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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허리를 바로세우고
다소곳이 앉아서
눈을 내리 감는다.
의식의 곳곳에선
내가 즐겼던 소설의 귀절이
내가 자주본 티비의 광경이
클로징 되는 이웃의 고운 얼굴까지
스치듯 머물듯 붙잡을 듯
내가 모르는 건
업의 발현이고
내가 아는 건
인연의 강도로 나타나는 것.
단지 눈, 뇌리, 감각의
의식에서 표출되는
가없는 허상에
나라는 놈.
나 아니란 놈.
그놈들 뜻대로
흐르지만 말고
숨쉬고 들이쉬고
이 순간에
오직 몰입할 뿐.
찰나에 다가오는
영겁의 선물을
누가 주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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