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기뻐하여 태자께 가 사뢰되,
「이 동산을 사서 여래를 위하여 정사를 이룩하고자 합니다.」
태자가 웃으며 이르되,
「내가 무엇이 부족하리오? 이 동산은 나무가 울창하고 시원하므로 내가 즐거이 노니는 곳이다.」
수달이 다시금 청하니까, 태자가 아까워하며 마음 속으로 여기되,
「값을 많이 부르면 사지 못 할 것이다.」
하여 이르되,
「금으로 땅에 까는 것을 빈 틈 없이 하면 이 동산을 팔겠다.」
수달이 이르되,
「이르신 대로 하겠습니다.」
태자가 이르되,
「내가 농담으로 한 말이요.」
수달이 이르되,
「태자는 거짓말을 아니하시는 것이니, 부득이 팔아야만 할 것입니다.」
하고, 태자와 더불어 관청에 결판을 내려 가려는데, 그 때에 수타회천이 여기되,
「나라의 신하가 태자의 편을 들면 수달이 원을 이루지 못 할 것이다.」하고 생각하여,
한 사람이 되어 내려와 분간하여 태자께 이르되,
「태자는 거짓말을 못하시는 분이시니 뉘우치지 마소서.」
태자가 할 수 없이 동산을 팔으니, 수달이 기뻐하여 코끼리에 금을 실어 여든 경(頃)
땅에다 곧 다 깔고,〔경은 백 묘이니, 일 묘는 사십 보이다.〕
많지 않은 곳에 아직 다 깔지 못하여 수달이 답답하게 생각하는데 태자가 묻되,
「아까운 마음이 있는가?」
대답하되,
「그 게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어느 금고의 금으로 깔아야 다 맞게 깔 것인가 하는 중입니다.」
태자가 여기되,
「부처님의 덕이 지극하셔서 이 사람들이 보배를 지극하게 아끼지 않는구나.」
하여, 수달이더러 이르되,
「이제 금은 더 내지 마라. 땅은 그대의 몫으로 두고, 나무는 내 몫으로 두어 둘이 어울러
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바치리라.」
수달이 기뻐하여 돌아가 정사지을 일을 마련하더니, 그 나라의 육사(六師)들이 듣고 왕께
사뢰되,〔육사는 외도의 스승 여섯이다.〕
「장자(長者)수달이 기타태자의 동산을 사서 구담 사문을 위하여 정사를 지으려 하니,
우리 모두 재주를 겨루어 저들이 이기면 짓게 하고 이기지 못하면 짓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왕이 수달이를 불러 이르되,
「육사가 이렇게 말하니, 그대는 사문 제자더러 가히 겨룰 것인가를 물어 보라.」
수달이 집에 돌아와 때 묻은 옷을 입고 시름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사리불이 보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수달이 그 내용을 일러 주니, 사리불이 이르되,
「걱정 말라. 육사의 무리가 염부제에 가득해도 내 발의 한 터럭조차도 흔들지 못하리니,
무슨 것으로써 겨루려 하는가? 저들이 하는대로 하게 하라.」
수달이 기뻐하여 향탕에 목욕하고 새 옷 갈아입고, 곧 왕께 가서 사뢰되,
「육사가 겨루려고 하면 저들이 하는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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