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漢典
세존世尊에게 바사닉왕이 문問하되 승의제중에 유세속제부있가?약언기무댄 지불응이요
약언기유댄 지불응일이니
일이지의기의운하있고
불언하사대
대왕아 여어과거용광불법중에 증문차의라.
아금무설하고 여역무문이 시명일의이의니라.
번역
세존에게 바사닉왕이 묻되,
승의제(으뜸가는 진리) 안에도 세속제(현실적인 이치)가 있습니까?
없다면
지혜는 둘이 될 수 없을 것이요,
있다면 지혜는 하나가 되지 못하리니
하나와 둘의 도리가 어떠합니까?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왕이시여! 그대는 과거 용광부처님에게도 일찌기 이러한 법을 물었는데
내 이제 말함이 없고 그대 또한 들음이 없으니, 말함이 없고 들음이 없는 것이 하나의 이치이며 둘의 이치이니라"하셨다.
송頌을 하다.(자신의 견해를 댓글로 달다.)
1. 취암진翠岩眞이 염拈하되
"바사닉왕은 잘 물었으나 잘 대답치는 못했고,
세존은 대답은 잘 하나 묻기를 잘하지 못하니, 한 사람은 진리에 치우치고 한 사람은 현실사리에 치우쳤다.
취암이 당시에 보았더라면 횃불 한줌을 밝게 들어서 석가 황면노자의 낯가죽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를 살폈을 것이다."하였다.
2. 곤산원崑山元이 상당하여 이 야기를 듣고서 대중을 부른 뒤에 말하되 "대왕의 그런 물음과 세존의 그런 대답을 어떻게 이해하려는가? 그 말함도 없고 들음도 없는 도리를 알고자 하는가? 주장자(스님이 법문에 사용하는 지팡이) 끝에 눈이 있어 해와 같이 밝으니 진금(진실)을 알고자 하거든 불 속을 살피라 "하였다.
3. 원오근圓悟勤이 참구할 때, 어떤 중이 묻되, " 바사닉왕이 묻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일찍이 이 법을 물었다'한 것까지는 그의 말에 대답한 것입니까? 혹은 딴 이야기입니까?"하니 선사가 대답하되 "동시에 모두 그 속에 있느니라"하였다.
다시 묻되 "취암선사는 말하기를 '대왕은 묻기는 잘하나 대답은 잘하지 못하고, 세존은 대답은 잘 하나 묻기는 잘 하지 못한다'하니 이 뜻이 무엇입니까?"하니 선사가 대답하되 "관려자의 윗머리를 들어 보였느니라"라 하였다.
다시 묻되 " 만일 대왕이 갑자기 이 말을 가지고 와서 물으면 화상께선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하니 선사가 대답하되 "입을 열어 쓸개를 보이리라"하였다. 그리고는 이어 말하되 "벌써부터 실끝을 드러내었지만 이제 다시 가풍을 펴보이리라. 마헤수라의 외눈 셋으로 팔면을 두루 꿰뚫고 석가노자의 백억신으로 시방에 형체를 나누니
도장으로 허공에 도장치는 것 같고
도장으로 물에 도장치는 것 같고
도장으로 진흙에 도장치는 것 같아서 당초부터 앞뒤와 중간을 나누지 않고 종횡과 별다른 것도 가리지 않는다.
이 경지에 이르러서 골수에 깊이 사무친 자라면 당장에 벗어나서 천하 고인의 혀끝을 의심치 않으리니 겨우 입을 벌리는 것을 보면 벌떡 일어나서 떠나리라" 하였다.
또 이 야기를 듣고서 말하되 "석가노자는 정수리에서 광명을 놓으시고 팔에 병부를 매달아서 백천만억 가지 경계에서 광채가 찬란한 한 귀절을 제창하시니 여러분들은 증거를 잡을 수 있겠는가? 만일 증거를 포착한다면 책상머리에서 조칙을 받겠지만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처분을 받기 바라노라. 이럴 때를 당하여 어떻게 한가닥 길을 튀워야 가는 곳 마다 신통을 나타내겠는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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