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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독서후기(2026-14) 문성실 장편소설 신비소설 무巫 7 예정된 이별의 시간

by 돛을 달고 간 배 202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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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성주의 기억이 회복되자 그에게 악마의 혼령이 나타나게 되고, 승덕은 성주를 사랑하지만 이생에서 오롯이 놓아주어야만 성주의 혼령이 편하여질 것이라걸 알아차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말문을 닫은 정연, 그나마 자기편이라 생각했던 새엄마가 아빠와 재혼을 하자 더더욱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 쭉소시킨다. 그러던 중에 찾아 온 동생이라는 이외의 선물.

말랑말랑한 살결이 정연의 볼로 전해졌다. 따끈따끈한 호빵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도.... 동생아...."

정연은 자신도 모르게 아기의 얼굴에 살짝 입술을 갖다댔다.
입술 사이로 보드리운 아기의 볼이 오물오물 전해졌다. 너무너무 보드라운 느낌에 입술이 간질간질, 팔다리가 찌릿찌릿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사실 정연은 아기를 참 좋아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기를 좋아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는 몇번이나 동생을 낳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인형을 업고 다니며 엄마 흉내를 내던 때가 떠올랐다. 그런 걸 지금껏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가야~.

정연은 아기를 안은 모습을 거울에 비취보고 싶었다. 그래서 새엄마가 쓰는 안방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 속에 단발머리의 여학생과 그 팔에 안겨 있는 작고 연약한 생명이 비쳤다. 아기는 정연의 동생이라기보다 정연의 아기 같았다.p.21

🍎🍎 낙빈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소녀의 곁에 머무는 혼령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혼령의 중계자가 된다.

정연은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들고 소년에게 물었다.
"누나의 친엄마요.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말이에요. 그분이 부탁하고 계세요."
"뭐? 그게 무슨."
정연은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이 아이의 말이 점점 사실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정말로 엄마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새엄마는 좋은 분이래요. 이제 친엄마처럼 믿고 따라주길 바란대요."
"아, 아냐. 그럴 수 없어! 그건 엄마를 배신하는 거야!"
정연은 머리를 흔들었다. 정연에게 엄마는 한 명뿐이었다. 언제나 손을 잡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던 엄마. 언제나 정연의 머리를 묶어주고 땋아주던 엄마. 엄마가 그런 말을 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잊으면...새엄마를 엄마라고 여
기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할까 싶었다. 지금껏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새엄마가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엄마를 배신할 수는 없기에.
"그건 배신이 아니에요. 아줌마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래요. 동생이랑 아빠랑 새엄마랑 한 식구로 잘 살아주길 바란대요. 그래야 아줌마가 진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래요."

"거짓말! 그럴리가 없어! 난 엄마를 잊지 않을 거야! 내게 엄마

는 우리 엄마뿐이야!"p.30

🍎🍎 정연은 아직도 엄마의 목소리가 그립다.
자신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그 목소리가 존재한다.
낙빈은 엄마가 새엄마와 아빠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주라고 한다. 정연에게 낙빈은 엄마를 이제는 보내드려야 한다고 애기를 한다.

"누나, 아줌마는 그만 떠나야 해요. 기운이 약해지기 전에,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보내드려야 해요."
하얀 한복을 입은 아이의 손이 정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르는 눈물을 달래는 그 손길은 분명
엄마의 손보다 작고 어렸지만 어쩐지 엄마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속상한 일이 있어 얼굴을 파묻고 우는 정연의 머리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던 엄마의 따
스한 손길 같았다
그러니까 누나, 집으로 돌아가세요. 다른 생각 말고 새로운 식구들과도 잘 지내도록 해요. 아줌마는 누나가 새엄마랑 아빠랑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거래요.
".... 으응, 용!"
정연은 얼굴을 고문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지만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만 같았다. 고집스럽게 엄마를 놓아주지 않아서 거리를 떠도는 가였은 부랑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지금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
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연은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휴대전화와 이어폰을 백팩에 넣고 어깨에 메려다가 소년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엄마가 여기 있어?"
"네, 누나 앞에 서 계세요. 누나를 보고 계세요."p.33

🍎🍎 새엄마와 애기에게 정연은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고 엄마를 보내드린다. 엄마 잘 가 좋은 곳으로.

"새엄마, 아빠. 혹시 아기는 천 리를 본다는 말 아세요?"
"뭐?"
뜬금없는 말에 두 사람 모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정연은 빙굿 웃으며 초점 없는 아기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 끝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있다. 아기는 정연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더니 조금씩 눈동자가 돌아갔다. 머리 위로, 천장 위로... 정연은 아기가 바라보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기의 초점 없는 눈이 방문을 지나 저 멀리로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 동안 먼 곳을 보던 아기가 다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정연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는 정연의 어깨 너머가 아니었다. 머리카락도 아니었다. 동그란 회색 눈동
자가 분명 정연의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와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연은 알 수 있었다. 이제 아기의 눈을 사로잡던 엄마의 영혼이 정연의 곁에 없음을. 이제 엄마는 가야 할 곳으로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안녕 ...'

정연은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작별이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니, 슬프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엄마가 선물한 또 다른 소중한 가족들이 정연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p.55,
아기는 천 리를 본다

🍎🍎 성주는 죽어서 왔기에 다시 그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승덕도 그것을 알지만 감히 그런 결정을 선뜻 내릴 수는 없다.

승덕은 천신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찾잔을 기울이며 아무런 말이 없는 동안에도 승덕의 눈은 무심코 성주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의 눈이 자석처럼 그녀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걸 천신이 알아챈 것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저 아이가 잠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삶의 여행을 말이다
승덕아, 여행자에게 깊은 정을 주면 남은 사람만 오랫동안 고통을 받는다.

천신은 겨우 가족의 상처를 극복한 승덕이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주가 온 이후 승덕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승미에 대한 지독한 죄의식에서 조금씩 해방되고
있었고, 더불어 사라진 죄의식만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마주하기를 꺼려했던 마음속 상처들이 그녀를 통해 치유되고 있었다
천신은 그 상처들이 다시 벌어질까 심려하고 있었다. 한 번 벌어졌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리저리 찢겨서 생채기가 날까 염려했다. 승덕은 천신의 말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가슴 한편이 시렸다. 천신마저 성주를 반
은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안타까웠다.p.121. 저주를 부르는 눈동자

🍎🍎 미나가 급작스런 병고에 암자의 일행들은 미나의 집을 방문하여 이상한 병명의 근원지를 찾던 중 성주는 방에 걸린 액자에서 목걸이를 보고는 두려워한다.

그런데 성주가 떨리는 손으로 그 사진을 가리켰다. 승덕도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사진 속의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도하는 미니의 가슴 아래까지 늘어진 목걸이였다
"저 사진 속의 목걸이는 어디 있나?"
성주의 손가락 끝을 바라본 건 승덕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지 천신 역시 성주가 가리키는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신은 성주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천신은 미니
의 어머니에게 그 목걸이의 행방을 물었다
클로즈업된 미니의 얼굴 아래 흐릿하게 비치는 커다란 금속 목걸이를 보는 순간 승덕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에 몸을 떨었다.
'저것은.
그사진은 미니가 편지에 동봉한 브로마이드에도 들어 있었다
열두 컷 중에 여신을 형상화한 듯한 그사진이 분명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승덕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어디선가...p.141


🍎🍎성주는 알 수없는 공간에서 부모와의 기억을 소환하지만, 귀면의 눈동자가 깨어나게 되는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언제부터 성주의 이마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귀면의 눈동자가 불행하고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는 것도 느껴졌다.
"성주야 왜."
승덕은 다리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제 안에 이런 것이 있어요 미안해요. 저는.
벗어날 수가 없어요.
승덕은 지끈거리는 편두통을 느꼈다. 오른쪽 관자놀이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심한 고통으로 욱신거렸다. 갑자기 눈앞까지 흐려졌다. 푸른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의 승미가 흐려진 눈앞에
나타났다.
오빠, 내 안에 악마가 사나 봐요.
그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성주의 목소리와 겹쳐졌다. 어린 승미가 서글픈 눈으로 승덕을 바라보았다. 승덕은 또다시 그 어린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니야. 도와줄게. 할 수 있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오빠, 안 돼요. 나는... 안 돼요. 이게 나를 삼켜버렸어요" p.311. 돌이킬 수 없는 선택

🍎🍎 결국 저주의 눈동자를 없애는 건, 눈동자를 품은 성주가 깨끗하게 죽어가는 길 밖에 없다. 그 죽음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흑단인형이다.

까무러칠듯 울고 고함을 치는 정희 곁에서 미덕은 그 얼굴을 보았다. 승덕은 분명 심장으로 붉은 피를 쏟아내면서도 한없이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와 함께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은 성주의 얼굴도 보였다. 그녀 역시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승덕과
함께 심장을 관통당한 그녀는 심장과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미덕이 보았던 그녀의 표정 중에서 가장 편안해 보였다
"오빠, 제발 ... 성주 언니, 제발 ...!"
정희는 이미 가망 없는 줄 알면서도 두 사람의 손을 놓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정희는 있는 힘을 다해 희생보살에게 의지했다. 그들의 상처를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도저히 두 사람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희 덕분인지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승덕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승덕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심장에 구멍이 뚫린 탓에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는 소리 없이 입술
만 움직였다.
"시. ... 싫어, 싫어."
미덕은 무릎을 꿇었다. 어린 미덕도 모든 것이 끝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물어보든 막힘없이 대답해주턴 백과사전 같은 큰오빠가 이제 다시는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p.344.돌이킬 수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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