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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그리움

빗장을 걸어둔 채

by 돛을 달고 간 배 200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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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쌀쌀해 지면 외근을 하는 사람들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몇겹의 옷으로몸을 둘러도 찬기운은 여전하게 몸 안까지 파고 든다. 이럴 땐 가급적 남이 나에게 말을 걸거나 괜한 관심거리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어 진다. 덜덜 덜린몸을 움추리면서 어느 빌라 정문을 통과 할 즈음 뒤통수를 후려쳐 오는 고함소리에 멈칫한다. 어이택배! 요즈음은 여간하면 모두들 배달하는 이는 전부 택배가 대명사가 되어 버린다." 몇호 가요" 602호요, 올라 가 봐요 있을 테니까..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묵직한 냉동 상자를 끙끙대며

끌고 602호 앞에서 딩동댕 벨을 눌린다. 응답이 없다. 다시 한번 눌린다. 그제사 누구세요, 하면서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새댁인 것 같은다소곳한 목소리가 들린다. 택배 가지고 왔어요. 어디서 온 택배인데요? 촌에서 왔군요. 그러면 잠깐만 기달려 달라면서 물을 연다. 열기는 열지만 쇠 빗장은 걸어둔 채 슬그머니 진짜 택배 배달인지 확인을 한다. 옷은 입은건지 벗은건지 구분하기도 힘들고

누구 봐 달라는 건지 좀 야할 만큼 차려 입고......퉁명 스럽게 잠이 들깬 목소리로 저기 안쪽에 놓고 가세요.... 무거운 걸 놓고 내려오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와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엘레베이트에 몸 실리기도 전에 찰칵 찰칵 찰칵 하는 삼중의 문 닫힘이 나와 세상을 단절시키는 것 같은 절규처럼 들린다. 아파트가 편하긴 편할거야자기 중심적인 생각대로 살 수 있으니까, 나름대로 생각하며 인간의 묘미 없음을 절감 한다고 할까...난 바같에서 일 할때는 어느 덧 인간이 아닌 물건을 충실히 가져다 주는 기계로 생각되어짐이 정말 서운하여진다. 인간미 넘치는 정이 그립다. 자물쇠 풀고 보물 창고에 든 행복을 같이 향유 할 사람들이 그립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서 내 앞을 스쳐가는 모든 사람은 소중한 고객임을 다시 생각해 본다. 적어도 인간과 인간을 차단시키는 것은 세상을 후퇴시키는 무서운 형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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