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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와 편지

받지 못한 편지들-2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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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흥환 엮음 받지 못한 편지

🦜도랑크 안에 현 내복 있겠으니 🦜
인민군 여전사가 고향 어머님께 드립니다.  

👉평양에 있는 인민군 여전사 최순옥이 고향 황해도 안악의 어머니 한테  쓴 편지다. ~전 상서'로 시작하기 일쑤인 다른 편지들과 달리 어머님께 드립니다로 시작했다. 공책으로 묶여 있던 종이 한 장을 조심스레 뜯어내 편지지로 쓴  듯한데 종이 앞뒤에 빼곡하게 연필로 글을 메웠으면서도 편지 자체가 말끔하고  정갈할 뿐만 아니라 글씨체 자체가 반듯하다.  10월 13일에 썼고 편지 부친 날이 10월 14일이니 평양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 알고 있거나 위험하다는 낌새라도 챗을 법한데 편지에서는 그런 위기  감이 전혀 풍기지 않는다. 더구나 이때 쯤이면 고향 황해도 안악은 이미 미군 수중에 들어 가 있을 때였다.(역자 이흥환 첨언)

👉 서신 내용
어머님께 드립니다  
보낸 서신은 금일에야 받아 보았습니다. 편지는 9월 17일에 본부  대 복지 교착하였으나 내가 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어제야 부대에 돌아와서 금  일해야 편지를 받아보고 회답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머니. 날이 가면 길수록 추위는 접접 탁쳐오고 모든 물자의 금액은 점점  오  더 따라가고., 참. 요즘 가정을 유지해나가기 얼마나 속을 썩이며 고통을 받고  있슈니까. 그러한 곤란 속에서 물론 가내 일동은 다 편안치 않은 줄 믿습니다.    물으면 물으새(물어볼수록) 더 내게는 큰 영향을 주게 되니 이 말은 그만두겠습니다.  어머님, 우리의 생활의 말을 들어보시요. 저는 어머님과 온 가족의 염려하시는 덕택과 따뜻한 배려로 아무 사고 없이 건강한 몸으로 용감한 인민군 용사로써 맹열히 적과 투쟁하며 하루 속히 평화의  조국을 찾기 위하여 나의 몸을 받치어 싸워, 비록 약한 여자의 몸이지만  남자와 같이 싸워 남자답게 죽음을, 어머님께 맹서합니다.  어머님, 금번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 순덕 언니가 나의 도랑크(트렁크)를 가져 갔는데 그 도랑크가 열쇠가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뜯고  서 도랑크 안에 우엣치(윗도리) 힌 내복(흰 내복)이 있겠으니, 추운데 그것을 원근에게 입히시요. 그러고 사용할 것이 있으면 다 끄내서 사용하여주시요. 저는  군대 내에서 월동 준비로 모든 것 일절을 다 탔습니다. 그러니까 나의 염려는  마시고 월동 준비를, 없는 것이지만, 만만하게 하고 나십시요.  그러고 어머님, 이모의 소식은 아시는지요. 참 답답합니다. 아시면 회답에  전하시요. 지금 언니는 어데 있는지요. 가족의 배급은 타는지요, 알고 싶습니다.
언니하고 헤어질 때 가정에 사용으로 쓰라고 돈 천 원을 언니에게 보냈습니다. 받었는지요. 회답에 전번 편지 기일이 오래 걸리어서 이번에는 군인 우편으로 하지 않고 시내 우편으로 합니다. 그러나 회답은 본부대(조선인민군 우편함 2530호)로 하여야 내게 옵니다  집은 아직 그 집에 있는지요. 세는 어떻게 되는지요. 원근이는 학교에 다니는지요. 순자도, 원찬이는 잘 자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편안하신지요. 어머님은 몸이 쇠약해 앓지나 않는지요. 각급(갑갑)합니다  요지음(요즘), 거기도 항공이 심한지요. 그리고 폭격하는지요. 우리 뜰 안에  다가는 아무 걸 못해도 방공호를 든든히 파두시요. 그리고 쌀금은 어떻게 하는지요.  
(상학 장소에서 씀)  1. 할아버지, 2. 할머니, 3.어머니, 4. 언니,5. 원근이 6. 순자, 7. 원찬이 온  가족의 건강을 축복하고 또 축복  (몸 건강하면 문제는 해결)  1950년 10월 13일 순옥 올림  

👉👉 세상이 변하여도 기저를 흐르는 부모와 자식관의 끈끈한 사랑은 여전한가 보다.
편지에서 표현되는 말 곳곳에 서로를 걱정하며 보듬는 말들이 넘쳐난다. 사랑에는 장애물을 놓을 수가 없다.
간절하고 애절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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