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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체르노빌의 아이들/ 히로세 다카시 (2025-61)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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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세 다카시
주류 언론에서는 쉬 제공하기 힘든, 세계 각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중대 사건들의 배경이나 주 인물들의 감춰진 이력을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고발해온 덕분에 '1인 대안언론' 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이 발언한 내용만큼이나 그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작가인 동시에 일본 우익과 재벌의 공공연한 위협과 폭력에 항 거하는 반핵평화활동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심지어 핵 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전력의 전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을 직접 뜯어고칠만큼 1980년대 초반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그의 저서들은 출간 때마다 날카롭고도 불편한,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진실로 가득찬 걸작' 이란 평가와 합께 사회적으로 센세 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1년만에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르포소설 형식의 <체르노빌의 아이들>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육후면 옮김
경남 삼천포 출생. 후따바 일본어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정치신문사 편집기자로 활동하다가 현재 출판기획과 번역자로 활동중 옮긴책으로는 (도련님) (사양) (열한 살 우리 오빠)가 있다.


차례
운명의 금요일 7
죽음의 대초원 23
둘째 날 방의 방문객
위험지대로부터의 탈출 57
외로운 소년 73
검 문 88
병 동 104
수색 130
키예프의 하늘 아래 136
탈 출 52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166

🌐🌐자본주의와 핵에 대한 생각
타인에게 베품이 없는 욕망은 위험하다.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욕망이 날개를 펼 때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동반하여 무기가 생산된다. 살아있는 존재는 이미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적이 된다.
이러한 이면에 있는 핵이라는 존재는 욕망이 이글거리는 정치가들에겐  생활의 편리를 추구한다는 미명 아래 국민을 호도한다.

🌐🌐가족
🧘‍♂️
이반
이윽고 폭발한 건물에서 치솟는 새빨간 불길은 뱀의 혓바닥처럼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밤하늘에 날름거렸고 불길이 흔들릴 때마다 사각 콘크리트 건물의 새빨간 건물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춤추는 것처럼 보였는데, 건물 중심부에서 하늘로 뻗어 있는 굴뚝은 새의 가느다란 목처럼 보였고 그 좌우에 있 는 구조물은 양쪽 날개처럼 보였다.
열다섯 살의 소년
이반은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 켜보고 있었다.

🧘‍♂️
타냐
엄마 타냐였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엄마, 발전소가 불바다가 됐어요. 우리 어떡해요?" 줄곧 창 바깥만 쳐다보던 이반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선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타냐는 그런 아들을 달래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
안드레이
한동안 모자는 말없이 서로 불안한 눈길만을 주고받았다 전화가 불통이야!" 아빠 안드레이가 두 사람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거칠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네사를 깨워서 대피할 준비를 합시다 . 어서, 타냐!
일단 아이들을 살려야 하잖소."

나는 당분간 여기 남아 사태 수습을 도와야 된다오. 나는 남자잖소. 게다가 책임자 중 한 사람이고. 지금 이곳을 떠난다면 비겁한 놈이 되는 거라오. 일반 직원과 다르게 난 책임질 일이 있소. 자, 그보다 어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먹을 것과 갈아입을 옷도 어서 준비해요. 이반, 이네사 알았지? 무슨 일이 생겨도 될 수 있는 한 여기서 멀리 가야 한다. 그러면 괜찮을 거야. 아빠 말을 명심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렴. 제발, 타냐. 부탁하오.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반, 엄마와 동생을 잘 보살펴라 부탁한다 안드레이는 아들의 손을 세게 움켜쥐고 머리를 가슴팍에 껴안았다. 이대로 시간이 영원히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인 채
'어쩌면 이것이 내 아들과의 마지막 포옹이 될지도 모 른다. 그래, 나는 왜 여태껏 이런 작은 행복을 맛보며 실지 못했을까. 있는 힘껏 내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가 기껏 내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란 말인가... . '

🧘‍♂️이네사
이네사는 이제 겨우 열한 살이었다. 타냐가 딸을 안아 올리려는 순간,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단란한 가족이 어느 순간 발전소의 폭발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인 안드레이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전소로 돌아가면서 가족과 재회할 것을 약속하지만 이미 그 약속은 지키지 못 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핵폭발에 안전한 자 누군인가?

주민 여러분들은 최소한의 짐만 챙겨 신속하게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소방대가 계속 진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들을 먼저 대피시키십시오. 또 한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약은 받는 즉시 복용시켜 주십시오. 모두들 우선 창문부터 완전히 닫으십시오

🙏🙏 대형 사고만 등장하는 거짓 해명, 책임 회피용 지시는 어느 곳이나 대동소이하다.

문득 땅바닥을 훑어보았다. 땅에 떨어진 새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새는 꿈틀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반과 이네사가 이 공기 속을 그냥 걸어 나온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아 다녔을 새가 지금은 이토록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 이곳은 얼마나 위험한가 '혹시 이반과 이네사도....'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안드레이의 뇌리를 스치며 머리칼을 곤두서게 했다.

🙏🙏전쟁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매일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미국을 보더라도 총기 규제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자본의 힘에 매몰되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음이다. 그런데 핵 발전소 같은 곳은 우리들의 생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이해타산을 지닌 곳이고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의사 이그나첸코는 여전히 여인의 곁에 서서 불과 생후 팔 개월 만에 생을 마감한 갓난아기의 주검에 엿보이는 증상을 살펴보려 했다. 그때, 갓난아기에게 접근하는 그의 손길을 누군가 거칠게 가로막았다. 어느새 나타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등 뒤에 있었다. 그 중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여인의 어깨에 손을 없고서 명령조로 말했다.
빨리 묻어 버리시오!"

🙏🙏 왕조시대에 역병이 번져 나가는 것 처럼,
숨기고 싶을 것이다. 혼란을 숨기고, 죽음을 숨기고, 삶의 행위마저 숨겨야 되는?

'모두 죽었어!
농장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는 그들의 쓰라린 심정을 그 대로 다른 이들에게 전해줄 만큼 생생한 것이었다. 말그대로 하천으로 떠내려 온 죽은 양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실로 수십 마리에 달했다. 아마 이 부근만 해도
실제 피해는 이보다 몇십 배에 달할 것이다. 이제 농장까지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이때까지 냉혹한 태도로 피난민들을 대했던 군인들마저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누출된 방사능 가스의 직접적 노출로 죽은 게 아닌 방사능에 의한 시력저하, 근육의쇠약, 목초의 오염 등이 큰 원인이였다.

나무들은 그 빗방을을 흡수하며 쑥쑥 커갔다. 또한 그 빗 방울은 땅에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웅덩이는 이윽고 넘쳐 개울이 되었다. 그 개울은 주변 농토에 물을 대주는 저 덮인 나무들을 씻기고 다시 땅으로 스며들었다.  산간지대에 많은 비를 뿌렸다. 그 빗방울은 죽음의 재로 된뒤 나아가 핵구름은 우뚝 솟은 이 산 저 산에 부딪히며 저수지로 흘러 들어갔다. 저수지의 물은 논과 밭을 적셔 주 었고, 봄을 맞이한 농토는 싹을 튀우기 시작했다.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오겠지



🌐🌐모두 저 곳에서 만나

결국 안드레이는 꼭 다시 만날수 있다고 이반과 이네사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억지로 안심을 시키고서 야 아이들을 아래층으로 내려보냈다.

안드레이가 짐짓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타냐.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워. 당신은 세상에 서 가장 멋진 여자야.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야 해요. 약속 지켜요.
안드레이, 이네사 얼굴을 한번 더 봐야죠.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요. 여보, 꼭 돌아와야 해요. 꼭. 타냐는 북받치는 슬픔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지켜질 수 없는 약속. 누굴 원망해야 하나

이반의 눈길은 해질 무럽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쫓고 있었다. 소년의 눈에 다시 어둠이 찾아들었던 것은 이때였다. 바라보고 있던 하늘과 벌판의 풍경이 점차 둥그스름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점점 유리 구슬을 통해 바라 보이는 것처럼 완전히 구형으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동그란 영상은 점차 기분 나쁜 회색으로 덮이며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스르르 줄어들어 갔다. 그리고 동그라미가 점차 작아져 마침내 온통 회색으로 덮였을 때, 이반의 시야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귀에 울리는 헬리콥터 소리만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이제
이반의 눈 앞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
폭발 과정을 눈으로 본 것이 실명으로 먼저 다가 온다.

타냐는 이반이 말없이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지금으로선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이네사가 걱정될 뿐이었다. 타냐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손에 꼭 쥐고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찰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홈칫했다. 아무런 통증도 없이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손에 묻어 나왔던 것이다. 여태까지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타냐는 혹시라도 아들이 봤을까 싶어 얼른 고개를 돌려 이반을 살펴보았다. 이반은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아빠 안드레이가 가고, 엄마 타냐가 가고, 오빠 이반이 가고, 잠시 행복한 마음을 함께 나눴던 드미트리도 가 버렸다. 이네사는 가슴이 뻥뚫린 기분이었다. 오빠와 헤어질 때는, 강제로 헤어져야 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완전히 혼자 버려졌다는 공포감이
이네사를 덮쳐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허무하고, 사람에 대 한 애착도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희망이 사라 지는 듯했다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해요. 아빠, 오빠는 어디 있죠?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전부 보고 있으니 알잖아요. 그러고 보니 아빠한테 작별 인사도 못했네요. 하지만 이제 아빠한테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아빠. 오빠를 찾아서 구해낸 다음에 ...... 그때 그 순간, 소녀는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져 오는 것을 느 꼈다

'어서 들어와. 오늘도 늦었구나 동생의 표정을 살피던
안나는 타냐를 얼싸안았다 "기운을 내. 나도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모르겠어 "
사라져 버리다니요? 아이들은 반드시 살아 있어요. 어딘가에 갇혀 있을 뿐이에요. 행여나 사라졌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제발.

이제
내가(이반) 할 수 있는 건 생각하는 것뿐이야. 나는 이제 곧 아빠 곁으로 가겠지. 그 전에 엄마와 이네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고맙습니다, 엄마. 행복했어요.  그래. 식구들과 있을 때 나는 행복했어요. 걱정마세요.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땐 식구들 전부가 모일테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게 남은 모든 시간을 생각하며 보내고 싶어요. 엄마, 마지막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 행복이란 것
작고 소소한 행복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 행복의 흐름마저 정부나 세계의 이상한 흐름에 휩싸이면 흔적도 없이 소멸된다.
개인은 약한 존재인가? 개인과 개인이 연결된 게 국가이고 우주이다. 우주의 질서는 또다른 개인이 파괴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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