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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조당집 제33조 혜능화상-2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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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15일에 머리를 깎고, 2월 8일 법성사法性寺에서 지광智光에게 부탁하여 비구계를 받으니, 그 계단戒壇은 원래 송 때의 구나발마求那跋摩 삼장이 세운 것인데, 그가 일찍이 말하기를 “후일 육신肉身 보살이 여기서 계를 받을 것이다” 한 곳이다. 양梁나라 말기에 진제眞諦 삼장이 계단 옆에다 보리수菩提樹 한 그루를 심고 말하기를 “120년 후에 육신 보살이 이 나무 밑에서 설법을 하리라” 하였는데, 과연 조사가 이 나무 밑에서 무상승無上乘의 법을 연설하게 되었다.
이듬해 2월 3일에 제지사를 떠나 조계曹溪의 보림사寶林寺로 가서 설법하고 도를 펴서 한량없는 대중을 제도하되, 한맛의 법 비[法雨]로써 학도學徒들을 두루 적셔 주었다. 신표信表의 가사는 전하지 않았으나 마음의 구슬을 분명하게 전해 주니, 도를 얻은 이가 항하의 모래 같아서 제방에 두루 가득했고 뭇별처럼 퍼져갔다.

그때 신룡神龍 원년 정월 15일에 측천효화則天孝和 황제가 대사에게 칙명으로 말하였다.
“짐이 성심으로 도를 흠모하고 간절히 선문禪門을 사모하므로 여러 산문의 여러 선사들을 궁중의 도량에 모으니, 수秀와 안安50) 두 대덕이 좌중에서 으뜸이었소. 짐이 매양 법을 물으면 재차 사양하여 말하기를 ‘남방에 능能 화상이라는 이가 있는데, 홍인弘忍 대사의 수기授記를 받았고, 달마達摩의 의발을 신표信表로 받았으며, 최상승의 법을 모두 깨달았고, 불성佛性을 분명하게 보았는데, 이제 소주韶州의 조계산曹溪山에서 중생들에게 마음이 곧 부처라는 법을 보여 깨우치고 있습니다’ 하였소.
짐이 듣건대 여래께서 마음의 법을 마하가섭에게 전하셨고, 그렇게 다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하여 달마에게 이르러 그 가르침이 동토東土에 전해져서 대대로 이어져 지금껏 끊이지 않고 있다 하였소.대사께서 이미 법을 받으셨고, 또 믿음을 상징하는 가사가 있다 하시니, 서울로 오셔서 교화를 베풀어 승속僧俗이 귀의하게 하고, 천상과 인간이 우러러보게 하시오. 그러므로 이제 중사中使인 설간薛簡을 보내어 영접하니,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빨리 왕림하여 주시기를 바라오.”

조사가 다음과 같이 표를 올렸다.
“사문 혜능은 변방邊方에서 태어나 성장해서 도를 흠모하다가 송구스럽게도 홍인 대사에게 여래의 심인心印과 서천西天의 의발을 전해 받고, 동산東山의 불심을 이었습니다.
이에 또 천은天恩51)을 엎드려 받자와 중사인 설간을 보내시어 저를 대궐로 들라 하시나 혜능은 오래 산 속에서 살았고, 나이를 먹어 풍질에 걸렸습니다.
폐하께서는 덕으로 만물을 감싸시고, 도道가 온 나라에 미치고 있으며, 창생蒼生을 양육하시고, 백성들을 인자하게 어루만지시니, 은혜가 천하에 가득하시고, 불문[釋門]을 흠모하신다 하니, 혜능으로 하여금 산에서 살면서 병을 고치고 도업道業을 닦아 위로 황제 폐하의 은혜와 여러 왕태자의 은혜를 갚도록 용서해 주시기 바라와 삼가 표를 올리나이다. 석혜능釋慧能은 머리를 조아려 아룁니다.”
이때 중사 설간이 조사에게 말했다.
“서울에 계신 여러 대덕들은 사람들에게 가르치시기를 좌선坐禪을 해야 비로소 도를 얻는다 합니다.”
조사가 대답했다.
“마음에 의해서 도를 깨닫는 것이지 어찌 앉는 데 있겠는가? 그러므로 경52)에서 말하기를 ‘누군가가 말하되 여래가 온다거나 간다거나 앉는다거나 눕는다 하면, 그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자로서 내가 말한 뜻을 알지 못한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여래라 함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기 때문에 여래라 하느니라’ 하였고, 또 말하기를 ‘모든 법이 공하므로 여래라 하니, 필경에는 얻을 수 없고 증득할 수도 없다’ 하였거늘, 하물며 앉는 것이겠는가?”

“도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없다. 밝음과 어두움이란 서로 갈마드는 것이다. 밝고 밝음이 다함이 없다는 것 또한 다함이 있는 것이니, 상대해서 이루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시기를 ‘법은 견줄 곳이 없나니,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하셨느니라.”
설간이 다시 말했다.
“밝음은 지혜에 견주고, 어두움은 번뇌에 견줄 수 있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이 지혜로써 생사의 번뇌를 비추지 않으면 어찌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조사가 대답했다.
“번뇌가 곧 보리이니 둘도 아니고 다름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혜로써 번뇌를 비춘다는 것은 2승(乘:소승)들의 견해다. 지혜가 있는 이는 애초부터 그리하지 않느니라.”
설간이 물었다.
“어떤 것이 대승인의 견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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