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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보살품

지세보살

by 돛을 달고 간 배 2017.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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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지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을 찿아 보고 병을 물으라.》
지세보살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를 찿아가 병을 묻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조용한 방에 있던 옛 일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마왕 파순이 마치 제석천처럼 꾸미고 일만이천의 천녀를 거느리고서 북을 치며 제금을 울려 풍악을 잡히고 제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들은 저의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한 다음 두 손을 합장하고 한쪽에 경건한 자세로 비켜 섰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를 제석천이라고 생각해습니다.  저는 말하였습니다.
<잘 오시었소. 까우시까~제석천의 성  그대에게 복덕이 마땅히 갖추어져 있다 해도 스스로 방자해서는 아니 됩니다. 마땅히 오관의 욕망은 무상하다고 관조하고 이로써  공덕의 근본을 구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신체와 완전한 지혜의 생명과 깨달음의 재보를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고. 그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보살이시여, 이 일만 이천의 천녀를 받아들여 주시어 씻고 닦는 일을 시켜 주십시오.>
<까우시까여 이 비법의 것을 사문인 나에게 강요하지 마시오. 이는 나에게 있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이는 제석천이 아닙니다. 악마가 와서 당신을 희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하고, 곧 악마를 향하여, <이 여자를 나에게 주게나. 나와 같은 사람이면 받을 수 있으리라.>고 말하였습니다. 마왕은 두려움에 떨면서 <유마힐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곧 모습을 감추어 달아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숨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소리가 들리어 왔습니다. <파순아 여자들을 주면 떠날 수가 있으리라>하였습니다. 악마는 두려운 나머지 용서를 빌며 여자들을 주었습니다. 그때 유마힐은 여자들에게 <마왕은 너희들을 나에게 주었다. 지금이야 말로 너희들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고,  곧 그들 각자에게 마땅한 가르침을 설하여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미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가졌으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익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며, 오관의 열락에 젖는일은 이제 없으리라.>고 말하였습니다. 천녀들은 <무엇을 가리켜 가르침을 익히는 즐거움이라고 합니까 >고 물었습니다.
그가 답하였습니다.
<항상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즐기며, 그 가르침을 듣고자 원함을 즐기며, 스님들을 공양함을 즐기는 것이다. 오관의 욕망을 떠나는 즐거움과 다섯가지 요소는 도둑과  같다고 관조하는 즐거움과 사대는 독사와 같다고 관조하는 즐거움과 오관 마음은 사람이 살지 않는 텅빈 마을과 같다고 관조하는 즐거움이다.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지니고, 중생에게 이익을 베풀고, 스승을 존경하며 공양하는 것을 즐기며, 널리 보시를 행하고, 굳게 계를 지키며, 인욕하고 조화로우며, 노력을 기울여 선의 씨앗을 모으고, 선정에 들어 흔들리지 않고, 번뇌의 질곡을 떠난 밝은  지혜는 즐거움인 것이다.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넓히는 것을 즐기며, 수많은 악마를 조복시키고, 온갖 번뇌를 끊고,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하게 하고, 뛰어난 신체적 특징을 성취하기 위하여 많은 공덕을 닦고, 도량을 정갈하게 꾸미고, 심원한 가르침을 듣고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즐거움인 것이다.  공과 차별을 초월한 모습과 원하여 구함이 없는 것을 즐기며, 때가 아닌 때를 즐기지 않는다. 같이 배움에 정진하는 도반을 사귀는 것을 즐기며, 같은 도반이 아닌 사람들 속에 있어도 분노와 미움을 갖지 않음을 즐기며, 선지식을 가까이 사귀는 것은 물론 악우마저 함께 지키는 걸 즐기며, 마음으로 청정을 기뻐하고 깨달음을 위한 헤아릴수 없는 많은 수행을 행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것을 보살이 가르침을 익히는즐거움을 이라고 하는 것이다>고.
그때 마왕이 천녀들에게<나는 너희들과  함께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천녀들은<이미 저희들을 거사님에게 주시었습니다.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익히는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참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또 다시 오관의 욕망을 바라지 않습니다.>고 말하였더니 마왕이 다시 말하였습니다. <거사여 이 천녀들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소유물을 남에게 보시하는 자가 보살입니다.>고 그러자 유마힐은 <나는 이미 버렸느니라. 너는 곧 이들을 데리고 가거라.  너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 처럼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하는 소원이 이루어지도 하여라.>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천녀들이 유마힐에게 물었습니다.<저희들이 어떻게 마왕의 궁전에 머무를 수가 있겠습니까.>
<누이들아, 여기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고  불리는  가르침이  있다. 너희는 마땅히 이 길에 이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고 함은,  비유컨대, 한개의 등불로 백천의 등에 불을 켜는 것과 같아서, 어두운 것이 모두 밝아지고 그 밝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누이들아, 한 사람의 보살이 백천의 중생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갖게하고 중생 스스로도 그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에 따라 스스로 일체의 바른 법을 넓혀 가는 것을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비록 마왕의 궁전에 산다 하여도 이 꺼지지 않는 등불로써 무수한 천상의 이들에게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또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을 베푸는 것이 된다.>
그때 천녀들은 유마힐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다음 마왕을 따라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궁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에게는 이같이 자유자재한 불가사의의 힘과 지혜와 변설의 재능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를 찿아 가 병을 묻는 일에는 적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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