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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뜰

이목구비를 비춰보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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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자가 되어

생사의 길을

언제까지 같이 가다 보면.

병이 되고, 또는 슬픔이 되어

나중엔 그림자가 되는

가만이 앉아
머리 끝부터 발가락까지를
훑어 내린다.

정수리에서 좌측으로
하나 둘 골이 찍찍
두번이나 암호를 대란다.-현기증

의식의 현미경은
서서히 아래를 비춘다.

눈을 감으면
광활한 허공이 다가서고
붉게 물든 하늘 가운데
거미 두 마리
거미가 집을 허물고 있다.-비문증

귀 기울여
소리 들으면 황량한 벌판
그대를 싣고 오는 바람소리
아 ! 흔적을 찾고자 하나
이미 숨어 버린 내 소리는
수십년 전에 나의 친구가 되었다.-이명

살이 타는 바같에서
씩씩거리는 호흡이라도
할라 치면 찬 공기에 못 이긴
혈관은 붉은 피를 쏟는다.-
헤진 코안

내 것이라곤
하나 없이 빌려다 놓은
구조물이
질긴 인연 이어 간다.
이래 저래
고기 살점 한점 씹고서
얼굴 한쪽 마름모가 된다.-
바뀐 치아들

어느 곳 하나 성한 곳 없는
얼굴이라는 놈
그 놈을 오늘도 붙잡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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