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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상절

석보상절(釋譜詳節) 제六권-9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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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를 겨루고서야 수달이와 사리불이 정사를 짓더니, 둘이 손수 줄을 마주 잡고

집터를 재는데, 사리불이 까닭없이 웃어서 수달이가 물으니까, 대답하되,

<그대가 정사 지으려 터를 방금 시작하여 재니까, 여섯 하늘에(여섯 하늘은 욕계(欲界)

육천(六天)이다.) 그대가 가서 들 집이 벌써 이루어졌도다.>

하고, 도안(道眼)을 빌려 주기에<도안은 도리를 아는 눈이다.> 수달이가 보니, 여섯 하늘에 궁

전이 장엄했다. 수달이가 묻되,

<여섯 하늘 중에 어느 하늘이 가장 좋은 것입니까?>

사리불이 이르되,

<아래 세 하늘은 번뇌가 많고, 가장 위의 두 하늘은 너무 게을리 편안하고, 가운데 네째

하늘이야말로 늘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이 그곳에 와 나셔서<일생은 한번 나는 것이니,

한 번 다른 지위에 난 뒤면 묘각 지위에 오를 것이니, 등각위(等覺位)를 이르는

것이다. 등각에서 금강 건혜에 한 번 난 뒤에 묘각에 오르니, 난다고 하는 말은 살아난다는

말이 아니라, 다른 지위에 옮겨 간다는 말이다.>법훈(法訓)이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다.>(훈은 가르친다는 말이다.)

수달이 이르되,

<내가 정히 그 하늘에 나리라.>

하고, 방금 그 말을 마치자, 여느 하늘의 집은 없어지고, 네째 하늘의 집이 있더라. 줄을

다른 곳에 옮겨 터를 재는데, 사리불이 한 스런 낯빛이기에, 수달이가 물으니까,

대답하되,

<그대 이 구멍의 개미를 보아라.

그대가 지난 세상에서

비바시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시기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비사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구루손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가나함모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으며

가섭불불을 위하여 이 땅에 정사를 이룰 적에도 이 개미가 이곳에 살았는데,

처음 이 곳에 살던 때 부터 오늘날까지 계산하면 아흔 겁이니, 저것이 한 가지

몸을 여의지 못하여 죽살이도 오래구나!

아마도 복이 종요로우니, 심지 아니하지 못할 것이다.>

수달이 그 말을 듣고 슬퍼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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