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충慧忠 국사
6조의 법을 이었다. 성은 염冉씨요, 월주越州의 제기현諸曁縣 사람이다.
어릴 적 속가에 있을 때 전혀 말을 하지 않았고, 문 앞의 다리를 건넌 적도 없었다. 16세에 이르러 어느 날 한 선사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자마자 문 밖으로 나아가 다리를 건너 영접하고 절을 한 뒤에 문안을 하니, 부모와 이웃 사람들이 보고 모두가 깜짝 놀라 말했다.
“희한한 일이구나. 이 아이는 기른 지 16년이 되도록 남과 이야기하는 것이나 문 앞의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화상和尙을 보자마자 이렇게 예의바르게 응대하니, 아마도 이 아이는 보통 아이와는 다른 것 같구나.”
이때 아이가 얼른 선사에게 물었다.
“바라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이 한 중생을 제도해 주십시오. 저는 선사께 귀의하여 출가할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선사가 대답했다.
“나의 종문에는 은륜왕銀輪王의 맏아들이거나 금륜왕金輪王의 손자 정도는 되어야 후계자로서 이 문풍門風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인데, 그대는 서너 집이 모여 사는 시골 촌뜨기들의 등에 업히거나 소 등에 업혀 키워진 아이인데, 어찌 이런 종문에 출가할 수 있으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아이가 선사에게 말했다.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 했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셔서 저의 착한 마음을 막으십니까? 다시금 바라건대 선사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받아 주소서.”
선사는 아이가 이렇게 예의바르게 응대하는 것을 보고 곧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그렇더라도 나에게 출가할 수는 없다.”
아이가 말하였다.
“그러면 누구에게 의지하여 출가해야 합니까? 선사께서 저에게 종사宗師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대는 조계산曹溪山이란 소문을 들었는가?”
“조계산이 어느 주州에 있는지 모릅니다.”
“광남廣南의 조계산에 선지식 한 분이 계신다. 6조라고 하시며 거느리고 있는 대중이 6백 명이니, 그대는 거기로 가서 출가하라. 나는 아직 천태산을 가보지 못했으니 그대는 혼자 가야 할 것이다.”
아이가 곧 풀숲 샛길로 숨어들어 부모의 눈을 피해 길을 떠나서 사흘 길을 이틀에 걷고, 이틀 길을 하루에 걸어 조계산에 다다르니, 마침 6조가 설법을 하고 있었다. 앞에 나아가 절을 하니, 조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동자가 대답했다.
“퍽 가깝습니다.”
조사가 말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어디지?”
동자가 대답했다.
“5음陰을 얻은 뒤로는 잊었습니다.”
이에 조사가 손을 들어 가까이 오라 한 뒤 물었다.
“사실을 말하라. 그대는 어느 곳 사람인가?”
동자가 대답했다.
“예, 절강성浙江省 사람입니다.”
“그렇게 멀리서 예까지 무엇 하러 왔는가?”
동자가 대답했다.
“첫째는 밝은 스승을 만나기 어렵고 정법正法을 듣기 어렵기에 특별히 와서 조사를 뵙는 것이요, 둘째는 스님께 의지하여 출가코자 함이니, 자비를 내려서 받아 주소서.”
조사가 말했다.
“내 그대에게 이르나니, 출가하지 말라.”
동자가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6조가 말했다.
“그대는 성명聖明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도 60년 동안 천자가 될 사람이니, 그대는 천자가 되어 불법을 위하는 임금이 되라.”
동자가 말했다.
“60년뿐만 아니라 1백 년의 천자라도 원치 않으니, 오직 스님께서 자비로 거두어 주시기만 하소서. 저는 출가를 원합니다.”
이에 조사가 이마를 만지면서 수기授記하였다.
“그대는 출가하면 천하에 우뚝 홀로 선 부처가 되리라.”
그리고는 곧 거두었다.
선사가 일찍이 남양南陽 백애산白崖山에서 40여 년 동안 수행하였는데, 상원上元 2년 정월 16일에 숙종肅宗 황제의 부름을 받아 서울의 천복사千福寺 서선원西禪院으로 가서 머물렀다가 나중에 광택사光宅寺로 돌아갔다.
숙종肅宗과 대종代宗이 앞뒤를 이어 친히 보살계를 받고, 국사의 예를 바쳤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국사가 대답했다.
“문수당文殊堂 안의 1만 보살이니라.”
학인學人이 말했다.
“학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대비大悲보살은 눈이 천이요, 손이 천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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