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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주택 총 조사 후기-불신의 시대(3)

by 돛을 달고 간 배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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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꽁꽁 막으려고 새 마스크를 끄집어 냈는데, 마스크 한 쪽 끈이 뚝 끊어진다.

★불신(3)
70대 초반의 어르신을 만났다.
최종 학력은 어찌 되나요? 라고 물었을 때
누가 그런 것 까지 알아 오라고 시키던가요. 대통령이 시키는 겁니까. 나는 그런거 대답 못해요.
내가 조금 불편 하신 줄 알지만, 바른 통계를 위해 말씀 해 주세요.
정말 성질 나요.. 이 나이에 학교에 간 적이 없다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소.
죄송합니다. 저라도 그러겠네요.
수십년간 속을 누르고 있는 바위를 치워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헤집다니...대충하고 가세요.
내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불신(4)
90대 독거 할머니를 만났다.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혼자 사시기 때문에 별로 장황하게 물을 건 없다.
할머니 혹 자녀가 몇남 몇녀 이신가요? 내가 묻자
할머님께서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2남 2녀라 하신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자식들 생년월일을 모르신단다. 그래서 역 추적을 시작했다. 나이는 60대, 띠는 무슨 띠, 태어난 달은 언제? 할머니의 기억을 회복 시키기가 만만치 않다. 근데, 다음 질문으로 내가 자녀들 중 사망 유무를 질문하자, 그냥 멍한 얼굴로 "몰라" " 몰라" 묻지마란 말만 계속하신다. 이를 어째 너무 심한 개인사를 물었음이리라. 어떤 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다른 이에게는 정말 특별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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