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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시간

태백산맥 2권 한恨의 모닥불 조정래 대하소설

by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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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전개
국회의원이고 반란의 처리의 위원장인 최익승에게 언잖은 이야기를 했던 김범우는 체포 당하고, 읍내를 기습했던 안창민은 부상을 당해 전원장을 통하여 치료를 받는다. 이지숙은 수혈을 하면서 안창민의 간호에 정성을 기울인다.

🌐🌐 김범우의 체포 구속

"하지만 무슨 명목으로 ......"
남인태는 상대가 반만찮은 김범우리서 선뜻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남 서장! 당신은 서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 없는 사람이오? 뭐가 무서워 우물거리는 게야. 국회의원이 잡아넣으라는데 잡아넣는 거지,
그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잡아넣으리는 거 아닌가.
최익승은 아까 김범우 그놈이 다녀간 직후처럼 화가 치밀어올라 냅다 소리를 질러냈다.
"아.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남인태는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남 서장.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오. 김범우 같은 놈이 남 서장 수명 감수시킬 수 있는 일이니까. 그놈이 나한테 뭐랬는지 한마디만 해주겠소. 아무리 공산주의 활동을 한 자라도 재판을 거치지 않은 처형은 있을
수 없고. 피해자 가족의 감정이 개입된 보복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떠들었소, 용공주의자가 아니고서야 어찌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소.
남 서장 생각은 어떻소?
"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확실히 위험한 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인 자기에게 시비조로 떠든 김범우의 한 마디로 일석이조를 노린다.
김씨 문중의 힘을 자기에게 끌어 들이려 했고 김범우에겐 은근히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 하였다.

🌐🌐외서댁의 번민(염상진의 부하 강동식의 마누라)

우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외서댁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물골을 내려다보고는 저고리섶을 여몄다. 손끝에 팅팅 분 새벽젖의 감촉이 닿아
왔다, 그녀는 섬뜩 놀랐다. 그 남자의 체온이 느껴졌던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애에게 빨릴 생각을 하며 손바닥으로 젖을 감싸 받처올리며 느긋한 기분에 젖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젖을 만지기가 두려웠다.
그 남자는 거기만 더럽힌 것이 아니라 젖까지 더럽혔다. 젖을 만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구 빨고 핥아됐던 것이다. "위메, 젖이 워째 요리 크고 이쁘당가. 사람 환장허겄네잉."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상 이렇게 씨부려댔다. 외서댁은 애를 낳아서 젖이 커진 것이 아니었다. 처녀적부터 젖이 남달리 커서 간수하는 데 애를 먹은 처지였다. 언제나 치마말기로 힘주어 동여매야 했고, 여름에도 냇가의 밤 목욕을 맘 놓고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입질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서댁은 반동분자 색출과정에서 입산한 남편 강동식으로 인하여 좌익가정의 주 타깃이 되고 이로인해 청년단장의 욕구발산의 대상이 된다


🌐🌐김범우 부친 김사용의 생각

용공적 발언이라..... 그게 어떤 말이오?
조사 중이니 그 말을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남인태는 냉정하게 질랐다. 경찰서장으로서의 권한행사였다.
"공부 수행상의 비밀이라면 어찌할 수 있겄소" 김사용은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떡이다가. "내 자식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고. 범우는 공산당을 할 리가 없소."  조용한 그러나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가부는 조사를 해봐야 알 일입니다.
남인태도 서장의 체면을 최대한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김사용은 더 이상 말이 없이 경찰서를나갔다. 의당 요구하리라 생각했던 면회신청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잘 부탁한다는 식의 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런 김사용이 자신의 음모를 환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만 같아 남인태는 마음이 꺼림칙했다.

김사용은 끼니때마다 손수 사식을 날라왔다. 그때마다 묻는 말은 한마디였다. '결판이 났소?
기회를 엿보던 남인태는 김사용에게 은밀하고도 넌지시 해결방안을 일깨워주었다.
"가당참은 소리요. 조사를 해서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 것이고. 죄가 없으면 풀려나는 것이 법일진대 어찌하여 이 일에 최익승이 이름이 들먹여지는지 모르겄소.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으로 할 일이 따로 있을 것인데. 내 자식이 만에 하나 공산당은 했다 하더라도 최익승이를 찾아가지는 않으리다. 국회의원 세도가 을매나 큰지 모르겄지만.
🦜🦜 김사용 김씨 문중을 이끌고 있는 어른이다. 아들의 체포에 최익승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는 불쾌한 심정을 가진다.

🌐🌐 죽산댁의 고난(염상진의 마누라)

워메. 사람 잡네. 사람얼 때릴 대목에서 때리야제 지금 워께 때리요.
넘 서럽고 눈물 나라고 처녀적 이름은 왜 묻느냐고 속말혔는디, 고것이 머시가 잘못이라고 사람을 복날 개 패대끼 패요.
죽산택은 한 대 얻어맞고 니더니 오히려 기가 더 펄펄 살아올랐다.
"죽이기 전에 아가리 닥처!"
임만수는 고함을 치며 책상 위에 놓아둔 몽둥이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좋소, 죽이씨요. 빨갱이 예펜네로 이리 끌려댕김서 매타작당허고, 저리 끌려댕김서 매타작당허고. 인자 나도 그리 살기는 징상시럽고 징상시런 년잉께. 죽이씨요. 쥑여! 고 몽댕이로 이년 대갈통얼 팍 깨 쥑여주씨요."

죽산댁은 자기 저고리를 와득와득 잡아뜯으며 임만수 앞으로 한사코 머리를 디밀었다. 임만수는, 이것이 예삿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빨갱이물을 먹었다면 일부러 음흉을 떠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성깔머리가 억센 여자일 것이었다. 이런 부류들은 몰려면 반죽음이 되도록 세게 몰아쳐야 하고, 그러지 않으려면 인간적인 체하며 부드럽게 다루어야 했다. 어설프게 하다가는 개망신당하기 일쑤였다.
🦜🦜염상진의 마누라인 죽산댁은 남편이 골수 좌익으로 입산하면서 남은 애들을 건사하기도 너무 힘들고도 원망스럽다.

🌐🌐 김범우와 법일스님

선생님, 어깨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인데요?
성불고행하라는 기회인 모양이오. 선생은 볼기를 상했나 보지요?
"예. 약간 불편합니다."

선생도 성불고행을 하시지요. 육신의 아픔이나 고통은 피하려고 하면 점점 커지는 법이지요. 그것을 다스려야 합니다. 한 고비만 참아넘기면 그 사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선생도 관세음보살을 계속 염하면
서 저처럼 앉아보세요. 순간의 고통은 크겠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평안이 옵니다.

김범우는 전혀 자신 없는 일이었다. 그분의 어감으로는 자신도 볼기를 맞았는데 그렇게 앉아 있다는 뜻이었다. 김범우는 고통을 참아낼 자신이 없으면서도 그분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질러도 흉보진 마십시오.
관세음보살을 염하십시오. 아픔의 소리가 삭습니다.
예. 아픔의 소리가 삭게 해보지요.
김범우는 참 희한한 말도 다 있다 싶어 일부러 되씹어보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김범우는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뇌며 조심조심 엉덩이를 바닥에다 대었다.
🦜🦜법일스님과 김범우는 똑같이 용공 좌익활동에 가담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를 당하고 심한 구타까지 당한다.


🌐🌐정현동의 결심

광주가 남았다. 광주. 광주.. . 정 사장은 몇 번이고 되뇌어 보았다. 순천에 비해 너무 낮설고 먼 땅이었다. 빌어먹을, 기왕 타관살이를 시작할 바에야 서울로 가버릴까? 얼핏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사장은 이내 기가 죽고 말았다. 천 리 밖이라는 거리감과 함께 오갈 들던 서울 거리가 떠오르며 겁부터 밀려들었다. 서울은 어쩌다가 구경이나 갈 곳이지 처자식 이끌고 찾아갈 땅이 아닌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아무리 돈을 가졌다 한들 말부터 생판 틀린 그 정신없는 도회지에서 생활의 기틀을 잡을
자신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광주에는, 사이가 별로 좋지는 않지만 친동생이 살고 있고, 광주 정도라면 그런대로 자리 잡고 살아질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벌교 만한 데가 있으라. 정 사장은 광주를 마음속으로 정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반석처럼 튼튼하게 잡혀 있는 기반, 어디를 가나 당당하게 받던 사람대접. 그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몹쓸 놈이 어쩌자고 공산당물은 들어가지고... 초장에 뿌리를 뽑았어야 하는 건데 ... 대학을 서울로만 보내지 않았더라도.. 수십 번 되풀이한 후회와 회한이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술도가와 소작지를 팔아 넘기고 여기를 떠자. 쥐도 새도 모르게 떠나는 거다.


🌐🌐 수혈과 사랑(안창민과 이지숙)

선생은 A형이던데. .

전 원장은 말끝을 흐리며 일어났다. 이지숙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며 소리치듯 했다.
"선생님. 저도 A형인데요!"
"네? 그러세요?"

전 원장이 반색을 하며 돌아섰고, 이지숙의 눈에서는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잘됐습니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검사는 다시 해보도록 하지요. 금방 끝나니까요.

전 원장은 어색하면서도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그 뒤를 이지숙은 천천히 따라 걸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소문대로 훌륭한 의사로구나. 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공산주의자라는 것을 환히 알면서도 환자로 받아들이다니 . 그러면서도 불안하거나 초조한 기색 하나 없이 어쩌면 저렇게도 편안할 수가 있을까. 더없이 고맙고. 그리고 훌륭한 분이다.
🦜🦜안창민이 하는 일이라면 일거수일투족이 다 멋지고 만족스럽다. 나는 그 분이 하는 일이라면 섶을 지고 불 속을 뛰어드는 일도 하리라고 이지숙은 다짐한다.



🌐🌐 운정스님의 운수행각

그들은 앞뒤를 분간하지 않는 살인 집단이었다. 아무리 야수라 하되 배고픔을 채우는 그 이상의 살생은 하지 않는 법이고, 더구나 종족끼리는 살육을 하지 않는 법인데 그들은 짐승이 지키는 그 법마저 마구 넘어
서는 살인을 자행했던 것이다. 그들은 목에 핏줄을 돋우어가며 부르짓고 있었다. 인민의 피를 착취하고 인민의 살을 갈취해 대대로 배 터지게 먹고 살아온 지주계급은 가차 없이 처단해야 한다고.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배고픔을 외면하고 자기네만 호의호식해 온 지주들 부류를 어찌 유하다고 할 것인가. 그들의 탐욕도 배고품을 채우는 이상의 살생은 하지 않는 야수만도 못한 죄를 범해 왔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하나 그 죄를 따짐에 있어 꼭 살인밖에 방법이 없을 것인가. 그들 집단을 혐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간을 위한 새 세상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살인을 너무나도 쉽게 저질렀기 때문이다. 물질을 탐한 지주들이 야수만도 못하다면 그 물질을 빼앗기 위해서 살인을 서슴지 않는 그 집단도 결국은 지주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참 스님은 어느 절에서오시는 길입니까?
화엄사에 나오는 길입니다.
거기 반란군들의 피해가 없었습니까?
"수 차 나타났었지요.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몇 명씩이 언제 언제였습니까?"
처음 왔을 때는 100여 명이었고, 지난 새벽이었어요. 그 다음은 사흘거리로 삼사십 명이세 차렌가 오고는 뜸해졌어요.
와서서 뭘 합니까?
"밥을 해내라, 쌀을 내놓아라, 그런 것이었지요. "
새끼들, 어쨌든 스님들이 못 견딜 일 당하고 계시는군요.
"주지스님이 고생하시지요. 대중들 겨울날 걱정으로 심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왜 산 생명을 가차없이 죽이는 것인지, 그것도 같은 동족임에라. 고민하고 고민하지만 답은 나오질 않는다.


🌐🌐 성일의 혼란한 마음

"아니야, 형. 나 술 못 마셔. 나 그만 가봐야겠어."
성일은 이마를 훔치며 일어섰다. 그렇잖아도 야윈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그날 밤부터 성일은 하판석 영감을 꿈에서 만나야 했다. 폴매질을 가했던 그날 밤의 일이 생생하게 재현되기도 했고, 죽어 있던 영감이 벌떡 되살아나기도 했고.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쫓아오기도 했고. 영감과 낮 모르는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아 자신이 죽어가기도 했고. 붉은 완장을 찬 영감의 아들에게 붙들려 대창에 전신을 찔려 죽기도 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버지일 뿐이라고. 아버지는 마흔 일곱에 돌아가셨는데 그 영감은 예순도 더 넘었다고. 아버지는 금융조합장이었는데
그 영감은 농사꾼일 뿐이었다고, 그 어떤 합리화 앞에서도 자신이 그 영감을 죽였다는 죄의식에서는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몸부림 치지 않고 매질을 견디고 있던 영감이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을 때 엉겁결에 힘껏 떠다 밀었던 감각이 그대로 손에 남아 있었다

그 죄의식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자신이 죽인 것이 영감이 아니고 아들 하대치였다면 그런 죄의식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지방 유지급 아들 네 명은 그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자칭 골수 반동의 집을 찾아가며  그 가족들을 보이는대로 죽여간다. 성일도 아버지의 복수를 한답시고 가담하지만 하판석 노인이 피흘리면서 죽는 순간을 목격하고서는 심한 심리적 갈등을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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