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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수정사에서는 소나무 향기가 난다. 청송읍에서 한적한 국도를 따라 진보 방면으로 가다가 보면 목계솔밭이 나오는데 바로 수정사의 일주문이다. 이곳에서 논과 밭 사이로 난 신작로를 따라 가면 다시 소나무들이 잘 어우러진 산길 끝에 단촐한 수정사가 있다. 수정사는 고려시대 나옹선사가 창건하였는데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샘물과 계곡에 흩어진 돌이 수정같이 깨끗하여 수정사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물 맑던 계곡은 말라 건천이 되었고 수정같이 깨끗하던 돌도 옛 명성을 찾을 수 없다. 초롱꽃은 꽃의 모양이 예전에 등불로 켜던 초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속에서 홀로 불 밝히는 초롱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등불 삼고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여 수행 정진했을 많은 이름 모를 선사들 곁을 묵묵히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초롱꽃이 계절이 맞아야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면 소나무는 계절을 분별하지 않고 찾아오는 이를 맞고 있다.
수정사 주위의 소나무 숲은 원시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면서 갖게 된 기운을 지녔다. 소나무 숲은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맑게 한다. 그래서 소나무 숲에선 마음이 경건해진다. 새벽 소나무 숲에 서면 나무들의 기도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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