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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사회

마산가고파 국화축제/시인이 되고 싶은 국화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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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어느새 곁에서 손짓하는 국화,
국향을 음미하면서 어느새 시를 읊기도 하고, 시인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아무래도 맏형은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일 것이다.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들국...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 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국화잎 베개...조용미
​조용미 시인의 이 작품은 국향을 통해 사색과 치유의 시간을 이끌어냅니다. 국화잎으로 만든 베개를 베고 '뭔 생각'을 비워내는 고요한 정서를 품었습니다.

​국화잎 베개를 베고 누웠더니
몸에서 얼핏얼핏 산국 향내가 난다
지리산 자락 어느 유허지
바람과 햇빛의 기운으로 핀 노란 산국을 누가 뜯어주었다
​그늘에 곱게 펴서 그걸 말리는 동안
아주 고운 잠을 자고 싶었다
하얀 속을 싸서 만든 베개에
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아픈 머릴 누이고
국화잎 잠을 잔다
​한 생각을 죽이면 다른 한 생각이 또 일어나
마른 산국 향을 그 생각 위에 또 얹는다
몸에서 자꾸 산국 향내가 난다
나는 한 생각을 끌어안는다

만남과 헤어짐이 스스로
어그러져 탈이 난 어느날 기분도
노오란 국화 한송이
내 곁에서 피어나면
나도 모른새
이별은 이별로 사그러지고
만남은 만남으로 오그러진다
어디든 있는 곳
국향의 향기는 가을을 즐기는
에너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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