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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문화

꽃무릇 찾아가는 길/마산 산호공원(용마산)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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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용마고등학교 딋편으로 난 길을 따라  나무들 사이를 걸어 오르면 詩碑가 위치하고 있는 산호공원이다.
때마침 꽃무릇도 활짝 핀 자태를 뽐내면서(사실 며칠 늦은 것 같다.)

숲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발길을 재촉해본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다름질하고
물들면 뱃장에 누어 별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나 알아보나
내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자들 어미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들어 죄없은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을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거나 깨끗이도 깨끗이

 

 

 

정진업( 1916-1983)은 1916년 4월 19일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743번지에서  아버지 정세룡과 어머니 김정해 사이 3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호는 월초 )를  사용했고 필명으로는 노을, 전노을, 칼붓, 도라지, 남국성, 마석, 심야월, 용마산인 등을 썼다.  1930년 김해보통학교(현재 동광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듬해 아버지를 따라 마산으로 거  주지를 옮겼다. 이미 마산상업고등학교(현, 마산용마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문학뿐 아니라, 음악, 연극,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 풍장, 김해평야, 불사의 변, 정진업작품집 등이 있다.



갈대/정진업
모래밭에 묻어놓은  
물새의 노래는  
영영 몰라도 좋은 것이 있었다.  

바람이 일면
바람 같은 심사  
사색을 쫓고  

스스로 시익 시익  
그이의 모시치마 여미는 소리로  
울어야 하였다.

지금은 열다섯 소녀하나  
울면서 항구로 간다고  

사공의 넋두리에
열이 오르는데

낙동강은 돌아선 체  
태고 그대로인 바다로 가는것을  
그는 잠자코 보고 있었다.  



간이역/박재호
間易驛頭에 가을이 스쳐간다.
잊히어진 時間위로
긴 목청을 가끔 돋우는
기적소리에

눈물을 찔끔거려 본다.
허망한 손짓도 해본다.

바람속에
햇살속에 물구나무 서있는
어느 王朝의 風景畵가

자꾸만
車窓에 매달리는
어느 寒驛의 가을날


 

귀천/천상병(1930~1993)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고향/권환(1903~1954),창원 진전면 오서리.

내 고향의
우거진 느티나무 숲
가이없는 목화밭에서
푸른 물결이 출렁거렸습니다.

어여쁜 별들이 물결 밑에
진주같이 반짝였습니다.

검은 황혼을 안고
돌아가는 흰 돛대
당사(唐絲)같은 옛곡조가
흘러 나와습니다.

그곳은 틀림없는
내 고향이었습니다.

꿈을 깬 내 이마에
구슬같은 땀이 흘렀습니다.


 


5월이 오면/김용호

무언가 조용히
가슴 속을 흐르는 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멎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 아리따운
모습이 그 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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