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테판 세퍼
Stephan Schäfer
1974년 독일에서 태어나 40년간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 진로를 전향. 최근까지 미디어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자리했다. 잡지 <쉬너 보낸>, <브리기테>를 창간하고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잡지사 그루너+ 야르의 대표로 일했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아 사임
을 발표한 그는 은퇴 후 첫 소설인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을 집필했다.
이 소설은 스스로의 영혼을 들여다볼 틈이 주어지지 않아 지친 '내'가 농부 카를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어느 특별한 주말에 관한 이야기다. 2024년 독일에서 출간되자마자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영화로 제작되어 2026년 독일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25km/h>
로 알려진 제작자이자 각본가 올리버 지겐발그가 각색과 제작을 맡았다.
또한 슈테판 셰퍼는 <영원히 남는 책 Ds Buch, dis bilbx>3권 시리즈를 출간하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묻는 100가지 질문을 통해 독자들이 삶을 되짚어볼 기회를 선물했다. 그는 현재 함부르크에서 가족들과 이 소설에서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옮긴이 전은경
한국에서 역사를, 독일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출판 편집자와
박물관 직원을 거쳐 현재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데미안,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행>, <리스본행 야간열차, <언어의
무게, <프랭키, 꿈꾸는 책들의 미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대척점에서 삶을 향한 질문
휴대폰이 최신형으로 바뀌고 차는 AI가 주도적 역할을 하며 나를 멍청이로 만든다.시시각각 쓰레기 정보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터.
그나마 주말의 피신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왠걸 주말까지 세상의 온갖 근심을 끌고 간다.

내주변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생각이 많은 나머지 잠이 오지 않아서 오밤중에 소설을 반권
이나 읽는다고 말하곤 했다. 또 어떤 이들은 밤잠을 설치다가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에 일어나 앉아 이메일을 쓰거나 새벽
에 운동을 하며 짐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일상과 일상의 벗어남 그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지금,
물리적인 거리는 이미 피신처가 아니다.
언제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마치 인생이라는 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끝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라는 듯이.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어디서 길을 꺾었는지 기억해 두는 일도 없이 30분쯤 걸었다. 하지만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한 가지 사실만 확실해졌다. 살면서 어디선가 길을 잘못 꺾었고, 영혼의 나침반을 잃었다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행복하고 자유로웠고, 사생활에서든
직업에서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었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의무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자유는 점점 줄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그렇게 되어 있었다.
온갖 편리를 추구하는 도구, 흥미를 유발하는 게임은 많아지는데, 내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계속 무거워지고 있을까?
⛱️⛱️ 가끔은 모르는 누군가에게 기대도 좋다.
카를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스스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이따금 잊어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난 한 가지는 정확하게 알아요. 수영을 끝내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하루 중에 가장 멋지다는 사실을요. 당신을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여기서 아주 가까워요."
세상의 일 만사를 제쳐두고 잊어봅시다.
그러다가 샤워를 하면서 내가 얼마
나 별생각 없이 약속을 해버렸는지 서서히 깨달았다. 그날은
오전에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았다. 장보기, 친구와 가
족에게 이런저런 전화 하기, 쌓여 있는 고지서 대금 이체. 해야 할
일목록이 정말 끝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낯선사
람과 커피 약속을 잡다니.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만 그런게 아니야 모두가 휩쓸려 가. 누군가 의도한 것 처럼. 정말 신神이야 휴대폰 신
어느날 저녁 친구들과의 모임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명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무음모드로 해서 식탁 가장자리에 탑처럼 쌓아 두자고 제안했다. 스
마트폰에 방해받는 일없이 느긋하게 서로에게 집중하자는 거였다. 친구들이 웅성거렸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우리 딸
이.... 또는 이따 연락 을 데가 있어서.-.." 등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다들 동의했다. 그날 저녁은 끔찍했다. 계산할 때 모두가 솔직하게 인정한 걸로 보아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다. 휴대폰의 통화 기록이나 놓쳤을지도 모를 뉴스를 잠깐 들여다보게 해준다면 다들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에게 술을 한 잔씩 사거나, 자발적으로 주방에서 설거지라도
할 태세였다.
우리 아이들이 이 요리에 그 이름을 붙였어요. 당근이 너무 맛있어서 먹으면 행복한 웃음이 나서래요." 요한나가 즐거운 듯 설명했다. 카를은 내가 "술은 마시지 않을게요"라고 말
하기도 전에 내 잔에 적포도주를 가득 따랐다.
아침 수영과 맑은 공기, 그리고 훌륭한 음식 중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식욕이 좋았는지. 무엇보다도 언제 이렇게 편하고 맞있
게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낮부터 포도주 한 잔을 즐기다니.
진정한 즐거움은 내버리고 내 몸을 전시를 한다.
흰 밀가루, 붉은 고기, 알코올, 설탕은 암묵적인 금지품목이어서 카를에게 미트볼을 세 개 먹고서도 그 후에도 더 먹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석탄인지 저탄인지 왜 그리 숫자놀음은 즐기는지,
즐겁게 웃는 웃음, 맛있는 음식이면 됐다.
카를이 아내를 자랑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꿈이 있다는 게 참 좋지 않나요?" 내가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일어나서 접시를 포개는데, 카를이 식기세척기를 정리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그 질문의 무게는 나를 의자에 도로 주저앉히고 말았다.
"당신의 제일 소중한 꿈은 뭐예요?"
나의 소중한 꿈은 무엇일까?
"홀로 걸을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그 시간에는 아무도 휴대폰으로 나를 찾지 않았으면" 나에게는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작가는 대답하지 못한다.
메모지와 연필을 붙잡고 시름한다. 이미 버려진 꿈일까? 가족과 직장에다 팔아버렸을까? 잠시 임시 보관함에 두고서 잊어버린 거라고.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활짝 열려 있죠?" 내가 물었다. "나라면 오늘 아침에 당신에게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텐데..... "
카를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아마 연습의 문제, 어떤 사람이 쌓는 경험의 문제일 거예요. 용기를 자주낼수록 그게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점점더 확실하게 느껴요. 책의 등장인물에게서 좀 배우기도 하고요. 나는그
들과 함께 이미 수많은 길을 걸었답니다.
그가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회색빛 성냥갑 아파트. 택배 배달원도, 음식 배달원도 물건을 건네주기 바쁘게 찰칵 찰칵 닫혀진 세계, 이 마저도 거부하는 비대면의 세계속인데, 지금 이 순간에 열려진 가슴으로 대화를 하노라니!
"당신, 아주 많이 피곤했나 본데요." 카를은 다정함이 넘치는 요양보호사처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며 갓내린 커피 한 잔과 초콜릿 비스킷을 건넸다.
제가 정말 잠이 들었나 보네요." 나는 살짝 당황해 이렇게 대답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과할 거 없어요. 친구 집에서 눕는 게 존중의 표현이라고 여기는 나라도 많아요. 그 집에서 편하고 안락하다는 걸보여 주는 거니까요." 그가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지금도 나는 남의 일을 해준다고 찌들려 있지는 않은가? 물론 세상의 일은 순환하니 나의 일과 남의 일이 따로 있을까?
하지만 우리들은 계약으로 맺어지고 법으로 구속된 시간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날 들을 나의 일상적인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질 않은가?
계약을 떠나고, 법을 벗어난 그 곳에서 나란 무엇일까? 나의 존재함의 의미는 타당성을 지니는가? 내 모습은 인위적이지 얗을 수 있는가?
"나는 감자가 아주 절박하게 부탁하는 일요일에만 특별히
밭에 간답니다."
그가 일어나 책상으로 가더니 초록색 전기스탠드에 기대
있는 엽서를 가져와 나에게 건다. "이 사진이 일요일에 대
한 내 견해예요." 사진에는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쓰고 60년대
식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오렌지색 길쭉한 그네 의자
에
느긋하게 누워 있고, 그 아래에 이렇게 인쇄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재난이 예방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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