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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보살품

미륵보살(마이뜨레야)

by 돛을 달고 간 배 201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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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병을 물으라》
그러나 미륵보살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를 찿아 가 병을 묻기엔 적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도솔천의 왕과 그 일족을 위하여 깨달음을 확약하는 보살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수행에 관하여 설하던 일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유마힐이 찿이와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미륵보살님, 부처님께서는 당신에게 금생이 끝나면 반드시 가장 높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느 생에서 예언이 성립하게 됩니까,  미래세입니까,  현재세입니까. 가령 과거세에 태어났을 때라고 한다면 그 과거는 그때 이미 지나가버리고 만 것이며, 만약 미래세에 태어났을  때라고 한다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세에 태어난 때라고 하여도 그 현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서-정지해 있지를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여, 그대는 이 순간에도 동시에 태어나고 늙으며 죽어가고 있다고 설한 것과 같이.
만약 생멸하는 미혹의 세계를 초월하는 것이 예언의 성취라고 한다면, 생멸을 초월하는 것은 영원불변한  깨달음을 얻는 경지이므로, 이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있어서는 예언을 받는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 일도 없는 것입시다. 어떻게 해서 그대가 금생이 끝나면 부처가 되리라 하는 예언을 받았겠습니까. 혹은 당신은 진여가 생하는 것을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진여가 멸하는 것을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설사 진여가 생하는 것으로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해도 거기에는 생이 없으며, 설사 진여가 멸하는 것으로 예언이 이루어진다 해도 거기에는  멸이 없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중생 그 지체가 모두 진실  그대로의 모습인 것입시다. 따라서 모든 것은  진여이며, 성인, 현자, 그리고 당신까지 진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대가 예언을 얻었다고 하면, 모든 중생도 예언을 얻은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진여에 있어서는 두 가지가 다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면, 모든 중생도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중생 그대로가 깨달음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깨달음의 경계에 이른다고 하면,  모든 중생들도 깨달음의 경계에 이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는 모든 중생이 필경은 깨달음을 얻고, 그대로 열반의 모습이며, 다시는 멸하는 일이  없다고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이뜨레야여 예언을 얻은 것을 설하여 천상의 신들을 이끌어서는 아니 됩니다. 실제로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자는 없고, 또 그러한 마음이 소멸되는 자도 없는 것입니다. 마이뜨레야여, 이 수많은 천상의 신들로 하여금 깨달음에 대한 분별을 버리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몸으로 얻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미혹을 떠난 경계야말로 깨달음인 것입니다.  그것은 일체의 모습을 멸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관찰하지 않는 것도 깨달음입입니다. 그것은 온갖 대상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깨달음입니다.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일이 마음에 없기 때문입니다.  끊어 없애는 것도 모든 그릇된 소견을 버리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떠나는 것도 모든 망상에서 쉬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장애도 바라는 모든 것을 막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들이지 않는 것도 탐착하는 일이 없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따르는 것도 진여에  따르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머무르는 것도 법성에 머무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이르는 것도 실제(사물의 있는 그대로의)에 이르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둘이 아닌 것도 마음과 마음이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평등함도 허공과 같은 것이므로 깨달음인 것입니다. 무위도 생하고 지속하며 멸하는 일이 없으므로 깨달음이며, 아는 것도 중생의 심행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만나지 아니함도 마음과 그 행을 알게하는 대상이 만나 결합함이 없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합하지 아니함도 번뇌의 습성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므로 깨달음이며, 위치가 없는 것도 형색이 없으므로 깨달음인 것입니다.  가칭도 이름 자체가 공한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꼭두각시와 같은 것도 취하고 버리는 것이 없으므로 깨달음이며, 혼란이 없는 것도 항상 그 스스로가 고요하므로 깨달음이며, 미혹을 떠난 경계도 그 본성이 청정한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대상을 취하지 않음도 마음이 대상에 의하여 움직이는 일을 멀리 여읜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모든 존재는 동등한 것이므로 다르지 않음도 깨달음이며, 비교할  길이 끊긴 것도 비유할 수 없는 것이므로 깨달음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함도 모든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깨달음인 것입니다. 
깨달음은  허공과 같은 성질의 것이며, 모든 장소에 빈틈없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몸으로나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신체는 풀이나 나무, 석벽, 길, 그림자와 같은 것이며, 마음은 비물질적인 것, 들에 나지 않는 것, 표상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 가르침을 설하였을 때, 이백의 천상의 신들은 진리를 깨달은 마음의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해서 저는 그를 찿아 가 병을 묻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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