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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뜰

비를 생각한다

by 돛을 달고 간 배 201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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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어 내린 듯
깨끗함
비는 반갑다.

쏟아 지는 비

일생사를 관조한다.

나는 비를 친구인가
나는 비를 두려운 번민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편지를 전해줘야 하며
중간 중간 택배도 가져다 주는
집배원.

30년을 뛰어 넘어
비를 생각한다.

이삼십 나이적에 비는
나에게 도발하는 대상이었다.
그까짓 비가 뭐라고
쏟아져 봐라.

세월 지나
삼사십
그때 쏟아지는 비는
친구였다.
도저히 뗄 수 없기에 그냥
같이 가야하는 인생의
의무 같은 것이었다.

직장 생활을 마감하려는
요즘 내리는 비는
지루함과 같이 싸우며
너를 왜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대답을 요구중이다.

장마비  속에 축축하게
맘마저 젖어가는데
세 번째 벨 소리에도 반응없는
택배 수취인.

비는 나를 가라고 재촉하고
기다리다 지친 택배는
주인을 잊었구나.

비옷이라 입은 옷이지만
안으로 스미고 드는 빗방울은
땀을 삭이며 체온을 곤두박질
하게 한다.

해마다
해마다
그 일은 그 일이지만
다가서는 느낌은 언제나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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