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인근 모텔에서 잠을 서둘러 쫓고서, 터벅 터벅 갓바위 부처님을 만나기 위하여 발 길을
옮겼다.
아직 이른 때인지
심각하게 부지런을 떠는 아저씨랑 보살(아주머니들)님 들만 어쩌다 보이는게 신기 할 따름
이다.(5시에 올라 가고 있는데 내려 오는 모습을 보니까 밤새 기도를 하신 모양이다.(누구를 위해?)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광배 까지 제 모습을 한 부처님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이라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다. 오를 때와 내려 올 때가 두 시간 남짓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의 찿아옴이 늘었다.(올라 갈 때가 5시였고
내려 올 때는 7시였음)
갓 바위를 오르는 길 옆으로 꽤 많은 절 들이 위치 해 있는데
관암사도 그 중에 하나이고 관암사를 통과해야만 갓 바위로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관봉(冠峰)에 거의 다달아 갔을 즈음 연등 하나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아래로 내려다 본 광경
메고 온 짐 무거우면
벗어 놓고 쉬라 하네.
가져 온 근심 무거우면
던져 놓고 가라 하네.
중생심이여
관봉의 부처님은 알고 있네
도리어
많고 많은 염원이 보태져
갈 것인지를
작은 자식
공부 잘되게
큰 자식 직장
잘 다니게
신랑
마누라
건강하게
천근 만근 염원일랑
우리네 살림살이
경상북도 경산시 팔공산 남쪽 관봉(冠峰)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 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이다. 관봉을 ‘갓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려져 있어서 유래한 것이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뚜렷하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어 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이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는 3줄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시되어 있다. 다소 올라간 어깨는 넓고 반듯해서 당당하고 건장하지만 가슴은 평판적이고 신체의 형태는 둔중해진 듯하다. 투박하지만 정교한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는데, 오른손 끝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과 유사한 손모양은 석굴암의 본존불과 닮았다. 그러나 불상의 왼손바닥 안에 조그만 약항아리를 들고 있는 것이 확실해서 약사여래불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는 4각형인데 앞면과 옆면으로 옷자락이 내려와 대좌를 덮고 있다. 불상의 뒷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이 광배의 구실을 하고 있으나, 뒷면의 바위하고는 떨어져 따로 존재하고 있다.
풍만하지만 경직된 얼굴, 형식화된 옷주름, 평판적인 신체는 탄력성이 배제되어 8세기의 불상과는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보물 431호)
선본사는
8세기 무렵 삼국이 통일된 후 국가적인 외호와 민간신앙이 함께
어우러지는 신라사회의 보편적인 신앙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약사신앙이다.
그 결과 당시 크고 작은 여러 사찰에서 약사불을 모시는 약사도량이 생겨나고
왕이나 장군의 무덤에 12지신상을 새긴 지석을 세우는 등 토속신앙과
결부시키려는 노력도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에가 경주 분황사 약사전과
김유신묘의 지석(支石) 등이다. 이러한 국가적이고 민간의 보편적인
신앙이었던 약사신앙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곧 선본사의 갓바위 부처님을 찾는 현대 한국불자들의 신앙 형태인 것이다.
약사불은 동방의 정유리세계(淨琉璃世界)에 머물며 중생의 병고를 치료하는 대의왕불(大醫王佛)이다.
이 부처님은 12가지 커다란 원을 세워 중생의 온갖 고통을 소멸시킬 것을 서원했는데
특히 중생의 질병에 큰 주안점을 두었다. (조성된 약사 여래불을 보면 한 손에 약단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불교가 우리나라에 수용되면서 재래의 주술신앙은 불교 속으로 동화되었고
약사신앙은 치병을 기원하는 사람들에게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잦은 국가적 위기를 맞으면서 이를 불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원도량이 개설됐는데 약사도량 역시 국난 극복의 민심을 모으는데 기여했다.
이처럼 한국불교 속에서 일관된 신앙으로써 자리잡으면서 약사신앙은
어떤 특정한 종파나 신앙형태에 얽매이지 않았다.
약사신앙은 모든 불교신앙에 포함되어 있고, 사찰의 가람 배치에 있어서도
교리나 이념에 국한됨이 없이 모든 종파의 사찰에 약사전을 두고 약사불을 신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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