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의 시간

독서후기 (2026-45) 위화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최용만 옮김. 푸른숲,2019.

by 돛을 달고 간 배 2026. 6. 19.
반응형


세계가 사랑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 위회는
지금까지 총 네 권의 장편소설과 여섯 권의 중단편 소
설집. 세 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주요 작품은 미국, 프랑스, 독일.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스, 일본, 베트남 등여러 나라에
서번역 출간되었다.
196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난 위화는 198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피와 폭력, 죽음에
천착한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내놓으면서 중국 선봉파 소설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첫 장편소설 (가랑비 국의 외침)에서 웃음과 눈물, 환회와 고통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였다. 1993년에 출간한 장편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화해 199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
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위화현상 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1996년에 출간한 장편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을 위해
피를 피는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 세계 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10년간의 침묵 끝에 2005년에 발표한
장편 (형제)로 또 한 차례 전 세계적인 반항을 불러일으켰다.
1998년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 2004년 미국 반스 앤 노출의 신인작가 수상과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 생각하며
중국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전후한 민중의 험하고 고된 삶의 궤적을 유머스러운 바탕위에서 무겁게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아요.
허삼관의 매혈이 표현하는 삶의 현장은
매 때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돈과 매혈의 등식이 고통과 해방이라는 묘한 치환 관계를 만들고 있기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중국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소설에서 '매혈(피를 파는 행위)'은 단순한 화폐 교환을 넘어, 절대적 빈곤과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내는 숭고함이자 고통을 해방으로 치환하는 기묘한 생존 전략으로 다가옵니다.
​허삼관이 평생에 걸쳐 감행한 순차적인 매혈 과정과 그 구체적인 맥락을 짚어보면, 그의 피값(돈)이 어떻게 고통에서 해방으로 나아가는지 그 궤적이 선명히 보입니다.
​허삼관의 인생을 바꾼 순차적 매혈 과정
​허삼관은 평생 총 11번 피를 팝니다. 초기, 중기(문화대혁명기), 후기로 나누어 그 과정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청년기 : 존재 증명과 욕망의 실현 (1~2번째 매혈)
​첫 번째 매혈 (결혼 전): 삼촌의 고향에 갔다가 근룡이와 방씨를 따라 처음으로 피를 팝니다. 당시 마을에서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한 몸'을 가졌다는 증명이자 성인식 같은 통과의례였습니다. 허삼관은 이 피값으로 마을 최고의 미녀인 허옥란과 결혼을 합니다.
​두 번째 매혈 (10년 후): 큰아들 일락이가 동네 대장장이의 아들 머리를 돌로 내리쳐 병원비 독촉이 나오자, 그 보상금을 갚기 위해 피를 팝니다.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허옥란과 하소용의 아들)을 알게 된 후임에도, 가족의 파탄을 막기 위해 어쩔수없이 판 피였습니다.
​2. 중년기 : 문화대혁명과 생존을 위한 투쟁 (3~6번째 매혈)
​세 번째 매혈 (정情의 교환): 자신이 흠모했던 공장 동료 임분방이 다리를 다치자, 그녀에게 영양품(보약)을 사주기 위해 피를 팝니다. 이 매혈은 가족이 아닌 개인의 '정'과 '보상 심리'가 섞인 유일한 매혈입니다.
​네 번째 매혈 (대기근 시기): 문화대혁명 직전, 극심한 가뭄과 기근으로 온 가족이 몇 달 동안 죽만 먹고 연명하다가 가정을 살리기 위해 피를 팝니다. 이 피값으로 온 가족이 음식점에 가서 따뜻한 국수를 먹지만, 친자식이 아니라며 제외된 일락이가 가출하는 비극의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매혈 (자식을 위한 헌신): 하방(농촌으로 강제 이주당해 노동하는 것)을 간 큰아들 일락이와 둘째 아들 이락이가 몸이 상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기를 살려주고 대장(부대 지휘관)에게 뇌물을 주어 자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연이어 피를 팝니다.
​3. 장년기 : 목숨을 건 연쇄 매혈 (7~10번째 매혈)
​일락이의 발병과 연쇄 매혈: 큰아들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의 병원으로 실려 가자, 허삼관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하이로 가는 길목의 병원들을 거치며 목숨을 건 연쇄 매혈을 감행합니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린안, 백산, 운계 등의 병원을 돌며 피를 뽑다 결국 몸이 망가져 본인이 수혈을 받는 주객전도의 비극(매혈을 위해 수혈을 받는 아이러니)을 겪습니다. 이때 피를 팔러 다니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통의 극치'이자, 피붙이가 아닌 일락이를 진정한 아들로 받아들이는 '성스러운 구도'의 과정이 됩니다.
​4. 노년기 : 주체적 존재로서의 상실감 (11번째 매혈)
​마지막 매혈 시도: 세월이 흘러 자식들이 다 자라고 먹고살 만해진 노년의 허삼관은 문득 승리반점에 가서 '볶음 돼지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잔'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병원의 젊은 혈두(피를 관리하는 사람)는 그에게 "늙은이 피는 가구 가죽 칠할 때나 쓴다"며 거절합니다.
​허삼관은 평생 가족을 살려왔던 자신의 피가 더 이상 가치 없다는 사실에 대성통곡합니다. 이 마지막 시도는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명력과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던 행위였기에 거절당했을 때의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돈과 매혈의 등식: 고통과 해방의 치환
​"돈과 매혈의 등식이 고통과 해방이라는 묘한 치환 관계를 만든다"는 점은 이 소설의 핵심을 꿰뚫는 표현입니다.
고통의 물리적 전이: 허삼관에게 매혈은 자신의 신체적 고통(피를 뽑고 몸이 상하는 것)을 대가로, 가족에게 닥친 현실적 비극(배고픔, 병원비, 사회적 멸시)이라는 더 큰 고통을 해결하는 행위입니다. 즉, 내 몸을 깎아 타인의 고통을 소멸시키는 해방의 도구입니다.
​유머를 통한 비극의 정화: 위화 작가는 이 무거운 과정을 결코 신파조로 다루지 않습니다. 피를 많이 뽑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냉수를 마시고 소변을 참는 모습, 피를 뽑은 후 반드시 '돼지간 요리와 황주'로 보충해야 한다는 기괴한 규칙을 고수하는 모습 등은 독자에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 '희극적 장치' 덕분에 독자는 허삼관의 고통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며 카타르시스(해방감)를 느끼게 됩니다.

결국 허삼관의 순차적인 매혈은 격동의 중국 현대사 속에서 이름 없는 민중이 온몸으로 시대를 버텨낸 눈물겨운 생존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