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 안에 있는 탑으로, 그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의 보살상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탑은 8각 모양의 2단 기단(基壇) 위에 9층 탑신(塔身)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안상(眼象)을 새겨 놓았고, 아래·위층 기단 윗부분에는 받침돌을 마련하여 윗돌을 괴어주도록 하였다. 탑신부는 일반적인 석탑이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과 달리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규모의 감실(龕室:불상을 모셔두는 방)을 마련해 두었다. 지붕돌은 밑면에 계단 모양의 받침을 두지 않고 간략하게 마무리하였고, 가볍게 들려있는 여덟 곳의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았다. 지붕돌 위로는 머리장식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데, 아랫부분은 돌로, 윗부분은 금동으로 만들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려시대가 되면 4각형 평면에서 벗어난 다각형의 다층(多層)석탑이 우리나라 북쪽지방에서 주로 유행하게 되는데, 이 탑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당시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수법이 착실하여 다각다층석탑을 대표할 만하다. 또한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통해 금속공예의 수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탑을 향해 앉아 있는 보살상
월정사 경내의 8각 9층탑을 향해서 정중하게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다리를 세워 탑에 대해 공양하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높이 1.8m의 보살상이다.
머리에는 높다란 관(冠)을 쓰고 있으며 갸름하면서도 복스러운 얼굴에는 만면에 미소가 어려 있다. 머리칼은 옆으로 길게 늘어져 어깨를 덮고 있고, 목에는 아주 뚜렷한 3줄의 주름이 표현되어 있다. 목걸이는 매우 섬세하고 곱게 조각하여 가슴에까지 늘어지게 장식하였다. 보살이 입고 있는 옷은 얇고 가벼워 몸에 밀착되어 있고 옷주름은 모두 희미하다. 오른쪽 팔꿈치는 동자상을 받침으로 고이고 있으며 동자상의 머리에 팔꿈치를 올려 놓아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석조 보살좌상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릉 신복사지 석불좌상(보물 제84호)과 같은 형식이지만 상체에 비해 하체가 빈약하여 조형상 다소 불균형스런 모습이다. 그러나 개태사와 신복사지 탑 공양상과 더불어 고려시대 화엄종 계통사원에서 만든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며, 당대 불교사상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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