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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

일색변-무산 조오현

by 돛을 달고 간 배 200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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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색변-1

무심한 한 덩이 바위도

바위 소리 들을라면

들어도 들어 올려도

끝내 들리지 않아야

그 물론 검버섯 같은 것이

거뭇 거뭇 피러나야

일색변-2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소리 들을라면

속은 으례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려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장독(杖毒)들도 남아 있어야

일색변-3

사내라고 다 장부 아니여

장부소리 들을라면

몸은 듣지 못해도

마음하나는 다 놓았다 다 들어 올려야

그 물론 몰현금(沒絃琴) 한 줄은

그냥 탈 줄 알아야

일색변-4

여자라고 다 여자 아니여

여자소리 들으라면

언제 어디서 봐도

거문고줄 같아야

그 물론 진겁(塵劫) 다 하도록

기다리는 사람 있어야

일색변-5

사랑도 사랑 나름이지

정녕 사랑을 한다면

연연한 여울목에

돌다리 하나는 놓아야

그 물론 만나는 거리도

이승 저승쯤은 되어야

일색변-6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소리 들을라면

취모검(吹毛劍) 날 끝에서

그 몇 번은 죽어야

그 물론 손발톱 눈섭도

짓물러 다 빠져야

일색변-7

세상은 산다고 하면

부황이라고 좀 들어야

장판지 아니라도

들기름을 거듭 먹여야

그 물론 담장 밖으로

내놓을 말도 좀 있어야

결구-8

그 옛날 천하장수가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한 티끌 겨자씨보다

어쩌면 더 작을

그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 일색변이란 것은 유무색공과 미오득실의

대립적이고 분별적인 경계 초월한 청정일변의

세계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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