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유관- 싯다르타 북문 밖에서 출가사문을 만나다.
백정왕은 비록 하늘의 힘이고 사람의 일이 아닌 줄 알았으나 태자를 매우 사랑하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전에 이미 세 개 성문을 나갔다. 이제 오직 북쪽 문만을 아직 나가 보지 않았으므로 그는 반드시 오래지 않아 다시 나가 놀기를 청할 것이다. 마땅히 다시 그 바깥 동산의 숲을 장엄하여 갑절 더 화려하게 하여 무엇이든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생각한 대로 모든 신하들에게 자세히 명하여 두었다.
왕은 또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원하였다.
‘태자가 만일 성의 북쪽 문을 나갈 때에 모든 하늘이 다시 좋지 않은 일을 나타내어 나의 아들의 마음이 근심하며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마음으로 원하고 나서 드디어 수레 모는 이에게 명하였다.
“태자가 만일 나가면서 말을 타게 되면 그로 하여금 사방의 모든 백성들의 화려한 장식만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이때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놀 것을 아뢰었고 왕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였으므로 곧 우타이와 여러 관속들과 함께 앞뒤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 동산에 이르렀다.
태자는 말에서 내려와 나무 아래 머물러 쉬면서 곁에서 호위하는 이를 물리치고 단정하게 앉아 명상하면서 세간의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생각하였다.
그때 정거천은 변화로 비구가 되어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는 땅을 보면서 가다가 태자 앞으로 왔으므로 태자가 보고서 곧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시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비구입니다.”
태자가 또 물었다.
“어떤 이를 비구라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번뇌[結]의 도적을 능히 깨뜨리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구라고 합니다. 세간은 모든 것이 무상하고 위태로워 허물어지기 쉬운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닦고 배우는 것은 때가 없는 거룩한 도(道)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히 무위(無爲)를 얻어서 해탈의 언덕에 이르게 됩니다.”
이 말을 하고는 태자의 앞에서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때 따르던 관속들도 모두 다 보게 되었다.
태자는 이미 비구를 보았고 또한 출가의 공덕을 널리 들었으며 그가 일찍부터 품었던 욕망을 싫어하는 마음에 맞았으므로 곧 스스로 외쳤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오직 이것만이 훌륭한 것이로다. 나는 결정코 이 도(道)를 닦고 배워야겠다.”
이런 말을 한 뒤에 곧 말[馬]을 찾아 궁성으로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마음이 기뻐져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보고 밤낮으로 늘 이것에 핍박받아 두려워했는데 이제야 비구가 나의 심정을 깨우쳐 주고 해탈의 길을 보여 주었도다.’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스스로 방편을 생각하여 출가의 인연을 찾아 구하였다.
그때 백정왕은 우타이에게 물었다.
“태자가 지금 나가서 어떠한 즐거운 일이 있었느냐?”
우타이는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는 아까 나가서 지나가던 길에서는 아무런 상서롭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이미 동산 안에 이르러 태자는 혼자 나무 아래 있었는데 멀리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은 한 사람이 태자 앞으로 와서 함께 말을 하였으며 말이 끝나자 허공으로 올라 떠나간 것을 보았으나 끝내 어떠한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이 일로 인하여 수레를 되돌려 돌아와버렸습니다. 그때의 얼굴은 기쁨을 띠었으나 궁중에 돌아와서 비로소 근심하고 걱정하였습니다.”
백정왕은 이런 말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내는 한편, 또한 이것이 어떤 상서로운 조짐인지를 몰랐으므로 몹시 고뇌를 품고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결정코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겠구나. 또 그의 비(妃)를 맞아들인 지 오래되었으나 아들조차 없으니 나는 이제 야수다라(耶輸陁羅)에게 명하여 방편을 생각하여 나라의 후사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겠으며 다시 마땅히 경계하여 태자가 떠나서도 모르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뒤 곧 생각했던 대로 야수다라에게 명하자 야수다라는 왕의 명을 듣고는 마음으로 부끄러워하며 잠자코 있었지만 자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태자를 떠나지 않았다. 다시 왕은 여러 아름다운 기녀들을 늘려 그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태자의 나이가 19세가 되자,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출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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