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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계엄령의 밤-김성종 장편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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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경찰관 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1974년 <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공모에 최후의 증인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평균 시청률 44,3%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여명의 눈동자)의 원작자이며, 명실공히 한국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주요 작품으로 "최후의 중인"  "여명의 눈동자" " 일곱 개의 장미송이"  "제5열" "미로의 저쪽" "제5의 사나이" "아름다운 밀회" "국제열차 살인사건" " 백색인간" "비밀의 연인"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안개의 사나이" "후쿠오카 살
인" " 늑대소년 다루" "달맞이언덕의 안개" "해운대.그 태양과 모래" 등 50여 편이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회색의 벼랑" "어느 창녀의 죽음" "고독과 굴욕" 등이 있다. 후학 양성과 추리문학 발전을 위해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세계 최초의 추리문학관'을
세웠으며, 이는 우리나라 문학관 1호로 해운대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추리문학대상, 봉생문회상, 부산시문화상, 부산MBC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추리문학관 관장으로, 4층에 있는 그의작업실에서 작품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차 례
작가의말

절름발이창녀
도망자
빨갱이사냥
쓰시마
끓는 물
이별
안가에서
밤의여신-검은장미
납치
배신
흑백사진
암살음모
편지
천사의분노
연인
밀 항
또하나의 사진
어두운 밤의 미로에서

🌐🌐나의 도망과 창녀

밤 11시가 가까운 종로 거리는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에 썰렁해 보였고, 어둠과 함께 고인 물 같은 적막감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거기다 비까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오늘 밤은 어디서 자지? 그는 무심코 자신에게 물어보고 나서 자신의 초라한 신세에 화가 났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됐지?
🦜🦜
80년대 계엄치하 나는 요주의 인물로 끈질긴 추적을 당한다.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 내가 암살범이고 간첩이란다. 암실 모의는 했었다. 더러운 세상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졌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배신으로 동료들은 죽고 나만 쫓기는 신세다.


현상수배~서문도~결정적 정보~2천만원

마담이 방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영미는 문도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빨리 도망가세요! 마담 언니가 오빠를 간첩이라고 신고했어요! 경찰이 곧올 거예요! 빨리 도망가요! 그리고 이거, 은혜 언니연락처예요."
그녀는 신문 호외에다 전화번호를 갈겨썼다.
당황한 문도는 신문지를 찢어내 주머니에 쑤셔넣은 다음 영미의 어깨를 꼭 안아주면서 고마워." 하고 속삭였다.
🦜🦜
도망자가 되기 전에 자주 가 안면이 있는 다방에서 잠시 있는 동안에 마담이 영미에게 간첩신고를 하라하고 영미는 모르는 척 하면서 은혜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얼른 가라고 한다. 은혜는 그의 아내이다.

탕! 탕! 탕!

머리 위에서 다시 총소리가 났고, 이어서 호각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그는 미친 듯 골목으로 내달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을 무작정 달려갔다. 숨이 턱에 닿아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자 건물 참에있는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총소리도 호각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추격자들을 따돌린 것 같았다. 그때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앵~
🦜🦜
날은 이미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간인데 난 추적을 피하여 필사의 도주를 하고 있다. 사방에 계엄군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총을 손에 든 그들은 정의를 집행하는 집행관이다.

"아들 낳고 어느새 30여 년이 흘러 내 나이가 벌써 쉰둘이 됐어요. 쉰둘이라구요.

그녀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떨리는 손으로 잔을 집었다.

"그럼 저 사진에 있는 아기가 바로 그때 낳은 아들인가요?"
문도는 책이 놓여 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면서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가족사진 맞죠? 사진에 있는 젊은 여자하고 아줌마하고 닮았어요."

🦜🦜
아기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났고 남편은 그 때 죽었어요. 빨갱이로 몰려서 죽고 나도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니 애마저 사라졌어요. 남은 건 남편이 남긴 사진 한 장. 뒤에는 조용수 군의 첫돌이라 되어 있다.

🌐🌐 시체와 쓰시마 외삼촌

일찍이 일본에 커화한 외삼촌은 이름도 일본식으로 요시다 고이치로 바꾸고 철투철미 일본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육심쯤 된 그는 빠칭코로 돈을 빌어 그것을 밑천 삼아 다른 일에도 손을 대 지금은 대단한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문도가 보기에 요시다 삼촌은 야쿠자 조직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누
가 말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느낌으로 와닿은 생각이었다.
그 앞에서 머리를 짧게 깎고 여지저기 문신이 있는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허리들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다고 본인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번은 외삼촌이 위독하다고 해서 병원으로 급히 달려간 적이 있었다.병실 앞에는 인상이 험악한 사내들이 살기 어린 표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
쫓기는 문도는 외삼촌에게 연락을 하고 밀항선을 탄다. 외삼촌을 만나고 그의 일을 배우라고 한다. 때마침 J의 비서격인 검은 장미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질 즈음,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검은장미를 납치해 J의 불륜설을 퍼뜨린다. 납치된 검은장미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고 문도는 분노한다.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감미로우면서도 너무 애절했기 때문에 그 여운을 음미하고 싶은 듯 그들은 침대에 들자마자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상대의 몸을 파고들었다. 한바탕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났을 때 그녀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나할말 있어요"
그는 길게 하품을 하고 나서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뭔데? 말해봐요."

"저가....... 나아기 가졌어요"
뭐어?"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오늘낮에 병원에 갔었는데...... 3개월 됐대요."
🦜🦜
검은장미의 이름은 세희이다. 정보기관에 납치되어 죽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가 사랑한 사람은 서 문도였다.
문도를 입양한 서씨는 조그만 배를 하나 가지고 고기잡이를 했는데. 문도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세가 기울어 생활이 쪼들리는 것을 알게 된 상기는 서씨 집을 찾아가 그 부인에게 자신이 문도 외삼촌으로 그 애의
장래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문도를 대학까지 보내줄테니 격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 말대로 그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책임감을 느낀 데에는 불쌍한 누이에 대한 최책감이 무엇보다도 컸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누이가 감옥에 있을 때 두번인가 면회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누이는 그에게 자기는 잘 있으니 걱정 말고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몇 번이나 말
했었다.
🦜🦜
문도는 외삼촌으로부터 내가 입양된 이유를 듣고 있었다. 아, 암울한 나의 과거여!
너를 안고 있는 사람이 네 아버지다. 옆에 있는 여자는 어머니고 .... 처음 보는 거라 놀랐을 거다.'
온몸이 부들부들 걸려오는 바람에 그는 액자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내려놓자 그 위로 뜨거운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쓰다듬으면서 좀더 심하게 와들와들 떨어댔다.
"저, 정말입니까? 이, 이이 여자가 제 어머니란 말입니까?"
"그래.네 엄마야. 내 누이동생이기도 하고."
요시다의 목소리도 침통하게 잠겨 있었다.
"두 분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모두 죽었어. 그래서 널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낸 거야"
문도는 고개를 흔들면서 액자를 집어들고 일어섰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이 여자를 봤습니다! 얼마 전에 봤어요."
🦜🦜
외삼촌에게 창녀가 된 엄마를 만났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좀 더 빨리 나의 부모에 대해 알지 못했나. 외삼촌은 나의 친부모에 대하여 빨리 알려주질 못했을까?
엄마라니, 하루 밤을 같이 지낸 늙은 창녀가 엄마라니. 엄마를 만나려 서울에 다시 가야겠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무서
운 눈으로 노려보는 바람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요 앞에서 죽었어요. 죽은 지 한 달쯤 됐어요."
한 달쯤 전이라면 그와 혜어지고 나서 얼마 안 돼 죽은 것같
있다.

'왜... 왜 죽었나요?"
"계엄군 총에 맞아 죽었어요.
"뭐라 구요?"
마침 학생 하나가 집으로 도망쳐 들어오자 되돌아 온 계엄군이 등에다 총을 썼어요. 그 학생이 쓰러지자 목화 언니는 피를 흘리는 학생을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어요.  
🦜🦜
엄마가 대학생 시위자를 구하려다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단다. 시신이 안장 된 곳이라도 알려고 경찰서에 들어갔다가 수배자인 것을 발각당하고 그는 쓸쓸히 총에 맞아 죽어간다. 은혜에게 애기와 함께 보자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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