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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전개
길소개는 그의 앞날에 대한 여러 안전 장치를 하게 되고 드디어 천봉삼은 그리던 조낭자와 해후하게 된다.
⛱️⛱️길소개 안전장치를 하다.
"나으리, 어서 오십시오. 시상은 별씨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요."
마당으로 들어서는 사내를 항해 쇠전꾼이 머리를 조아렸다.
"자넨가, 일은 어찌 되었나?"
"시방 봉노에다 안돈시켜 놓았습니다."
쇠전꾼이 봉노를 가리키며 헤벌심 웃었다. 구레나롯으로 흘러내린 수염이 옷칠한 듯 새까맣고, 소매가 넉넉한 도포 차림에 맨드리
에 윤이 자르르 흐르는 통영갓을 갈취 쓴 위인은 입성은 날개였지만 어디에선가 상것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는 작자였다.
위인의 신관이 그런대로 멀끔하고 언사가 나직나직하나 위엄이 있어 성내의 구실아치나 사류들의 지체를 방불케 하고, 여자를 예까지 업어 왔던 쇠전꾼이 연방 콩 심는 시늉인 것으로 보아 한골의 지체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갓 쓴 위인이 쇠전꾼을 건성으로 상종하고 나서는 방 앞으로 가서 장지문을 열었다. 봉노 안에 계집이 탈기하고 누워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적이 안심하는 낯빛이 되었다.
갓 쓴 사내는 궐녀에게 초대면이나 해전에 강경 포구에서 천소례의 일가붙이이던 유부녀를 겁간하고 또한 같이 달고 야반도주를 한 길소개( 吉小介 )임이 분명했다. 촛농같이 늘어진 삭신을 구들장에 누이고 있는 계집을 유심히 살펴본 길소개는 광장 장지문을 닫았다.
삽짝 앞에는 그와 동행한 교군 두 놈이 보교( 步轎)를 대령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 열요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길소개가 뒷짐을 지며 쇠전꾼에게 발하였다. 쇠전꾼이 고개를 조아리며,
"그러고 보니 순대가 출출합니다요."
💥💥송만지와 같이 있는 내자가 조성준의 마누라인 것을 알고는 이중의 열쇠를 보관한다. 송만치에게는 현재의 가치로 조성준에게는 과거의 유산으로.
⛱️⛱️ 길소개 매관 매직의 길로
길가가 그 일행 앞으로 다가섰다. 서로 인사수작을 나누어 안면이 있는 것을 알려 준 다음 정색하고 말하였다.
"엄숙한 과장에 난데없이 모입을 하시다니, 시생이 만약 이 사실을 시관에게 직소한다면 생원님의 신세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거벽과 과거를 보러 온 당사자는 그 당장 찔끔하며 몸둘 바를 몰라 하였다. 벌벌 떨고만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길가는 짐짓 영색을 지으며,
"나에게 스무 냥과 과시(科詩) 한 수를 정성껏 지어 주신다면 내 오늘 본 일을 모른 척하리다."
거벽이란 위인이 엉겹결에 붓을 내어 선뜻 한 수 지어 던지듯 내 밀었고, 당사자는 염낭을 풀어 은자 스무 냥을 내놓았다.
글과 군졸에게 쓸 인정전은 얄굿게 변통을 하였지만 정작에 글씨를 얻어 낼 일이 난감하였다. 유필호에게 가져갈 밖에 딴 도리가 없었다. 거벽에게 받은 글을 유심히 읽은 유필호가 말하였다.
자네 이 글을 뜯어 읽겠는가?
"생원님, 어림없는 말씀 마십시오. 잘 알고 계시면서 공연히 시생을 기롱하십니다그려"
"나를 따라오게"
한참 동안 과장 안을 쏘다닌 끝에 유필호는 담벼락 아래 서성대고 있는 한 남루한 선비를 가리켰다.
"저 위인을 자네 알겠는가? 턱이 없지요"
"저 위인은 관동 사람으로 글은 짧지만 글씨 하나만은 명필일세. 그런데 저 위인의 거동이 낭패를 보고 있는 것 간지 않은가? 누군가와 글과 글씨를 바꾸기로 약조한 터에 갑자기 일이 어굿나서 주눅이 든 것이 분명하네.
💥💥시류에 편승을 하여 이익에 능한 자는 언제든지 변화를 모색하는데 능할 것이고, 그러므로 남을 등처먹는데 소질이 유난히 뛰어나다 할 것이다.
⛱️⛱️ 송만치를 회유하다.
"그것이 내 계집과 무슨 상관이오?"
"자네가 내 수하에 들어와서 동사하여 이번 행보만 무사히 치른다면 돌아와서 이천 냥을 줌세. 그때 자네 내자 되는 사람도 돌려 줌세."
"일테면, 내가 배신을 할까 보아서 계집을 인질로 잡아 두겠다는 수작이오?"
"그렇다네"
"내가 댁네의 간술에 말려들었구려."
"그렇다 하여 다시 내게 덧들이진 말게나. 이천 낭이면 양주 곧은 골 땅 열 석짜리 광주 너털이 땅 권 석짜리, 왕십리 미나리논 열 마지기, 방아다리 배추밭 사흘갈이 땅은 스무 마지기나 장만할 거액이 아닌가?
"그런데 오강 물나들에 날고 긴다는 왈짜를 다 제치고 하필이면 왜 나를 찍었수?"
"자네의 결찌들이 전부 장골인 데다가 이런 일에 처음인 까닭일세"
"우리가 할 일이 무어요?"
길소개는 그제야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목을 적시었다.
"너무 조급하게 짓조를 게 있나? 할 일은 장차 묘책이 나오는 대로 알려 줄 것이니 우선 내게 약조나 하게"
"내 계집은 어떡하우?"
'예끼, 자넨 구실도 못한디는 주제에 원 놈의 계집 타령은 그렇게도 낭자한가? 내가 자네의 내자를 끝내 돌려주지 않는다면 내 모가지가 성치 못하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니까 그러네? 자네 내자는 보아하니 뇌짐병으로 그대로 둔다면 달포를 살아남지 못할것 같았네. 내가 구리개(銅峴) 약전으로 나가서 소문난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하고 탕약을 달여서 병수발을 하기로 조치하였으니 염려는붙들어 매게나.
💥💥결국은 길소개에게서 쓰임이 다하면 버려질 것을, 그러면서도 한군데 약한 끈이 있다면 그것이 송만치 마지막 남은 정이었을까?
⛱️⛱️ 거상이 대기까지 신석주는
신석주의 거여 객점에서 시전까지의 행상질은 그후5년이나 계속되었다. 만리재 깍정이들과도 형님 아우님 하는 처지가 되었고, 연초전 서시들과도 아우님 형님으로 너나들이까지 하게 되었다.
그 야망이 그곳에서 움트기 시작하였다. 담배장수 5년에 얻어 낸 수월찮은 밑천으로 상리를 노려 볼 계획으로 메주를 만들어 궁가(宮家)에 납품도 하고 저자에 내다 팔기도 하는 훈조전(燻造廛-메주 팔던 가게)"의 금난전권(禁亂廛權/조선 후기에. 난전 규제책으로 부여받은 시전의 특권)을 얻어 내는 것이었다. 이태 동안이나 거르지 않고 내수사(內需司)의 관원들에게 뇌물 바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서 훈조전의 허가를 따내어 평시서에 등록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뇌물이 신석주를 출세시키고 만리재 깍정이들이 그를 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신석주는 메주장사로도 만족하지 않았다. 훈조전이 번창하자 그는 깍정이들을 수하에 두고 겸인들로 부렸으며, 그들의 담력이나여력을 빌려 시전의 상권을 휘어잡았다. 포전과 면주전을 차례로 손
아귀에 넣었다가 입전에까지 손을 뻗쳤다. 신석주는, 상략이란 한곳에 있으면서 물화를 사고파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까지 하였다. 그는 경강에다 여러 척의 거롯배를 부렸으며, 육로로는 상단을 만들어 내려보내 대처나 나루의 여각들과 직접 거래를 텄던 것이다.
그는 조정의 신임과 시전 안에서의 상재(商才)를 인정받아 지금에 이르러 도행수가 된 것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도성 내외의 깍정이들이 한 끈에 달린 듯 움직였고, 그의 으름장에 밀천 짧은 시전 상
인들이 무릎 꿇을 자리를 찾았다.
💥💥시전 상인 신석주의 성공쟁취기는 쉬운 게 아니었다. 노력과 시간, 따르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용병술,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었다.
⛱️⛱️ 극적 해후를 하는 봉삼과 조낭자
만신님의 도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육신에 더러움을 남기지 않았고 허물이 없으니 이녁을 놓아 드릴 수가 아무래도 없습니다.
안 되오. 이번 행보만은 놓칠 수없소 우리가 정리에만 끌려 경솔히 처신하였다간 우리 두 사람 똑같이 제 명에 죽지를 못합니다.
석 달만 기다리시오, 뱃길이 무사만 하면 또한 곧 돌아오리다.
"선인 거행을 자첨하시었습니까?"
"그렇소이다. 선인으로 박아 달라고 한것은 내가 낭자의 곁에서 살아가길 원하였기 때문이었소."
자시는 조석은 흔하지 않으며 노중에 입을 여벌 옷이나 있습니까?
"내가 언제 궁상을 벗어난 적이 있었나요. 그러나 그런 것이야 내겐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는 차라리 화장(요리사) 구실이라도 되어 이녁의 배에 같이 올랐으면 합니다."
"아녀자는 배에 오르지 못합니다. 내가 위한(違限/약속한 기한을 어김)을 하겠소? 또
한 석 달 후라 하여 남자의 꽃다운 자질이 이지러질 리도 만무입니다.
"좀 더 오래 제 곁에 있어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다.지금 저 소리를 들으쳐소? 낭자를 분주히 찾고 있지를 않습니까."
"이곳에서 더 이상 지체하여서는 우리가 영화를 입을지도 모르니까?"
사공막 어름에서 계집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씨마님, 아씨마님, 어디 계세요"
💥💥 신석주는 조낭자 즉 자기 소실의 외로운 처지를 알았고, 또한 천봉삼의 뛰어난 가치를 눈치챘었고 거기다가 천봉삼과 자기의 소실이 예전 정인이었다는 것에 착안하여 승부수를 던진다.
⛱️⛱️ 월이의 복수
"너 내게 발고할 일이 있다고 했것다?"
"예, 쇤네 문밖에서 잠시 엿들었습니다."
"넌 어찌해서 내 행방에 외서 동자치 구실을 살고 있느냐?"
고래를 떨어뜨리고 짧은 치맞자락을 당겨 발을 감추던 월이가,
"쇤네는 본시 무자리 천출로 경상우도 안동 땅 어느 양갓집 비복이었습지요. 마침 복에 없는 보쌈질을 당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여상이 되었습니다. 객리에서 서방님을 여의고 전주 저자에 당도하
였다가 우연히 아편 밀매로 통모를 꾸미고 있는 맹 행수에게 발각되었는데, 통모한 것이 드러날까 하여 맹 행수는 쇤네를 겁간하였지요. 그 후 여기까지 끌려와서 동자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저 위인이 널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것이냐?"
"쇤네를 겁탈까지 하고 사고무친한 서울까지 끌고 와서는 갖은 구박과 괄시를 하며 짐승처럼 다루었습지요."
"저 위인에게 숙혐을 가진 듯하다만, 이전 네가 자청한 일이 아니었더나?"
"쇤네 듣기로는 영감마님께서 네를 동자치로 박으라는 분부를 내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이르러 널 초대면하고 있는 터에 그런 분부를 내릴 수가 있었겠느냐?
그렇다면 이 설분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요?"
"당장 입초에 올리긴 성급한 듯하다만 넌 본시 여상을 가장하고 살꽃(肉花)이나 팔고 다니는 논다니가 아니있더냐?"
천네가 실꽃을 팔며 연명을 하는 계집이있다면 그동안 맹 행수님께 받아 챙긴 꽃값이 수월찮았을 것이은데, 꽃값을 챙기기는커녕 괄시와 손찌검이 꽃값 대신이었으며 동자치 노으로 받아 낸
삯전이나 베 자투리 하나 없었습지요."
"그렇다면 저 위인이 왜 널 끝까지 달고 있었겠느냐?"
"쇤네가 짐작하기로는 아마 청국의 되 사람 색상(色商)에게 쇤네를 팔아넘길 작정이었던가 합니다."
"네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더냐?"
"절대로 쇤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감마님의 눈을 속이고 외방의 객주들과 통모하여 나랏법이 금하고 있는 아편을 밀매하고 있는 잠상배라면 천출의 계집 하나 색상에게
팔아넘기는 일쯤이야 여반장이 아니겠습니까."
💥💥신석주의 눈 밖에 난 맹구범은 직책에서 제외되고 신석주의 추궁을 받게 되는데, 더구나 월이의 발고까지 더해져 이제는 더 이상 벗어 날 방법이 없다.
⛱️⛱️ 신석주의 용병책
"이 야밤에 뉘시오?" "어마나, 도련님이시군요. 기한을 할 뻔하였습니다. 어서 빗장을 따십시오."
"형수님이 여기 웬일입니까?"
"어서 문을 따주셔야겠습니다."
빗장을 따자마자 검은 장옷을 코밑까지 뒤집어쓴 월이가 쫓기듯 안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야기를 쐰 장옷자락이 후줄근하였고 짚신은 흙탕물에 젖어 있었다. 말문이 막혀 있던 봉삼이 겨우 입을 열 어 묻기를,
"뒤따라오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어서 들어가서 아씨더러 채비하고 나오시라 이르십시오"
"이것이 어찌 된 내막입니까? 그것부터 좀 일러 주십시오." " 그렬 경황이 없습니다. 도련님은 이길로 곧장 채비하고 성밖으로 나가서 해 뜨기 전이 서강의 선단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씨마님은 제가 안동해서 탑골 처소에 모서 놓아얀지요.
도대체 이건 누가 사주한 일입니까? 그것이나마 알아야 할 게 아 닙니까?
월이가 빤히 봉삼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전들 내막을 소상히 알 턱이 없지요. 다만 영감마님의 분부대로 어젯밤 이곳으로 아씨마님을 업어 왔었고, 꼭두새벽에 다시 탑걸 백으로 모셔 놓으라는 추상같은 분부를 받았을 뿐입지요." 신 대주는 지금어디 있습니까?
두 사람은 대정으로 가서 걷터앉았다. 방 안의 조 소사가 바같의 동정을 눈치 챘음인지 분주히 웃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감마님은 어젯밤부터 행랑에 죽치고 있었습지요.
💥💥어떤 누가 자기 소실과 그의 정인의 정회를 풀도록 허락을 할까? 이것은 신석주가 생의 황혼을 향해 가면서 내놓은 노련한 승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번 속는구나.
길소개의 위계를 알 바 없는 조성준은 화승에 불을 댕기려다 말고 우두망찰 길소개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의 소동을 피운다는 일이 허망할 뿐이었다. 이미 자녀(姿女)로 정절을 잃은 계집이라한들 전사에 저지른 응분의 조업을 깨달아 조성준을 수소문하여 왔고, 업보의 만 분의 일이라도 갖고자 하였다면 이제 다시 매원의 뿌리를 캐내어 다시 한목숨을 작살낸다면 다만 업보만 쌓여갈 뿐 덧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 그렇다면 나를 그 선인들에게 데려다 줄 수 있겠나? 만약
여기에서도 네가 차 치고 포 치고 패까지 쓰려 한다면 자네와 내가 몰사죽음을 한다네."
길소개가 노를 저어 배를 개펄에다 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배에서 내려 개펄로 발을 내딛는 순간, 선인들이
거처한다는 초막 쪽에서 방포 소리가 들리었고 조성준은 개펄 속에무릎을 박고 고꾸라졌다.
방포 소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애초에는 초막 쪽에서만 콩볶는 소리가 나는 듯하였으나 연이어 선창머리와 매우 가까운 개펄 잡목 사이에서도 철환이 날아드는 듯하였다. 조성준은 화승에 불을
댕길 겨를도 없었고, 철환이 날아드는 방향도 가능할 수 없었다. 그는 화승총을 개펄에 거꾸로 박고 가까스로 턱을 괴고 일어섰으나, 이미 낙맥이 된 판이라 다시 풀썩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고꾸라
진 것은 길소개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신음 소리가 조성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방포 소리가 거짓말같이 뚝 멎었다. 이때다 싶어 조성준은 개펄에 빠진 두 다리를 가까스로 빼내었다. 도포며 잣
을 벗어 던지고 한번 법사를 넘은 조성준은 겨냥 없이 뛰기 시작하였다.
"저놈 잡아라."
💥💥정말이지 길소개에게 한번만 속는 이는 없다. 언제든지 만나면 그에게 알고도 당할 우려가 넘쳐났으니, 이제는 후환이 두려워 쫓기다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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