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사견(一水四見)과 적멸보궁(국보 290호)
일수사견은 같은 물이라도
천상에서 보면 유리로 장식된 보배로 보이고,
인간이 보면 마시는 물로 보이며,
물고기가 보면 집으로 보이며,
아귀가 보면 피고름으로 보인다는 것으로 일경사심(一境四心)이라고도 한다.
이는 하나의 사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식 주관과 객관 사이의 관계,
곧 인연에 의하여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통도사의 적멸보궁은 한 건물을 두고
각기 한 면씩 다른 이름을 명명해 두고 있다.
때로는 적멸보궁이 되기도 하고,
또한 금강계단이 되기도 하며,
한 편으로는 대웅전이 되기도 한다.
나머지 한 쪽은 보는이의 영원한 궁금증으로 남음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봉안하고 예경드리는 곳이다.
정문으로 부터 들어 올 때 뒤쪽 부분엔 대웅전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현판 아래에는
월마은한전성원(月磨銀漢轉成圓)
달이 은하수를 맴돌아 둥글고 밝으니
소면서광조대천(素面舒光照大千)
소박하고 잔잔한 빛 큰 세계를 비추네
연비산산공착영(連譬山山空捉影)
원숭이들 팔 벌려 물 속의 달을 붙잡으려 하나
고륜본불락청천(孤輪本不落靑天)
달은 본래 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묵계보리대도심(默契菩提大道心)
묵묵히 보리(지혜)는 큰 발심에 계합하네.
금강계단은 수행자가 되어 지켜야 할 수칙을 제시하고 그것을 지녀 나가 할 덕목으로,
공인된 스승과 제자간의 생생한 약속을 드러내는 귀중한 장소이며, 엄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금강계단을 통하여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리라고 맹세해 왔었던 것이다.
금강계단의 주련을 보면
초설유공인진집(初說有空人盡執)
처음 설 하실 적 유와 공에 집착하더니
후비공유중개연(後非空有衆皆捐)
뒤에 설 할 적에는 사람들이 공도 유도 모두 다 버리네
용궁만장의방의(龍宮滿藏醫方義)
용궁에 가득한 경율론 모두가 의사의 처방이요
학수종담이미현(鶴樹終談理未玄)
학수(싸라쌍수)에서의 마직막 설법도 현묘한 이치는 못 되네.
세상의 번뇌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적멸의 안온함에 둘러 계시네.
적멸보궁의 주련을 보면
시적쌍림문기추(示跡雙林問幾秋)
묻노니 쌍림에서 열반에 드신 지 그 몇 해인가
문수유보대시구(文殊留寶待時求)
문수보살 보배를 모시고 때와 사람을 기다렸네.
전신사리금유재(全身舍利今猶在)
부처님 진신사리 오히려 지금도 있으니
보사군생예불휴(普使群生禮不休)
많은 군생들 예배하여 쉬지 않네.
통도사는 우리 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손꼽히는 큰 절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세웠다.
대웅전(국보 290호)은 원래 석가모니를 모시는 법당을 가리키지만, 이곳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건물 뒷면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설치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그 때문에 통도사라는 절 이름도 금강계단을 통하여 도를 얻는다는 의미와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통도(通度)라고 하였다 한다. 지금 건물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었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23년(1645)에 다시 지은 것이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5칸이고, 지붕은 앞면을 향해 T자형을 이룬 특이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짜은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양식으로 꾸몄다. 건물 바깥쪽 기단 부분과 돌계단 층계석, 계단 양쪽(소맷돌)부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을 이어받은 뛰어난 연꽃조각을 볼 수 있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란 뜻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으며, 지금 있는 금강계단은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한 것이다. 양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형태를 띠고 있는데, 가운데에 종 모양의 석조물을 설치하여 사리를 보관하고 있다. 1층 기단 안쪽 면에는 천인상을 조각하고 바깥쪽 면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인 제석의 모습을 조각하였다.
지은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 건축인 대웅전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담고 있는 금강계단은 각각 건축 구조와 건축사 연구, 계단(戒壇)이 가지고 있는 그 의미에서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 한 면은
이정표 없이 가야 하는
우리들의 궁금증이다.
말 없는 세월을 우리를 이끌고 있다.
그 위대한 큰 생명의 가르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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