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국가의 정치에서 정치의 지도자가 시민의 권리를 억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의의 개념이 성립될 수 없고, 그러한 정치 행위의 정당성을 누구도 부여한 적이 당연하게도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의 후반에 쓰나미 처럼 몰려 온 동구권의 반체제 운동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헤르타 뮐러는 루마니아의 국가 전체가 암울하게 몰락해 가는 상황을 힘없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숱한 비유와 암시를 통하여 작품에 투시하였다.
🍎🍎 민중들은 힘이 없어 약하게 저항하면서 빠르게 수그러들기도 하지만, 풀잎처럼 유약한 힘의 끈질김은 총과 칼의 무서움속에서도 되살아난다.
반짝이는 것은 눈에 띈다.
포플러나무 그림자가 강가 계단에 떨어진다.
그림자 모서리가 깨어지지만 물속에 잠기지는 않는다. 전차가 다리 위로 지나가면, 그림자들은 더 작은 그림자들을 수로속으로 내몬다. 숱이 많은 독재자의 앞 곱슬머리가 술이 적은 곱슬머리를 독재자의 뒤통수 쪽으로 내몰듯.
포플러나무의 빛과 그림자는 온 도시에 줄무늬를 만든다. 석판, 벽. 풀덤불, 강물과 벤치 들에 .
여름날 낮인데도 강기를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여름은 의미 없이 강가를 걷게 할 수 있는 계절인데도.
🍎🍎유리는 안을 관통할 수 있는 그릇이다.
국가는 그 정치 행위가 투명해야 한다.
투명새야 할 공간에 그것을 더럽히는 이는 독재자라 할 수 있고, 간절히도 건져내 버려야 할 대상이다.
카페 안. 맨 끝에 있는 탁자 옆에 집시 소년이 서 있다. 그는 빈 맥주잔을 자신의 얼굴 위로 들어 올린다. 거품이 천천히 흘러 내리고, 그의 입술에 닿기도 전에 그의 입이 거품을 꿀꺽 삼킨다. 그만 마셔. 넌 입이 없잖아. 이마로 마셔. 아디나가 큰 소리
로 말한다. 그러자 소년은 그녀의 탁자 옆에 서서. 일 레이"만 주세요, 라고 말하며 손을 신문 위로 뻗는다. 아디나가 일 레이를 맥주잔 옆에 놓자. 그가 동전을 조심스레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하느님은 당신이 아름답고 멋지게 살도록 도우실 겁니다. 그
애가 말한다. 그 애는 신에 대해 얘기하지만, 아디나는 햇빛 속에 있는 그 애의 얼굴에서 담황색 두 눈만 본다. 레모네이드 마셔. 그녀가 말한다.
유리컵 속에 파리 한 마리가 떠 있다. 그가 파리를 스푼으로 건져내 바닥으로 불어 버리고 스푼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 미래란 허울 좋은 장식이 되어 버렸다.
지금 이 순간이 급박스럽고 암울한 것이다.
이발사가 말했다. 한 시간전만 해도
함석장이는 내 이발소에 있었어. 내가 그 사람 면도를 해줬거든. 아직 그 물기도 다 마르지 않았는데 목매달아 죽었군. 이발사가 줄칼 하나를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풀 냄새 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밧줄을 자른 사람은 스스로 밧줄을 매게 되지,
그가 말했다. 풀 냄새 나는 남자가 팔 밑에 난로 연통 세 개를 끼고 밧줄을 가리켰다. 이것 보게, 밧줄은 온전하다고.
아디나는 목매달아 죽은 남자 옆의 바닥위에
납땜질한 냄비가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냄비 안에 칠해진 에나멜이 변색되고 갈기갈기 갈라져 있다. 파슬리와 러비지, 양파와 마늘,
토마토와 오이. 여름이 땅에서 만들어낸 모든 것 가운데 통마늘 한 개, 토마토 한 조각. 나뭇잎 하나가 변색돼 있다.
🍎🍎 아디나는 농가 도움을 주러 간 학생들에게 토마토를 먹게한다. 그 자리에서 집에는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일로 교장실에 호출 당하고 만다.
교장실 문 위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시곗바늘은 교사와 학생들의 왕래를 측정한다. 교장의 머리 위에 앞 곱슬머리와 검은 동공이 걸려 있다. 카펫 위에 잉크 얼룩이 한 점 있고. 진열장 안에 교장의 연설문들이 세워져 있다. 교장에게서 향수 냄새와 쓴 식물 줄기가 섞인 잎담배 냄새가 난다. 뭣 때문에 불렀는지 알고 있지요? 그가 묻는다. 그의 팔꿈치 옆에 다른 쪽으로 방향이 돌아간 달리아가 있고, 꽃병의 물은 탁하다. 아뇨, 왜 부르셨는지
모르는데요. 아디나가 대답한다. 그의 회색 눈썹이 얇게 찌푸려진다. 학생들이 토마토를 한 개라도 집에 가져가면 안 되니까.
할 수 있는 한 많이 먹어두라고 학생들에게 말한 적 있지요?
🍎🍎 아디나는 믿었던 친구의 애인이 정보기관의 압잡이인 것을 안 뒤로 친구외 멀어졌다.
그녀는 커피 열매 하나를 그의 반점 위에 올려놓는다. 퇴근하는 거예요, 그녀가 묻는다. 커피 분쇄기가 그녀의 목소리를 차단한다. 불꽃이 냄비 주변을 핥고,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녀는 커피 세 숟가락을 떠서 물속에 넣는다. 손가락이 젖지 않게 한다. 그러고는 주방 가스레인지 옆에서 서투르게 피아노를 치듯 숟가락을 탁탁 두드린다. 아디나에게 폭력을 가할수 있겠어요. 그녀가 묻는다. 커피가 부풀어오르고, 그녀가 거품을
숟가락으로 걷어낸다. 무슨 뜻이야, 그가 묻는다. 그녀는 거품을 빈 잔 두개에 흘린다. 무슨 말이지. 그가 묻는다. 거품이 모래처럼 밝은 색으로 숟가락에 담겨 있다. 아디나를 독살할 수 있겠어요. 그녀가 물으며 냄비를 불에서 들어 올린다.
🍎🍎 생활을 위해 일터에 있는 것인가?
생존을 위해 일터에 있는 것인가?
나의 일분 일초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집합, 번호, 모든 목소리는 제각기 피곤하다, 모든 입 앞의 호흡은 제각각 승이 막힐 듯한 동물이다. 이 열, 큰 사람들, 작은 사람들.
어깨에 삽, 장교가 외치며 열을 따라서 살펴본다. 돌가, 자네 삽은 어디 있나. 일리예가 손을 모자 옆으로 올리고, 한쪽 구두를 다른 쪽 구두에 대고 친다. 예. 장교 동지. 제 삽이 사라졌습니다. 장교가 집게손가락을 쳐든다. 그의 금니는 그의 얼굴보다 더 밝다. 찾아라. 그가 말한다. 삽을 못 찾으면 자네는 단위부대로 돌아갈 수없다.
우향우. 부대 앞으로 갓, 좌향좌, 우향우, 군인들이 탱크의 무한궤도 자국 옆에서 언덕 위로 행진한다. 언덕 꼭대기는 아래에서, 하늘은 위에서 그들을 삼킨다.
🍎🍎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어떡하면
돌아갈까?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언덕 뒤에 평평한 지대가 있다고 일리에는 생각한다. 그 평지아래는 어쩌면 밤에는 강이, 평탄하고 매끄러운 강이 된다고, 그래서 탈영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강변처럼 시커메질 거고, 그가 뛰
어내릴 장소는 그를 보지 못할 거라고, 그리고 강이 그를 날라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헤엄치면, 눈이 밤에 익숙해지고 장거리틀 횡단하면. 그리고 끝까지 횡단하면 손이 다른 쪽 강변에 다른 나라에 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기 전에 진흙 투성이 구두를 벗어야만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구두를 물에 뛰어내리기 전에 벗어야 할 거라고, 강변에서 구두끈을 풀고 구두를 벗어서, 묶인 구두끈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침에. 만약 낮이 똑같
이 명령과 함께, 이미 오랫동안 깨어 있던 금니와 함께. 일정이 그리고 음율하게 시작한다면, 만약 종대가 무한궤도 자국을 따라 언덕 위로 행진한다면, 이 구두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나무들과 까마귀들은 다시 숲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멀리 우체통에는 아디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 오랜 투쟁 끝에 독재자를 축출하였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리비우가 화면에 입맞춤한다. 널 먹어버리겠어, 널 먹어버리겠어. 그가 말한다. 그의 축축한 입맞춤이 흑백 하늘에 걸려 있다. 아디나는 늙은 남자들의 다리가, 빼빼 마른 두 무릎과 허연 장판지. 그리고 이제까지 없었던 듯 저 위쪽의 앞 곱슬머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본다. 파울은 모든 창문의 커튼을 열어젖힌다. 집 안이 너무 밝아서 벽들이 흔들린다. 각 벽이 방 전체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어린양이 문 안에 서 있다 가면서 습을 쉬고, 두 눈에 두 개의 둥근 눈물을 살리며 웃으면서 말한다. 교회 앞에서 경찰이 펜티 바람으로 매를 맞고 있어요. 장부계원이 그의 바지를 벗겼고. 목사가 경찰모를 나무에 걸었어요.
'독서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독서후기-2026(1) 헤르타 뮐러 소설-저지대 (18) | 2026.01.02 |
|---|---|
| 구름을 품어 버린 가포 수변 공원 일출 (10) | 2025.12.30 |
| 181권째 독서 후기 박경리 장편소설 녹지대2(p.1~340) (13) | 2025.12.27 |
| 180권째 독서후기 박경리 장편소설 녹지대1(p.1~360) (18) | 2025.12.25 |
| 179권째 독서후기 최인호 장편소설 상도 3(p.1~391) (17) | 2025.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