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는 1987년 데뷔한 이래 '카이엔 신인 문 학상', '이즈미 쿄카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 등의 문학 상을 여럿 수상하면서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 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수많은 열성적 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 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 문이다. 국내에는 "키친"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등이 출간, 소개 되었다.
옮긴이 김난주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츠마여자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불륜과 남미" "꽃밥"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등이 있다.
차례
도깨비 우편함.7
봄과 이모네 자매 .24
인생. 40
이방인 .57
밤 .74
고백 .92
아버지와 헤엄치다. 100
축제 .126
분노. 그리고 구명.158
그림자 .177
츠구미에게서 온 편지 .104
작가의 말 .211
옮긴이의 말. 215
🌐🌐 쓰기 전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연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바로 앞엔 그녀가 알며시 웃고 있어도 좋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을 엎어 두고 바람에 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잠시 멈춘다. 멍 때리듯이 읽혀가는 분위기 있는 소설이다.
🛶🛶 시라카와 마리아
내 이름은 시라카와 마리아. 성모 마리아와 이름이 같다 그러나 마음속은 딱히 성모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이곳에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은 내 성격을 묘사할 때, '너그럽다', '냉철하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나는 오히려 성미도 급하고, 살아 있는 인간이다.
적당한 온도의 베일. 그것은 바다이며, 마을 전체이며, 이모네 가족 모두이며, 엄마이며, 그리고 멀리 사는 아버지였다. 그런 모든 것이 그 시절의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나는 언제든 즐겁고 행복하지만, 가끔 그 시절이 견딜 수 없이 그리워진다. 사무치도록. 그런 때면 늘, 모래사장 에서 포치와 장난하는 츠구미와, 자전거를 끌고 생글생글 미소 띤 얼굴로 밤길을 걷는 요코 언니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족과 고향의 매력이며 힘일 것이다. 고향에는 추억이 있다.
"아빠. 너무 무리해서 오버히트하면 안 돼요."
나는 말했다. 아버지가 어리동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무리라니. 뭐가?" "그러니까 빨리 들어오려고 애쓰고, 또 집에 들어올 때마다 뭐 사들고 오고 나한테 옷도 사주고, 그런 거 너무 많이 하면 금방 지치잖아요."
'끝에 한 말은 뭐냐 난 그런 적 없는데." 아버지가 웃었다. "그러면 좋겠다는 거죠" 나도 웃었다. "오버히트는 또 뭐고? "갑자기 가정에 싫증이 나서, 바람을 피운다거나 술에 절어 지낸다거나, 가족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거나, 그런 거요." (인생)🦜🦜 무엇일까? 대학생 딸내미가 아빠에게 가하는 협박인가? 지금 행복하니까? 제발 힘빼지 마세요 그러면서. 글쎄 내가 저네들 한테 해 준게 얼마데?
🛶🛶츠구미
츠구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워낙 약하고, 갖가지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의사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하였고, 가족들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었고, 엄마는 수고를 마다 않고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츠구미의 목숨을 늘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리하여 살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그녀의 성격은 한껏 되바라져 있었다.
츠구미는,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남자아이가 걱정스러워 손을 내민다. 츠구미는 고개 숙인 채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얼굴을 들어 미소 짓는다. 두 볼이 석양에 빛나고, 마치 순간순간 모습이 변하는 눈부신 저녁 하늘처럼 덧없는 미소였다. 하얀 이도, 가날픈 목도, 그를 가만히 쳐다보는 커다란 눈동자도, 모두 모래와 바람과 파도 소리에 뒤섞여 지금이라도 홀연 사라질 것 같았다. 그리 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츠구미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 할 것 없는 존재였다.
🦜🦜 참으로 걱정할 게 없는 소녀이고, 누구라도 같이 있고 싶어지는 아가씨다.
🛶🛶자매들의 연대기
후후훗 갑작스러운 츠구미의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래도 그렇지, 야 믿더라, 너!" 터져나오는 웃음에 몸을 뒤틀며 츠구미가 말했다 '뭐가 어쨌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죽은 사람이 어떻게 편지를 쓰난 말이야, 너 정말 머리 나쁘다. 아 하하하. 그러고서 츠구미는, 내내 참고 있던 웃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러대며 웃었다. 덩달아 나도 풋 하고 웃고 말았다, (도깨비 우편함)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소환으로 자매들의 웃음소리가 깔깔거면서 들려온다
츠구미가. "영어, 공짜 밥만 축내는 못난이가 있어요." 하고 활짝 열려 있는 현관 앞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색이 입혀졌다. 뒤쪽에서는 포치가 왕왕거리고 짖고, 안에서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라고 웃으면서 마사코 이모가 걸어 나왔다. 요코 얼리도 나와서, 마리아, 오랜만이다. 하 고 생긋생긋 웃는다. 한꺼번에 되찾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방인)
🦜🦜도쿄로 이사가서 대학에 다니던 마리아가 여관에 내려왔다. 다들 반갑게 맞이한다.
잠옷에. 유카타에 맨발에 샌들을 신은 나는 바다 쪽으로 걸었다. 달이 아주 높았다. 고개로 오르는 길을 따라, 지쳐 잠든 것처럼 어선이 몇 척이나 줄지어 있었다. 여느 때의 마을이 아니었다. 우리는 일상과 한없이 멀어 진 듯한 느낌이었다. 요코 언니가 불쑥 말했다. "아, 친동생을 만났네." 프로그램 놀이가 계속되는 줄 알고 웃던 나도, 츠구 미를 발견했다 바다로 가는 길 언저리에서, 홀로 웅크 리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 "츠구미, 너 맨발이잖아?" 요코 언니는 양말을 획 벗어 초구미에게 던졌다. 츠구미는, 이렇게 하는 건가, 라면서 양말을 손에 꼈지만 우리가 못 본 척 하자, 유난히 가는 발에 신고는 걷기 시작했다.(밤)
🦜🦜고향에 내려 와 다시 만난 자매들은 한밤을 아껴쓰며 애기를 하며 해안가를 걸어다닌다.
츠구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이상했어. 알고 있었어?" 뭐가?" 츠구미, 너 그 사람한테, 평소하고 똑같은 말투로 얘기했잖아.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는데,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츠구미는 남자 앞에서는 평범한 여자 아이로 돌아 가는데, 아까는,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천방지축 츠구미라, 나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재밌었다. "앗!" 하고 츠구미가 말했다 왜?" "전혀. 몰랐는데. 깜박하고 있었네. 큰일 났다. 말괄량인 줄 알겠다, 아아." (밤)
🦜🦜맘 콕 드는 쿄이치라는 사내 아이를 만났다. 자기 본 맘을 맘껏 표현한다.
츠구미는 키들키들 웃으면서 열 때문에 다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놀라게 하려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 거, 창문 으로 다 보였거든. 그래서 뒤통수 쳐주려고." ~~ "딸을 바다보다 더 깊이 사랑하니까." 츠구미가 말했다. 거짓말도 참,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모의 침착함은 그저 츠구미에게 이골이 나 있기 때문이었다. (밤)
🦜🦜 아프다는 애가 달라졌다. 금새 있었는데, 전부 츠구미를 찾는다고 야단이다. 옥상에서 숨바꼭질 하는 츠구미를 마리아가 찾아온다.
사람들은 연애에서 뭘 추구할까 하고 생각했어요, 이 나이에." "그야 그렇지. 사람이란, 자기가 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는 법이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그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곁에 개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이사를 하기 때문인지, 아무튼 하지만 코이치는 달라요. 몇 번을 만나도 싫증이 나지 않고, 얼굴을 보면 손에 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발라주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그 비유, 좀 성가신 거 아니니, 얘." (아버지와 헤엄치다)
🦜🦜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는 법이니까? 꼭 경조사에 빠짐없이 갔는데 제 놈은 내 잔치에 코빼기도 안보인다는 말이 캡쳐되어 온다.
다가온 츠구미는 말이 없었다. 마치 어둠을 짓찢듯 힘차게 성큼성큼 이쪽으로 왔다. 창백한 얼굴에 입술을 꽉 깨문 모습이 불빛에 어럼풋하게 드러났다. 그 눈동자를 보았을 때, 나는 츠구미가 화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왼손에는 야마모토야에서 제일 큰 손전등이 들려 있고 오른손에는 젖어서 한층 작아진 겐고로가 버둥기리고 있었다.
찾았어?" 나는 후다닥 뛰어갔다. 요코 언니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다리 반대쪽에서." 츠구미가 말했다. 내게 손전등을 건네고, 가느다란 팔로 겐고로를 다시 꼭 껴안았다
'허우적거리며 헤엄치고 있었어 " (분노)
🦜🦜 쿄이치의 애견을 불량배들이 바다에 빠뜨렸다. 쿄이치와 자매들은 애견 겐고로를 찾아다녔다. 츠구미가 바다에 빠진 겐고로를 앉고 나왔다.
'너, 츠구미가 그 개를 어디에다 썼다고 생각하니?" '뭐? 내가 아까 베란다에 묶어 놓았는데. '마리아, 네가 속은 거야 요코 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츠구미, 밤마다 뭘 했는지, 알았어. "정찰 다닌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서야 퍼뜩 생각이 스쳤다. 츠구미면, 옆 동네 술집 정도는 전화로도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다. 구멍을 파고 있었어. 요코 언니가 말했다 (구멍)
🦜🦜쿄이치의 애견을 구한 지 얼마되지 않아 겐고로가 아예 없어졌다. 분노에 찬 츠구미는 겐고로와 비슷한 개를 구해 와 불량배들을 유인하고 구멍을 파서 묻어버리지만 요코언니가 발견하여 불량배는 끄집어 올려 보내준다.
츠구미는 말했다 그래서, 너한테 편지 썼어. '편지? 나한테?" '그래. 한심해 죽겠다. 이렇게 살아 있어서. 간호사한테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벌써 보냈다고 하고. 되찾고 싶어도 되찾을 수가 없잖아. 도착했으면 뜯지 말고 버리라고 해봐야, 네 성격에 읽지 않고는 못 배길 테고, 아아. 상관없어, 읽어. (츠구미에게서 온 편지)
🦜🦜츠구미는 이젠 이별이라고 생각하며 마리아에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는 보라는 듯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다. 츠구미의 미래가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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