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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신동엽, 1967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덧붙이는 글/수카다르마
껍데기는 가라
살 떨리는 마지막 달도
사랑스런 시민만 남고
위선의 정치가와
권불무한욕에 침잠한 대통령은 가라.
의사당의 담장은
길이 아니었다.
길아닌 길을 가게 만든
껍데기는 가라.
길거리의 함성이
거짓과 진실을 버무린다 하여도
그 함성마저 외면하는
너희는 누군인가.
가진 이름마저 산산조각
내고서 껍데기는 가라.
거리에 나딩구는 낙엽에, 종이조각에
쓸고 쓸어 새길을 내듯이
오욕에 물든 의원의 낮짝이
훨훨 달아 올라 타오르는 날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남기고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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