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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멍키스패너/프리모 레비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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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프리모 레비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1919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태어났고, 1941년 토리노대학교 화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유대계 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당해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고, 제3수용소에서 노예의 삶보다 못한 나날을 지냈다. 1945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토리노로 돌아왔고 1977년까지 페인트 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며 작품들을 발표했다. 1987년 토리노의 자택에서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947년 처녀작이자 대표작 [이것이 인간인가]를 발표했다. [휴전]은 그가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주제 로 한 두 번째 책으로 1963년 출간 후 제1회 캄피엘로상을 수상했다. 1975년 세 번째 회고록인 [주기율표] 를 발표했고, 1978년 멍키스패너를 출간해 스트레가상을 받았다. '인간다운 노동' 혹은 '노동하는 인간'을 주제로 한 이 책은 출간 후 곧바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게 찬사를 받았다.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다룬 또 하나의 [소설 지금 아니면 언제?]는 1982년 비아레조상과 캄피엘로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86년에는 아우슈비츠의 경험에 대한 철저한 사유와 성찰을 집대성한 역작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출간했다. 그 밖에도 시와 소설 등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다


옮긴이 김운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하에 화두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현대 기호학과 문화 분석][신곡-저승 에서 이승을 바라보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단테의 [신곡][향연] 칼비노의 [우주 만화, 타부키의 "플라톤의 위염, 파베세의 [레우코 와의 대화]에코의 [일반 기호학 이론] [논문 잘 쓰는 방법] 등 다수가 있다.




🐤🦜🧚‍♀️
시작하는 말
경험으로부터의 노동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글이 되었지만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개입되면서 개인이 사회가 되고 사회는 국가가 된다. 주인공은 리베르티노 파우소네이지만, 작가 자신이기도 하며, 독자이기도 한 이 작품은 노동의 힘듦과 작업과정이 정밀하고 리얼하게 잘 짜여진 글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인 삶에서의 노동

💥💥조립공 파우소네

배관들의 대부분은 스테인리스 강철이었고, 당신도 잘 알다시피 스테인리스는 아주 멋진 재료지만 굴복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차가울 때에는 굴복하지 않아요 . .몰랐어요?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학교에서 그런  것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어요. 차가울 때는 굴복하지 않지만. 가열하면 더 이상 스테인리스가 아니에요. 결론적으로 말해 수없이 조립하고, 잡아당기고, 줄로 다듬고, 다시 해체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는 망치로 두들겨보곤 했어요. 망치는 모든 것을 바로잡기 때문이지요.
🙏🙏🙏
사실적이면서 세밀한 노동 작업의 현장을 소설의 속으로 끄집어들였다.
배관, 망치, 스테인리스, 굴복..함부러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아닌 것 같다.
💥💥사실대로 말하면 정신병원에 간 조립공에 대해서는 당장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말할 수 없지만, 내 친구들까지 포함해서 병에 걸려 직업을 바꾸어야 했던 사람들이 많아요.' 실제로 글쓰기 직업에도 직업병이 적다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 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시간표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가 무겁게 개입했다. "말하자면 직업병이 전혀 없다는 뜻이군요. 글을 열심히 쓴다고 병이 날 수는 없어요. 만약 볼펜으로 쓴다면 기껏해야 여기에 못이 박일 수는 있겠지요. 그것도 불운한 사 람들에게나 그렇지요. 그냥 넘어갑시다.
🙏🙏육체적인 입장에서 말하면 작가는 직업병이 없다. 조립을 하는 것은 손목이 망가질 우려가 훨씬 많다.
💥💥작가가 부딪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한다. 작가에게도 일종의 직업병이 있을 수 있고 힘들여 완성한 작품에 실망할 수도 있다. "열광적으로 한 페이지 또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썼는데, 나중에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설프고, 어리석고, 이미 쓴 것이고 부족하고, 지나치고,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슬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독자는 작품에 대한 평가의 잣대이며, 작품이 좋지 않을 경우 독자가 먼저 깨닫기 때문에 괴로워진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
항변한다. 작가도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직업병이 존재한다고.
💥💥차라리 벌금을 물리거나, 아니면 혹시 정직을 시켰다면., 나는 더 좋았을 겁니다. 간단히 말해 그 작업과 다른 작업의 모든 장애가 내 잘못 인 것 같았지요. 스웨덴 베어링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스웨덴 베어링을 넣었어요. 내 돈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믿지 않았어요. 아니면 믿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요 전화를 할 때마다 나는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 일에 영혼을 쏟아부었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자신의 영혼을 모든 작업에, 아주 이상한 작업에도 쏟아붓지요. 아니, 이상한 작업일수록 더 많은 영혼을 쏟아부어요 나에게는 내가 하는 모든 작업이 첫사랑 같아요.
🙏🙏 현수교나, 교각을
조립을 한다는 것은 육체적인 위험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결과론적인 문책이 종종 따라 붙는다. 그 중에서도 잘못도 없는데 소송건에 휘말리는 건 정말 고역이다.


💥💥
아버지의 노동

파우소네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구리판을 두드려 냄비나 그릇을 만드는 일을 했으나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제품들이 나오면서 그 일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하여 일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고 결국 평소에 말했듯이 "손에 망치를 든 채" 쓸쓸한 최후 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역설적인 기념 비, 말하자면 전통적인 기념비나 동상과 달리 직접 쇠를 자르고 용접 하여 만든 기념비는 그런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
산업화의 과정에서 소멸해진 직업들.
💥💥그 비법들을 모두 말하려면 책이 한 권 필요할 텐 데, 누구도 절대 쓰지 않을 책이고, 결국 부끄러운 것이에요. 아니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내가 아버지와 그런 문제를 벌이고, 아버지에게 말대꾸하고, 말없이 계시도록 만든 것이 후회돼요. 내가 '익힌 산'으 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대꾸했을 때, 그분은 말이 없었지만 당시에 이미 조금씩 죽어가는 것을 느끼셨던 것입니다. 물론 당신 일을 좋아하셨기 때문인데, 내가 내일을 좋아하는 지금에야 그걸 이해하겠어요.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왔고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그 직업이 결국 당신과 함께 죽으리라는 것을 깨달으셨기 때문이지요.
🙏🙏
평생 나의 생업이었는데, 사실은 나를 죽음으로 이끄는 노동이었음을. 몰랐을까. 알아도 어쩔 수 없었을거다.


🌐🌐
삶의 가치로서의 노동

💥💥만약 운명이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개별적이고 경이로운 순간들을 제외하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은(불행히도 그건 소수의 특권 이다) 지상의 행복에 구체적으로 가장 훌륭하게 다가가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만이 알고 있는 진리이다. 그 무한한 영역 일의 영역은 남극 대륙보다 직업의 영역, 간단히 말해 일상적인 덜 알려져 있다.

🙏🙏걸리지 않는 자유로운 삶은 파우소네의 희망이며 염원이었다. 그의 이름처럼 "리베로"였어야 했다. 리베로는 "자유로운"을 뜻하지만 시청서기의 반대로 "리베로티노"가 되어 버린다.

💥💥우리 사람들이 모두 똑같지 않고, 어려움 앞에서 서로 다르게 행동하듯이, 벨트와 가죽처럼 두드리면 더 좋아지는 재료도 있고, 쇠처럼 망치질을 하면 찌꺼기를 밖으로 뱉어내고 강화되어, 바로 연철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결론적으로 비유들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유는 아마 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별로 증명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유에서 교육적이고 건설적인 지침을 이끌어낼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
좋은 습관이나 계획도 어떤 경우에는 나쁘게 바뀔 경우도 있는 걸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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