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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180권째 독서후기 박경리 장편소설 녹지대1(p.1~360)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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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경리

⛱️⛱️
박경리 작가의 장편소설 『녹지대(綠地帶)』는 1960년대 초 현대 사회의 허무와 부조리 속에서 길을 잃은 청춘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중에서도 '인애'는 작품의 비극성과 도시의 회색빛 절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인애를 중심으로 한 줄거리와 캐릭터의 특징을 정리해 봅니다.

🍎🍎 캐릭터 개요: 도시의 고독을 품은 인물
인애는 주인공 미정과 대비되는 인물로, 겉으로는 세련되고 지적인 현대 여성이지만 내면은 극심한 허무와 고독에 시달리는 캐릭터입니다.

큰일 났어, "큰일 났어요. 인애는 팔도강산을 바람 잡아서 떠돌아다닐 팔자라니까.
맞았어요. 아주머니, 방랑객이야. 얼마나 멋있어요."
인애는 그새 밥을 다먹고 밥상을 밀어내며 즐겁게 큰소리로 말했다.
"고삼 때 일이었어요. 난 등록금 갖고 도망갔었거든요. 대부도라는 섬에 말예요. 인천에서 똑딱선 타고. , 참 좋았어. 미칠듯이 좋았어. 겨울 바람이 휙휙 몰아치고,.....

🍎🍎허무속에서 고독한 방황의 공간
그녀는 '녹지대(순수하고 희망적인 공간)'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진흙탕에서 맨발로 서 있다.

그리고 편지를 띄웠다. 한 번도 회답을 받아보지 못한 그 습한 편지. 그러나 인애는 지치지 않고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쓸 때만은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돈다. 즐거워서, 슬퍼서, 온갖 마음의 그늘과 햇빛과 바람이
그로 하여금 편지를 쓰게 한다. 그 행복한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고 미소가 사라지는 것은 봉투에 '김정현'이라는 이름을 쓸 때다.
지난겨울 눈이 푸지게 쏟아지던 날 편지를 써서 붙이기 위하여 버스도 못 타고 우편국까지 걸어온 일이 있다. 너무 추워서 손이 얼어 글도 제대로 못 쓴, 그래서 장갑을 낀 채 편지를 썼다.
'슬픈 사람에겐 추억이 많고 즐거운 사람에젠 추억이 없습니다.'
그런 편지의 구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 희망을 바랄 수 없는 암담한 미래...나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것은 바람, 바람인 모양이다.

달은 여전히 혼자. 이제는 상점 지붕 위에 동그랗게 떠 있다.
와! 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가고 싶은 충동을 인애는 견디어내며 굵은 눈물만 떨어뜨리고 시화 액자를 겨드랑에 꼭 낀다. 절뚝거리며 그는 걷기
시작한다. 자릿자릿한 아픔이 다리에서 머리 신경에 와서 울린다.
손님 없는 상점이 쓸쓸하게 계속된다. 사진관, 이발소는 문을 닫아걸고 밀크홈, 잡화상, 술집에는 아직 불빛이 있다.
나는 바람이 길러준 아이, 바람따라 내가 간다. 누가 뭐래도 나는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으니까 니는 가는 거구, 만나고 싶으니까 나는 가는 거야. 날 쫓아낼 테면 쫓아내 봐. 나는 거리에서도 잘 수 있고 산 속에서도 잘 수 있고 외로이 떠내려가는 배 속에서도 잘 수 있고. 그, 그렇지
인애야. 정신 똑똑히 차려. 싸움터로 가는 거다. 자, 가까이 왔다. 네가 있는 곳으로 말이야. 네가 도사리고 있는 그 성곽으로 내가 가까이 지금가
고 있단 말이야.'


🍎🍎인애는 평범하고 성실한 삶보다는 강렬한 자극과 자유를 추구합니다. 그녀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현모양처'의 틀을 거부하지만,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은 도시의 유흥과 허무한 인간관계였습니다.

식모는 물을 떠 와서 인애에게 준다. 물을 켜는 인애 꼴을 물끄러미 바
라보고 있던 식모는

"에그머니! 다리가 왜 그러우? 피가 막 문었네."
하고 놀란다.

인애는 괴로운 미소를 띠며
길에서 넘어졌어요. 뼈가 삐었나 봐. 겨우 걸어왔어요."
거 약을 발라야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될결. 음, 데는 참쌀밥을 해서 붙이면 좋다더군. 나중에 찹쌀밥 해줄 테니 붙여요."
못마땅해 하면서도 식모는 언짢은 모양이다.
'내버려두어요. 절름발이가 돼서 서울 한 거리를 절룩거리며 다닐래요."
"기막힌 소릴 하는군. 큰일이야. 어쩔려구, 다 큰 처녀애가..."
"다 큰 게 아니구 다 늙었나 봐요. 시는 게 재미가 없어."
인애는 괴로운 듯 눈을 감는다. 간발의 일이 무서운 꿈처럼 그의 눈앞에 삼삼거린다.

🍎🍎 군중속의 고독, 백년의 절대 고독을 실천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나와 꼭 같은 인간은 없는 것일게다.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이 시간에 이 거리를 해맬 까닭이 있나. 전차표
한 장을 빈고 나온 사람들이지. 누구나 만날까 하고 막연히 기대에 사로
잡혀서. 하지만 똑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뭣을 하지. 피서지로 가야지,. 그래야 슬프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거야.'

인애는 턱을 괴고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린다. 자기 혼자만이 유리상자 속에 들어앉아서 지친 인생을 구경하는 사람처럼.

'모두 모두 지쳤어. 날씨 탓은 아니야. 외롭고 돈이 없었어. 나도 지치고 다 떨어진 구두를 매고 있는 이 노인네도. 한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모두 가난뱅이 친구들인데 어디 갔을 리도 없구.
녹지대에 들어박혀 있을까?'

인애는 별안간 사람이 그리운 생각이 울컥 치민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혼자 살아가는 특권을 가졌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까지 덤으로 보탰다. 하지만 그래봤자 고독한 존재라는 틀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시대적 상황으로서 전후 세대가 겪어야 하는 회색빛 삶은 그 순간 순간이 바늘이 몸 안으로 찔러 들어오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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