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육사의 무리는 다 모였고, 사리불이 혼자 오지 않았더니, 육사가 왕께 사뢰되,
<구담의 제자가 두려워서 오지 못합니다.>
왕이 수달이더러 이르되,
<네 스승의 제자가 어찌 오지 않느냐?>
수달이 사리불께 가서 꿇고 이르되,
<대덕이시여! 사람이 다 모였으니 어서 오십시오.>(대덕은 큰 덕이니, 사리불을 이르는 말이다.)
사리불이 입정에서 일어나 옷을 고치고, 니사단(尼師檀)을 왼 편 어깨에 얹고<니사단은 앉는 기구이다.>
천천히 걸어 모인 곳에 오니, 모인 사람들과 육사가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자연히 일어나 사리불께 예배했다.
사리불이 수달이가 만든 자리에 올라 앉으니, 육사의 제자 노도차가 환술을 잘 해서, 많은 사람 앞에 가서 주문을 외워서 한 나무를 만드니까, 곧 가지가 퍼져서 모인 사람을 가려 덮고, 꽃과 열매가 가지마다 달리더니, 사리불이 신력으로 선남풍(旋嵐風)을 내니,(선남풍은 매우 사나운 바람이다.) 그 나무를 뿌리채 뽑아 굴려 가지가 꺽어지고 티끌이 되게 바수어 버리니까, 모두 이르되,
<사리불이 이겼다>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주문을 외워 한 못을 만드니, 사면이 다 칠보고,가운데 갖가지 꽃이 피었더니, 사리불이 큰 육아(六牙)를 가진 백상(白象)을 만들어 내니,(육아는 여섯개의 어금니이다.) 그 어금니마다 일곱 연꽃이고, 그 꽃 위마다 일곱 옥녀(玉女)가 나서,
그 못 물을 다 마시니까 못이 스러졌다. 모두 이르되,
<사리불이 이겼다>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산 하나를 만드니까, 칠보로 꾸미고 못과 꽃과 과실이 다 갖추어지게 하니까, 사리불이 금강역사를 만들어 내어 금강저로 멀리서 견주니,<저는 방앗공이니, 큰 막대기 같은 것이다.> 그 산이 몽땅 무너져서 모두 이르되,
<사리불이 이겼다.>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용 한마리를 만드니, 머리가 열 개더니, 허공에서 비가 오되, 순 한 갖가지 보배가 떨어지고, 우뢰질 하고 번개가 쳐서 사람들이 다 놀라더니, 사리불이 금시조(金翅鳥) 한 마리를 만들어 내어,<금시조는 가루라이다.> 그 용을 잡아 찢어 먹게 하니까, 모두 이르되,
<사리불이 이겼다.>
고 했다.
노도차가 또 소 한마리를 만들어 내니, 몸이 매우 크고, 다리가 굵고, 뿔이 날카롭고, 땅을 후비며, 소리를 지르고 달려 오니까, 사리불이 사자 한 마리를 만들어서 그 소를 잡아 먹게 하니, 모두 이르되,
<사리불이 이겼다.>
고 했다.
노도차가 주술을 하다가 안되니까, 제 몸이 야차가 되어서, 몸이 길고 머리 위에 불이 붙고, 눈이 핏덩어리 같고, 손톱과 발톱과 어금니가 날카롭고 입에서 불을 토하며 달려 오니까, 사리불도 몸소 비사문왕(毗沙門王)이 되니, 야차가 두려워하여 뒤로 물러나 달아나려 하다가 사면에 불길이 일어나 갈 데가 없고 다만 사리불 앞에만 불이 없으므로 곧 항복하여 엎드리면서,
<살려 주소서>
고 했다.
그제서야 사리불이 허공에 올라 걸으며 서며 앉으며 누움을 해 보이고,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는 불을 내고, 동 녘에 숨으면 서 녘에 내닫고, 서 녘에 숨으면 동 녘에 내닫고, 북 녘에 숨으면 남 녘에 내닫고, 남 녘에 숨으면 북 녘에 내닫고, 몸이 크게 되어 허공에 가득하였다가, 또 적게 되고, 또 한 몸이 만억 신(身)이 되었다가 도로 하나가 되며, 또 허공에 땅이 되어 땅을 밟되,물 밟듯 하더니, 이런 변화를 보이고서야 신족(神足)을 거두어 도로 본좌(本座)에 들어 앉으셨다.(본좌는 본래 자리이다.) 그 때에 모인 사람들이 다 항복하여 기뻐하더니, 사리불이 그제서야 설법하여 제각기 전생에 닦은 인연으로 수다원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사다함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아나함을 얻은 사람도 있으며, 아라한을 얻은 사람도 있었다.
육사의 제자들도 다 사리불께 와서 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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