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원각(圓覺)보살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단정히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저희 무리들을 위하시어 청정한 원각의 갖가지 방편을 자세하게 말씀하시어 말법 세계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이 있게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이미 깨달음을 얻었거니와, 만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말법 세계 중생들 가운데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는 어떻게 안거(安居)하여 이 원각의 청정한 경계를 닦으며, 이 원각 안의 세 가지 청정한 관법(觀法)은 어떤 것으로 첫머리를 삼아야 되나이까? 바라옵건대 큰 자비로 대중들과 말법 세계 중생들을 위하여 큰 이익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오체투지하며,이와 같이 세 번 청하여 거듭거듭 되풀이하였다.
於是圓覺菩薩在大衆中卽從座起頂禮佛足右遶三帀長跪叉手而白佛言大悲世尊爲我等輩廣說淨覺種種方便令末世衆生有大增益世尊我等今者已得開悟若佛滅後末世衆生未得悟者云何安居修此圓覺淸淨境界此圓覺中三種淨觀以何爲首唯願大悲爲諸大衆及末世衆生施大饒益作是語已五體投地如是三請終而復始
그때에 세존께서 원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들은 지금 여래에게 이와 같은 방편을 물어 큰 이로움으로써 중생들에게 베푸는구나. 그대들은 지금 자세히 들으라.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그때 원각보살이 분부를 받들고는 기뻐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기다렸다.
爾時世尊告圓覺菩薩言善哉善哉善男子汝等乃能問於如來如是方便以大饒益施諸衆生汝今諦聽當爲汝說時圓覺菩薩奉教歡喜及諸大衆默然而聽
“선남자야, 일체 중생들이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나 말법 시대에 중생들로서 대승의 성품을 갖춘 이가 부처님의 비밀한 큰 원각의 마음을 믿고 수행하고자 하여 만일 가람(伽藍:寺刹)에 있게 되면 대중들 가운데에서 조용히 앉아야 하며, 마지못한 일이 있으면 분수에 따라 생각하고 살피되,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해야 하느니라. 만일 특별한 일이나 사연이 없거든 곧 도량(道場)을 꾸미고 기한을 정할지니, 만일 기간이 길면 120일, 중간 기간이면 100일, 기간이 짧으면 80일로 정하고, 조촐한 거처를 꾸미도록 하라.
만약 부처님이 살아 계시거든 바르게 생각할 것이요,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면 형상을 모셔 놓고 마음을 기울이고 눈으로 상상하되 여래가 살아 계시던 때처럼 해야 하며, 온갖 번기(幡旗)와 꽃을 달고 삼칠일 동안 시방 부처님의 명호 앞에 머리 조아려 애절하게 참회(懺悔)하면, 좋은 경계를 만나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지리니, 삼칠일을 지난 뒤에도 한결같이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니라.
善男子一切衆生若佛住世若佛滅後若法末時有諸衆生具大乘性信佛秘密大圓覺心欲修行者若在伽藍安處徒衆有緣事故隨分思察如我已說若復無有他事因緣卽建道場當立期限若立長期百二十日中期百日下期八十日安置淨居若佛現在當正思惟若佛滅後施設形像心存目想生正憶念還同如來常住之日懸諸幡花經三七日稽首十方諸佛名字求哀懺悔遇善境界得心輕安過三七日一向攝念
만일 초여름을 당하여 석 달 동안 안거를 하려거든 마땅히 청정한 보살이 머무는 법칙을 따라야 하나니, 마음이 성문(聲聞)을 여의기만 하면 무리에 의지할 필요가 없느니라. 안거하는 날에 곧 부처님 앞에서 서원하기를, ‘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인 아무개는 보살승에 의지하여 적멸의 행을 닦아 청정한 실상(實相)에 함께 들어가며, 큰 원각으로써 저의 가람을 삼아 몸과 마음이 평등성지(平等性智)에 편안히 머무르려 하오니, 열반(涅槃)의 자성(自性)은 얽매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성문(聲聞)에 의지하지 않고, 시방의 여래와 큰 보살들과 함께 석 달 동안 안거하기를 공경히 청하옵나니, 보살의 위없는 미묘한 깨달음을 닦으려는 큰 인연 때문에 대중들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나이다’라고 하라.
선남자야, 이것이 보살이 안거를 나타내서 보이는 것이라 하나니, 세 가지의 기약한 날짜를 지나서는 어디로 가든지 걸림 없이 하라.
선남자야, 만일 말법 세계에 수행하는 중생들로서 보살의 도를 구하기 위하여 세 가지 기한에 들어간 이는 이미 들은 일체의 경계가 아니거든 마침내 취하지 말지니라.
若經夏首三月安居當爲淸淨菩薩止住心離聲聞不假徒衆至安居日卽於佛前作如是言我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某甲踞菩薩乘修寂滅行同入淸淨實相住持以大圓覺爲我伽藍身心安居平等性智涅槃自性無繫屬故今我敬請不依聲聞當與十方如來及大菩薩三月安居爲修菩薩無上妙覺大因緣故不繫徒衆善男子此名菩薩示現安居過三期日隨往無礙善男子若彼末世修行衆生求菩薩道入三期者非彼所聞一切境界終不可取
선남자야, 만일 중생들이 사마타(奢摩他)를 닦으려거든 먼저 지극히 고요함을 취하여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고요함이 극진하여 곧 깨달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처음의 고요함이 한 몸으로부터 한 세계에 이르나니, 깨달음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만일 깨달음이 한 세계에 두루 한다면 한 세계 안에 있는 한 중생이 한 생각 일으키는 것까지를 다 알 수 있는 것이며, 백천의 세계도 그와 같으리니, 이미 들은 일체 경계가 아니거든 마침내 취하지 말지니라.
善男子若諸衆生修奢摩他先取至靜不起思念靜極便覺如是初靜從於一身至一世界覺亦如是善男子若覺遍滿一世界者一世界中有一衆生起一念者皆悉能知百千世界亦復如是非彼所聞一切境界終不可取
선남자야, 만일 중생들이 삼마발제(三摩鉢提)를 닦으려 하거든 먼저 시방 여래와 시방세계의 일체 보살을 기억해 생각하고서, 갖가지 법문에 의지하여 점차로 수행하여 부지런히 삼매를 익히며, 널리 큰 원을 세워 스스로 훈습(薰習)하여 종자를 이룰 것이니, 그들은 일체의 경계가 아니거든 끝내 취하지 말지니라.
善男子若諸衆生修三摩鉢提先當憶想十方如來十方世界一切菩薩依種種門漸次修行勤苦三昧廣發大願自熏成種非彼所聞一切境界終不可取
선남자야, 만일 중생들이 선나(禪那)를 닦으려면 먼저 수문(數門:數息觀의 방편문)에 의지하여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머무르고 없어지는 그 한정과 머릿수를 환히 알며, 이렇게 두루하여 4위의(威儀)의 안에서 분별하는 생각의 수효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점차로 더 나아가서는 백천 세계의 작은 물방울까지도 알되 마치 눈앞에서 훤히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니, 이미 들은 경계가 아니거든 끝내 취하지 말지니라.
이것이 세 가지 관법(觀法)의 첫째가는 방편이니, 만일 중생들이 이 세 가지를 두루 닦아서 부지런히 정진한다면 곧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할 것이니라. 만일 후에 말법 세계의 근기가 둔한 어떤 중생들이 마음으로 도를 구하려고 하나 성취하지 못한다면, 이는 옛날의 업장(業障) 때문이니, 부지런히 참회(懺悔)하여 항상 희망을 일으킬 것이며, 먼저 미움ㆍ사랑ㆍ질투ㆍ아첨을 끊고서 훌륭하고 으뜸가는 마음을 일으켜, 세 가지 청정한 관법(觀法)에서 어느 한 가지 일을 따라 배우되, 이 관법으로 얻지 못하거든 다시 저 관법을 익혀 잠깐이라도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으면 차츰차츰 증득하게 되리라.”
善男子若諸衆生修於禪那先取數門心中了知生住滅念分齊頭數如是周遍四威儀中分別念數無不了知漸次增進乃至得知百千世界一滴之雨猶如目睹所受用物非彼所聞一切境界終不可取是名三觀初首方便若諸衆生遍修三種勤行精進卽名如來出現于世若後末世鈍根衆生心欲求道不得成就由昔業障當勤懺悔常起悕望先斷憎愛嫉妒諂曲求勝上心三種淨觀隨學一事此觀不得復習彼觀心不放捨漸次求證
그때 세존께서 이 이치를 거듭 펴시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원각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모든 중생들이
위없는 도를 구하려 하면
맨 먼저 마땅히 세 기한(期限)을 정하여
비롯함 없는 옛 악업을 참회하라.
圓覺汝當知
一切諸衆生
欲行無上道
先當結三期
懺悔無始業
삼칠일 동안 지나고 나서
그런 후에 바르게 생각하되
부처님께 들은 경계 아니거든
결코 취하지 말라.
經於三七日
然後正思惟
非彼所聞境
畢竟不可取
사마타는 지극히 고요하고
삼마발제는 바르게 기억하며
선나는 수문(數門)을 밝히니
이것이 세 가지 청정한 관법이니라.
奢摩他至靜
三摩正憶持
禪那明數門
是名三淨觀
만일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이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셨다 하느니라.
若能勤修習
是名佛出世
근기가 둔하여 성취하지 못하거든
항상 부지런한 마음으로
끝없는 옛날의 죄를 참회하라
모든 업장이 소멸하면
부처의 경계가 곧 앞에 나타나리라.
鈍根未成者
常當勤心懺
無始一切罪
諸障若銷滅
佛境便現前
출처: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원각경
원각경-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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