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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전

법현의 역경 여정-1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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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법현(釋法顯)
석법현의 성(姓)은 공(龔)씨로 평양(平陽) 무양(武陽) 사람이다. 법현의 세 형이 모두 7ㆍ8세의 어린 나이에 죽었다. 아버지는 재앙이 법현에게도 미칠까 두려워, 세 살 되던 해에 바로 승적(僧籍)에 올려 사미(沙彌)가 되게 하였다.
몇 년 동안 집에 머무르다가 병이 위독해져 곧 죽을 듯했다. 사찰로 돌려보내니, 이틀 만에 병이 나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를 만나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다. 후에 사찰의 문 밖에 작은 집을 짓고 서로 왕래하는 것에 비겼다. 열 살 때에 부친상을 당하였다. 작은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가 늙은 데다 자식도 없이 홀로 지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억지로 환속(還俗)시키려고 했다.
법현이 말하였다.
“본래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출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티끌세상을 멀리 여의고자 불도에 들어왔을 뿐입니다.”
작은 아버지는 그 말을 옳게 여기고 곧 그만두었다.
얼마 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지극한 성품이야 보통사람을 훨씬 넘어섰지만, 장례를 마치고는 곧바로 절로 돌아왔다.

釋法顯姓龔平陽武陽人有三兄竝髫齔而亡父恐禍及顯三歲便度爲沙彌居家數年病篤欲死因以送還寺信宿便差不肯復歸其母欲見之不能得後爲立小屋於門外以擬去來十歲遭父憂叔父以其母寡獨不立逼使還俗顯曰本不以有父而出家也正欲遠塵離俗故入道耳叔父善其言乃止頃之母喪至性過人葬事畢仍卽還寺

언젠가 같이 공부하는 이들 수십 명과 논에서 벼를 베었다. 그때 굶주린 도적들이 그 곡식을 탈취하려고 하였다. 여러 사미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지만, 법현만은 홀로 남아 도적에게 말하였다.
“만일 곡식을 원한다면 뜻대로 가져가도 좋다. 그러나 그대들은 과거에도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고프고 가난하게 된 것이다. 지금 또 남의 것을 빼앗으면, 내세에는 배고픔과 가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빈도(貧道)는 미리 그대들을 위하여 걱정할 따름이다.”
말을 마치자 즉시 돌아서니, 도적들은 곡식을 버리고 갔다. 수백 명의 대중 승려들이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구족계를 받기에 이르러서는 지조와 행실이 총명하고 민첩하였다. 기거의 동작과 범절도 바르고 엄숙하였다. 항상 불경과 율장이 어긋나고 빠진 것을 개탄하고는, 맹세코 찾아 구하겠다는 뜻을 품었다.

嘗與同學數十人於田中刈稻時有飢賊欲奪其穀諸沙彌悉奔走唯顯獨留語賊曰若欲須穀隨意所取但君等昔不布施故致飢貧今復奪人恐來世彌甚貧道預爲君憂耳言訖卽還賊棄穀而去衆僧數百人莫不歎服及受大戒志行明敏儀軌整肅常慨經律舛闕誓志尋求

동진(東晋) 융안(隆安) 3년(399) 같이 공부하는 혜경(慧景)ㆍ도정(道整)ㆍ혜응(慧應)ㆍ혜외(慧嵬) 등과 함께 장안(長安)을 출발하여 서쪽으로 고비사막을 건넜다. 하늘에는 날아다니는 새도 없고, 땅에는 뛰어다니는 짐승도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득히 넓고 끝없이 멀어서 가야 할 곳을 헤아릴 수 없었다.
오직 해를 보고 동쪽과 서쪽을 짐작하고, 죽은 사람의 해골로 길의 표지를 삼을 뿐이었다. 자주 뜨거운 바람이 불고 악귀가 나타났다. 이것을 만나면 반드시 죽었다. 법현은 인연에 맡기고 목숨을 내던져, 곧바로 위험하고 어려운 곳을 지났다.

以晉隆安三年與同學慧景道整慧應慧嵬等發自長安西渡流沙上無飛鳥下無走獸四顧茫茫莫測所之唯視日以准東西望人骨以標行路耳屢有熱風惡鬼遇之必死顯任緣委命直過險難

얼마 후 파미르 고원에 이르렀다. 고원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눈이 쌓여 있었다. 악룡이 혹독한 바람을 토하여 비바람에 모래와 자갈이 날렸다. 산길은 험하고 위태로우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천 길이나 되었다.
옛 사람들이 돌을 뚫어 길을 내었다. 그리고 그 곁에 사다리를 걸쳐 놓은 곳이 7백여 군데나 되었다. 그곳을 건넜다. 또 조교(弔橋)를 딛고 강물을 건너기 수십여 차례였다. 이 모두가 한(漢)나라의 장건(張騫)1)이나 감보(甘父)도 이르지 못한 곳이었다.

有頃至蔥嶺嶺冬夏積雪有惡龍吐毒風雨沙礫山路艱危壁立千仞昔有人鑿石通路傍施梯道凡度七百餘所又躡懸絙過河數十餘處皆漢之張騫甘父所不至也


다음에는 소설산(小雪山)을 넘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쳐왔다. 혜경은 입을 다물고 벌벌 떨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법현에게 말하였다.
“저는 죽을 것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함께 죽어서는 안 됩니다.”
말을 마치자 숨을 거두었다. 법현은 그를 어루만지며 울면서 말하였다.
“원래의 계획을 이루느냐 이루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천명이니, 어찌하겠습니까?”
다시 혼자 힘으로 외로이 나아갔다. 마침내 험준한 산을 넘어 모두 30여 국을 두루 돌아다녔다.

次度小雪山遇寒風暴起慧景噤戰不能前語顯曰吾其死矣卿可前去勿得俱殞言絕而卒顯撫之泣曰本圖不果命也奈何復自力孤行遂過山險凡所經歷三十餘國
출처: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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