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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나 스스로 놀라곤 한다. 왜냐하면 수십 미터 거리에서부터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는 엘리베이터의 위치 안내판이 제발 1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기를 간절히 기도하 듯 원하는 내 모습...
이것이 서둘러서 가야만 하는 군상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나 또한 그중의 희미한 점으로 기억은 사라지겠지만, 그 위치가 20이고 30인들 뭐 그리 대수일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공사를 하니 제일 반가운 사람이 택배기시다. 공사하는 라인 택배는 전부 경비실로 가져오고 가져오는 택배로 경비실은 움직일 공간조차 없다. 가져가야 할 택배는 늘어나지만, 가져가야 할 물건들의 주인은 택배기사를 질근질근 씹더니만 분이 풀리질 않아서인지 아직은 쇳덩어리인 엘리베이터마저 부술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리 사정이 그러니, 물건 주인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으니 빠르게 찾아가지도 않는다. 일 복 많은 경비원은 오늘도 가져가지 않는 택배 주인에게 전화하기가 바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혼자서 가능한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누구와도 연관되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존재하는 타당한 가치를 위하여 무엇인가에 나의 시간을 부여하고 나의 재산을 소비해야만 한다.
나는 타당한 가치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그물망처럼 얽힌 이 세상에서 그물이 튼튼하려면 어느 한 코의 그물도 끊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오늘도 온전히 유지하는 그물망 그것을 위하여 튼튼한 한 코가 되는 하루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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