 라후라의 머리를 깎이시니, 여느 쉰 명의 아이도 다 출가한 것이다.

부처님이 명하시어 사리불(舍利佛)을 화상(和尙)으로 하고, 〔화상은 가까이 있어서 외운다고 하는 말이니, 제자가 늘 가까이 있어서 경을 배워 외운다는 말이니, 화상은 스승을 이르는 말이다.〕목련이를 사리(사리)로 하여,〔사리는 법이라는 말이니, 제자의 행적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열 가지 계(戒)를 가르치라 하시니,〔열가지 계는 1,산 것을 죽이지 말고, 2,도둑질을 말며, 3,음란한 짓을 말며, 4,거짓을 말하지 말며, 5, 술과, 고기를 먹지 말 것이며, 6, 몸에 향수를 바르고 화만과 영락(노리개, 장식)으로 꾸미지 말것이며, 7, 노래하고 춤추지 말 것이며, 8, 높은 평상에 앉지 말 것이며, 9, 때 아닌 적에 먹지 말 것이며, 10,금은 보배를 지니지 말 것이다.〕

나운(라후라)이 어려서 노는 것을 즐겨 법 듣는 것을 싫어 하거든, 부처님이 자주 이르셔도 따르지 아니하더니, 후에 부처님께서 나운이더러 이르시되,

「부처를 만남이 어렵고 법 들음이 어려우니, 너는 지금 사람의 몸을 얻어 부처님을 만났는데 어지 게을러법을 듣지 아니하느냐?」

라운이 사뢰되,

「부처님 법이 정미(精微)하여 어린 아이가 어찌 알아 듣겠습니까? 전에 자주 들었습니다만 곧 도로 잊어서 가쁠 뿐이니, 지금 어린 때는 아직 마음대로 놀다가 자라면 가히 법을 배우겠습니다.」

부처님이 이르시되,

「하는 일이 무상하여 몸을 못 믿을 것이니, 네 몸숨을 믿어 어찌 자랄 때를 기다리겠느냐?」

하시고, 다시 설법하시니, 라운의 마음이 열려 법의 이치를 알게 되었다.〔나운의 출가함이 부처님 나이 서른 셋이더니, 목왕 칠년 병술(丙戌)(995 B.C)이었다.〕

투라국(偸羅國)바라문 가섭(迦葉)이 삼십 이 상(相)이 구비 되고, 글도 많이 알며, 가멸어 보시도 많이 하더니, 그의 아내도 좋은 상이 구비되어 세간의 정욕(情欲)이 없었다.

가섭이 세간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이르되,

「제불(諸佛)도 출가하셔야 도리를 닦으시니, 나도 그리 하리라.」

하고 손수 머리를 깎고 산골에서 도리를 생각하더니, 허공에서 이르되,

「이제 부처님이 세상에 나 계신다.」

하기에, 곧 일어나 죽원(竹園)으로 오더니, 부처님이 마주 나아가 맞으시고 서로 공경하고,

드시어 설법하시니, 곧 아라한(阿羅漢)과를 얻었다. 위엄과 덕이 커서 천인(天人)이 중히 여기므로 대가섭이라 하더니, 부처님 없으신 후에 법을 이어 지녀 후세에 퍼지게 함이 이 대가섭의 힘이었다.

사위국 대신 수달이 부자여서(가멸어) 재물이 넘쳐 보시하기를 즐겨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쥐어주어 건지므로 호(號)를 급고독(給孤獨)이라 했다.〔급은 준다는 말이고, 고는 어려서 어버이가 돌아간 사람이고, 독은 늙었으되 자식 없어 홀 몸인 사람이다.〕급고독 장자(長者)가 일곱 아들을 두었는데, 여섯은 이미 장가 들이고, 막내 아들이 생긴 모양이 고와서 각별히 사랑하여 어떻든 마당한 며느리를 얻으려고 바라문더러 이르되,

「어디에 좋은 달이 모양 구비한 이가 있겠는가? 내 아들을 위하여 얻어 주오.」

바라문이 그 말 듣고 고운 딸을 얻으려고 빌어 먹으며 마갈타국 왕사성에 가니, 그 성 안에 한 대신 호미라는 이가 가멸고 발심하더니, 바라문이 그 집에 가서 양식을 비니까, 그 나라 법에 보시를 하되 모름지기 동녀(童女)로 하여금 내어 주게 하더니, 그 집 딸이 쌀을 가지고 나와서, 바라문이 그 딸을 보고 기뻐하여 이 각시야말로 내가 얻으려는 마음에 맞도다 하여, 그 딸더러 묻되,

「그대 아버님이 계시오?」

대답하되,

「계십니다.」

바라문이 이르되,

「내가 만나보고자 한다고 사뢰오.」

그 딸이 들어가 이르니까, 호미 장자가 나오기에 바라문이 안부를 무고 이르되,

「사위국에 한 대신으로 수달이라는 이가 있으니 아십니까?」

호미가 이르되,

「말만 들었오.」

바라문이 이르되,

「사위국 중에 가장 벼슬이 높고 부자됨이 이 나라에서 그대와 같으니,사랑하는 막내 아들이 모양과 재주가 으뜸이니, 그대 딸을 맞고자 합니다.」

호미가 이르되,

「그리 하리라.」

하여, 마침 한 장사아치가 사위국으로 갈 사람이 있어서 바라문이 글월을 수달에게 보내니, 수달이 받아보고 기뻐하여 파사닉왕(波斯匿王)께 가서〔그 나라의 왕 이름이 파사닉왕이다.〕말미를 얻어, 재물을 많이 싣고 왕사성으로 가면서 길에서 가난한 사람을 보면 다 보시했다.

수달이 호미의 집에 가니, 호미가 기뻐하여 나와서 맞고 집에 들이여 재우더니, 그 집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가 소란하기에 수달이 호미더러 묻되,

「주인이 무슨 음식을 손수 다니면서 만드시오? 태자를 청하여 공양하려 하오? 대신을 청하여 공양하려 하오?」

호미가 이르되,

「그게 아닙니다.」

수달이 또 묻되,

「혼인(婚姻) 위하여 친척이 오면 공양하려 하오?」〔사위 편에서 며느리 편 집을 혼이라 이르고, 며느리 편에서 사위 편 집을 인이라 이르니, 장가들며 서방 맞음을 다 혼인한다 하는 것이다.〕

호미가 이르되,

「그게 아니라, 부처님과 중들을 청하려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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