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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독서후기 2026-46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정영목 옮김 떠난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2026,다산북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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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는
"예감은 들리지 않는 다."로 부커상을 받은 영국 대표 소설가.
1946년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근대어를 공부했고, 졸업 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 편찬에 참여해 언어 감각을 단련했다. 이후 문학 편집자와 평론가로 활동하며 동시대 문화와 문학의 최전선에서 글을 썼다
1980년 "메트로랜드,"로 서머싯 몸상을 받으면서 등단한 뒤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사랑과 상실. 역사와 진실. 인간의 기억과 삶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변주해 왔다. 그의 지문과도 같은 지
적인 유머를 바탕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획득한 작품들은 40여 년간 영국 소설의 지형을 형성해 왔고,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 2011년 발표한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는 부
커상 본심을 시작한 지 단 31분 만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며 그의 문학적 정점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메디치상.
폐미나상 데이비드 코헨 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으며,프랑스 정부로부터 네 차례 문예 훈장을 받았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자신의 끝을 예감하며 집필한 자전적 소설로. 기억을 매개로 소설이라는 형식이 도달할 수있는
인생의 가장 근원적이고 최종적인 질문을 탐색한 줄리언 반스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옮긴이 정영목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연애의 기억"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아버지의 유산"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네메시스 "달려라, 토
끼"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 수상했다.


🌐🌐 들어가며
존재하는 한 태어남은 자신의 의지에서 벗어나 있는게 사실이다. 태어난 존재는 너무도 명확하게 죽음이란 도착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인간의 기억이 온전히 재생할 수 있는 기억의 양은 얼마나 될까? 또한 그 기억의 진실은 얼마나 분명할까? 그 마저도 수 십년이 흐른 뒤에는 곳곳의 사연들이 잊혀지고 망각되어 흐릿하게 되어 버린다.
흐려져 버린 기억을 온전한 것으로 착각하는 노후의 시간들, 작가 줄리언 반스는 기억의 시간속에서 자신을 붙들고서 마지막 호홉을 향하여 다가가는 이들에게 유머스런 질책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기억의 공간 상실
1. 40년의 공백: 우리가 메워 넣은 허구의 기억
소설은 화자인 '줄리언'이 1960년대 옥스퍼드 대학 시절 만난 두 친구, 스티븐과 진의 삶을 추적하며 전개됩니다. 두 사람은 젊은 날 뜨겁게 사랑했다가 헤어지고, 무려 40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을 거친 뒤 노년에 이르러 화자의 주선으로 재회해 결혼까지 하게 되죠.  
여기서 반스가 주목하는 기억의 비뚤어진 틈은 바로 이 '40년의 공백'입니다.
인간은 기억이 끊긴 공백을 그대로 두지 못합니다. 자신만의 방식과 소망을 담아 그 시간의 틈을 '상상'과 '오독'으로 메워버리죠.
화자인 줄리언 역시 소설가 특유의 오만함으로 두 사람이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완벽한 결합을 이룰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고 재조합한 친구들의 서사는 진실이 아니었고, 결국 두 사람은 또다시 이별을 맞이합니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인간을 오독하는 숙명을 지녔다."는 반스의 고백은, 완벽하다고 믿었던 우리의 기억과 추측이 얼마나 쉽게 미끄러지는지를 보여줍니다.
  
2. 소설이라는 세련된 왜곡: "기억은 해석의 결과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깨고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스는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를 심문대에 올립니다.  
기억의 편집: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때 사실을 그대로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 입맛에 맞게 '이야기(서사)'로 편집합니다.
합리화의 틈: 줄리언 반스는 소설을 쓰는 과정이 인간이 자기 기억을 비틀고 왜곡하는 과정과 소름 돋게 닮았다고 말합니다. 삶을 그럴싸하게 과장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실을 배신하는 것—그것이 바로 인간의 뇌가 기억의 틈새를 다루는 방식이니까요.  
3. 노화와 상실: "기억이 사라져도 나는 나인가?"
화자는 완치가 불가능한 혈액암 진단을 받고 죽음과 흐려지는 기억을 직시하는 노년의 소설가입니다. 나이가 들며 주변 친구들은 세상을 떠나고, 본인의 기억마저 듬성듬성 구멍이 나기 시작하죠.  
여기서 반스는 아주 날카롭고도 슬픈 질문을 던집니다.
"기억이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우리는 기억을 통해 '나'라는 정체성을 유지한다고 믿지만, 그 기억마저 온전치 못하고 흐릿해질 때 존재의 본질은 어디에 남는가에 대한 고찰입니다. 반스는 이 기억의 소멸을 비탄에 잠기기보다,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관조합니다.  
🍎🍎이 소설이 유독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히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작가가 심어놓은 '질문의 무게' 때문일 것입니다.
나의 과거에 대한 의심: "내가 아는 내 과거는 진짜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살기 위해 지어낸 유리한 소설일까?"라는 의심을 품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오만함에 대한 반성: "내가 누군가를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오독이었나"를 자꾸만 돌아보게 하니까요.
그저 가볍게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자꾸만 책장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삶과 기억의 틈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줄리언 반스에게 기억이란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모양이 변하는 진흙과 같습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진흙으로 빚어낸 삶이 비록 온전한 진실은 아닐지라도, 그 불완전한 기억과 오독 속에서나마 우리가 타인을 사랑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거장의 서글프고도 우아한 작별 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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