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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그리움

김장 양념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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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양념의 짧은 생각
디포리와 디포리의 뒤를 쫓는 멸치의 위에서 황태머리가 위엄을 내세우며 냄비속에서 보글보글 끓어 넘친다. 다시 그네들 사이에서 다시마는 춤을 추고 자로 잰 듯하게 썰어진 무가 하얀 숨결을 토한다. 생의 마지막 안무를 보여 주는 듯 온 힘을 쥐어짠다. 하얀 순백의 국화송이들이 부풀어 오르는 듯 하다가 다시물의 포말이 사그러 들면 들고 있던 작은 국자에 휘익 휘익 저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 맛은 초콜렛과 햄버그의 맛이 아닌 된장찌개의 맛에 가깝다. 짜고 달고 온 맛들이 신경 미각을 되살려 감각들을 초토화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다시물은 양념의 귀중한 토대가 된다. 다시물을 빼고 남은 황태머리와 무는 가끔 간식거리로 바뀌기도 하는데 내 입맛에 적당한 구미를 돋구기도 한다. 미리 담가 둔 찹쌀로 끓인 죽을 다시물에 더하고, 행여나 매운 횟초리에 상처가 날까봐 매실액과 새우젓도 힘을 보태 어깨동무를 하는 동안 방앗간에 매운 바람에 기절할 듯 매콤한 기운이 콧속으로 스며들어 기침이란 기침은 다하면서 빻은 고춧가루가 다시물과 만난다. 손가락이 벗겨져 가며 깐 마늘을 어깨어 그 위에다 올리고, 생강도 덤으로 얼마간 던져진다. 곧이어 볶은 통깨가 고소한 향을 내며 그 위에 흩뿌려지면. 대야 속에는 이제 양념이 될 갖가지 재료들이 화음을 낼 차례이다. 수 천년의 익숙함은 손의 맛으로 손맛으로 전해진 것이고 그건 누군나가 가진 소중한 백성의 자산이었다. 이제 그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손으로 덜 혼합된 재료들을 휙휙 돌리면서 고루 돌린다. 숨지 못한 새우들은 손끝을 미적거리며 지나친다. 적갈색의 양념이 묘한 함성을 내면서 드러나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이 감별사가 되어 양념을 찍어 입으로 가져온다. 아직은 어떤 특정한 맛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숙성이 되고 난 후에 절인 배추를 만나면 어떤 변신을 할 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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