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9세기의 목조 불상이 지난 4일 해인사 조사전에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높이 127㎝, 무릎 폭 96.5㎝인 이 불상은 눈을 거의 감은 채 결가부좌로 앉아 지권인(검지를 쥠)을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상과 조성 연대가 적힌 복장(불상 내부)을 문화재 전문가들과 언론에 공개 이 자리에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팔만대장경 목판본을 소장하는 장경각 안 법보전 비로자나불상의 금이 벗겨져 개금(금칠) 불사를 하기 위해 복장을 열고 옻칠을 하던 중 조성 연대가 적힌 명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장에 든 판자엔 조성 연대인 ‘중화 3년’과 함께 신라 고위 관직인 대각간의 발원문으로 추정되는 문장이 적혀있다.중화 3년은 당나라 희종 때 연호로 신라 49대 헌강왕(875~886) 때인 서기 883년에 해당한다. 현재 학계에서 공인된 가장 오래된목조불상으로는 1274년 만들어진 서울 안암동 개운사의 목조아미타불좌상이며,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보수된 기록이 최근 발견된 충남 서산 개심사 소장 아미타삼존불상이 더 오래 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인사 비로자나불상은 국내 목조불상의 출현 시기를 400년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문화재 전문가, "8~9세기 불상의 특징"
비로자나불이란 깨달음을 형상화한 법신불을 말한다.불상은 지권인을 하고 있는 우견편단의 비로자나불 좌상으로 높이가 127cm로 사람 앉은 키의 1.5배 정도가 된다. 불상의 양식은 석굴암 본존불과 불국사 비로자나불상과 크기와 비례가 같으며, 얼굴모양, 옷주름 등이 신라후기 불상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
목조불상은개금불사(금칠)를 앞두고옻칠만 한 상태로 일반에 공개됐다.
1,200년 전의 목조불상으로확인된 해인사 목조불상은불교미술사에도 적잖은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목조불상과 복장 내부를 확인한 불교미술사가 강우방 교수(이화여대)는 “8세기후반 9세기 초반에 지녔던 신라불상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석불은 화강암으로 옷주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 불상은 매우 자연스럽고 유려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존 전문가인 김홍식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은 "불상 전체가 나무인데 거의 썩지 않고 보존 상태가 너무나 생생한 것이 놀랍다"며 "이는 장경각의 탁월한 보존 구조와 환경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이 불상의 개금불사는 1700년대와 5년 전까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 명문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상 내부에 기록물 등을 항아리에 싸서 넣는 복장 유물을 꺼낸 뒤 전등을 안에 비춰야 볼 수 있는 판자에는
세로로 왼쪽에 '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중화3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이, 오른쪽에 '誓願大角干主燈身○彌右座妃主燈身○'(서원대각간주등신○미우좌비주등신○)라고 적혀 있다.
왼쪽 문장은 '중화 3년 여름에 개금을 했다'는 내용이고, 오른쪽 문장은 '통일신라의 고위 관직인 대각간의 서원으로 이 불상을 조성했다'는 내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인사는 이 불상의 개금불사를 마치고 9월1일 점안 법회를 한 뒤 100일 동안 친견법회를 개최할 예정이며,그 뒤로는 불상과 대장경 보존을 위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 목조불상은 팔만대장경 목판본이 보관된 장경각 안 법보전에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돼 경남유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돼 있었다.
'해인사 장경판전-유네스코 세계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현암/금강굴-160 (1) | 2008.01.15 |
---|---|
해인사 원당암-159 (3) | 2008.01.13 |
해인사 지족암/희랑대-158 (0) | 2008.01.13 |
해인사 순례기-만해 한용운 선사 (5) | 2007.03.04 |
해인사 음악 법회-17 (2) | 200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