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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소식

꿈 이야기

by 돛을 달고 간 배 2019.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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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이다. 며칠 후 어머님 기일이라 공원묘지 산소에 들렸다.
나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표시 하나로 모든 행사는 일사천리 끝이다.
남이야 뭐라하든... 제법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무덤 중의 한 곳.
무릎을 꿁고 고개를 수그린다. 옆으로는 화장장에서 마지막을 알리는 내음이 흘러온다. 지금 가거나, 예전에 갔거나, 나중에 갈 어떤이도 피할 길 없는 철저한 법칙속에 나는 어떻게 지금을 살아야 하는지  자문해본다. 선함으로 악함으로 때로는 둘 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선한쪽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산소를 들르고 스님을 뵙기 위해 절로 향했다. 연말정산에 세금폭탄을 맞아 완화책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챙기기 위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옆에 앉은 안사람에게 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꿈이 색다르게 다가 왔었기 때문에...
내가 간 밤에 꾼 꿈은 이러했다.
산 봉우리가 연달아 셋이 솟아난 산이었는데 아름답기로는 홍도의 비경에 버금갈 정도로 암벽이 기이하면서 바다로부터 우뚝 솟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이었다.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앞쪽의 넓적한 바위 같은 곳에서 보고 있었는데 관망하는 바위는 사각형의 큰 암석이 자연스럽게 변한 곳이었다. 가만히 앞을 바라보던 나의 눈에 사각형의 바위 내부에서 꿈틀대는 물체를 발견하였는데 그것은 제법 큰 문어였고 그 옆에 작은 두 마리의 문어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는 옆에 있던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 문어가 어찌 있냐고. 그 사람이 말하길 어떤 날은 바닷물이 여기까지 차오르는데 아마 오늘이 물이 많이 차오르는 그 날 같은데 하필 문어가 물 빠질때 못 나간것 같다고. 나는 문어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문어가 나중에 물속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생각도중에 잠을 깼던 꿈이었다.
옆에 앉은 마눌님이 하는 말.
무슨 횡재수가 있나?

그 때 전화소리가?
뭐지?
호주에서 온 딸래미 벨...
전화를 받자마자 딸래미가 대성통곡하는 목소리...뭔가 심각한 큰 일인 걸 직감하며  딸래미의 자초지종을 듣기 시작했다.
내용은 저를 딸처럼 후원하시는 교수님 이 사모님과 의사인 아들과 같이 지인의 조문을 갔다 오다 트럭과 추돌하여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교수님은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학생을 지도하시는 분인데 물론 딸래미는 학부과정이지만 호주에 들어갈 때 부터 인연이 되어 그 교수님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호주에 아무 연고도 없는 우리의 입장에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분이 사고를 당하셨으니, 눈 앞이 핑 도는 것은  딸이나 우리 내외나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저는 어쩌면 좋으냐고. 그러면서 긴 시간을 울먹이는 것이 옆에서 들어도 안스럽다.  횡재수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하루  종일을 딸래미 미래와 교수님의 고마움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런 긴박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는데 저녁 8시 넘어서 전화가 왔다. 엄마! 교수님이 살아났대! 딸래미의 조금은 생기를 되찾은 목소리다.
정말? 제 엄마가 되묻는다. 아들인 의사가 깨어날 수 있다고 울고불고 하면서 열시간을 붙잡고 있다가 그만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려고 병원 직원이  교수님 의 몸을 가다듬는 순간 숨을 쉬는 걸 보고는 급히 아들을 불러 의식을 되찿고 있는 것을 알려 주었다고. 정말 아찔하고 혼란한 악몽이 다시금 기분 좋은 꿈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후기. 깨어난 교수님은 어느 곳에서  버스를 타고 캄캄한 터널을 지나 빛이 환하게 비추이는 곳을 가다가 여기가 어디냐고 말하자 어떤 힘에 떠밀려  그곳에서 내리는 순간 눈을 떠니 병원이었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말하는 바람에 정신이 이상한 취급을 받아 병원에서 며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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