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생(前生) 죄업(罪業)의 과보(果報)를 입어 공지(공池)의 용이 되어〔공은 땅 이름이고, 지는 못이다. 중국 서 녘 가에 촉이라는 고을이 있으니, 촉에서 공이 가까운 것이다.〕 깊은 물 속에 있었는데, 여러해를 잇달아 가물어서, 못이 흙이 되거늘 내 몸이 하도 커서 숨을 구멍이 없어 더운 볕이 위에 쪼이니, 살이 덥고 속이 답답하여, 비늘 사이마다 작은 벌레가 나서 몸을 빨므로 괴로워 힘겨웠는데, 하루는 아침이 서늘하고 하늘에 광명이 훤하기로 바라보니, 오색 구름이 허공에 지나가거늘, 그 가운데 서상(瑞相)이 계시더니,〔서상은 상서로운 상이다.〕감파른 말이 달리되 전라(鈿螺) 빛이시고〔전라는 그릇에 꾸미는 빛나는 조개다.〕금빛 모양이 달님 빛이시더라. 산신령과 물신령과 수많은 중생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뻐하여 찬탄하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여, 하늘 향이 섞여 버믈어 곳곳마다 봄빛이 나더라. 나도 머리를 우러러,「괴롭습니다. 구해 주소서.」하고, 비니, 만령(萬靈) 제성(諸聖)이 날더러 이르시되,〔만령은 만만의 신령이고, 제성은 여러 성인이니, 여래를 모시고 가는 성인인 것이다.〕
「이는 서방 대성(大聖) 정각 세존 석가문불이시니,〔대성은 큰 성인이다. 문은 남 가엾게 여기신다는 뜻이다.〕이제 교법(敎法)이 중국에 퍼질 것이므로〔교법은 중생 교화 하시는 법이다.〕화신(化身)이 중국으로 가시는 것이다.〔부처님의 몸은 세가지로 말하나니, 청정법신 비로자나와 원만보신 노사나와 천백억화신 석가모니시다. 비로자나는 온갖 곳에 가득하다는 말이니, 진실된 성(性)의 근원이 맑으며 고요하여 헤아림과 이름이 없어 허공같이 비어서 무릇 보는 형체가 꿈 속의 형상 같으며, 듣는 소리가 메아리 같아서 있음과 없음이 다르지 아니하므로 번뇌의 근원도 깨끗하고 진실 공덕이 구비되어일체 법이 한 가지인 불성이니, 이는 중생마다 제각기 지니고 있는 제 성품이라. 이름도 없건마는 부득이 법신이라 하는 것이다.
원은 둥글다는 말이고, 만은 가득하다는 말이니, 여러 궂은 일이 다 없어서 덕이 다 구비되시므로 원만이라 하는 것이다.
보신(報身)은 부처님이 가장 귀한 인연으로 지극히 즐거운 과보를 타고 나셔서 자득(自得)하게 편안하신 것이다.
노사나는 광명이 가득차 비친다는 말이니, 지혜의 광명이 안으로 진실 법계를 비치시어, 당신이 수용(受用)하시고, 몸의 광명이 밖으로 보살을 비치시어 남이 수용하게 하시니, 수용은 받아 쓴다는 말이다. 당신이 수용하심은 여래께서 무수한 겁에 그지없는 복덕을 닦으시어 가없는 공덕을 일으키어 깨끗함이 늘 색신(色身)에 가득하여 맑음이 미래에 이어서 넓으며, 큰 법락(法樂)을 늘 수용하심이고, 남이 수용함은 묘정(妙淨)공덕신(功德身)을 보이시어 삼십이 상(相) 팔십 종호(種好)가 구비 되어서 섞은 것 없는 깨끗한 나라에 계셔 십지보살(十池菩薩)을 위하시어 큰 신통을 나타내셔서 정법(正法)으로 모든 의심을 결단하셔 대승 법락을 수용하시는 것이다.〔신은 신기하여 사람이 모른다는 뜻이고, 통은 지혜가 사무치어 막힌데가 없다는 말이다.〕
천백억은 백억씩 하기를 일천이라는 말이니, 만이 천이면 억이다. 일천 연꽃 위에 일천 석가가 계시고, 꽃마다 백억 나라이고, 나라마다 한 분씩 석가가 나시므로 천백억 화신(化身)이라 하니, 화신은 변화로 나신 몸이다.
꽃위의 석가는 노사나 화신이시고, 천백억석가는 화신이 염부제 보리수 밑에서 함께 성불하신 석가이시다.
이 법신 보신 화신이 다르지 아니하므로 성(性)의 근원에 이른다면 법신이고, 지혜를 이룬다면 보신이고, 지혜 쓰심을 이룬다면 화신이니, 지혜의 근원 성체(性體)와 맞아서 큰 씀을 이르는 것이다. 진실의 법신이 허공 같아서 본래 형체가 없건마는 세간의 중생을 위하여 깨끗한 나라와 더러운 나라와 제각기 기질에 따라서 화신을 보이시어 교화하심이 물에 비친 달과 같으신 것이다.
화신이 보이셔도 근원이 없으신 것은 달 그림자가 진실한 달 아님과 같은 것이다. 연꽃이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럽지 아니한 것은 진실한 법계는 세간법 안에 있어도 세간법에 더럽혀지지 않음을 비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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