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살이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공을 수행하지만 공, 일체가 공이라고 보는 것을 깨달음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공이기 때문에 차별이 없고, 바라는 일도 없다고 보는 것을 수행하지만, 차별의 모습도 바라는 일도 없는 것이 깨달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인연이 없으면 생하지 않는다고 배워서 수행하지만, 인연이 없으면 생하지 않는다고 아는 것으로도 깨달음을 삼지 않는다. 또 무상함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선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싫어하지 않으며, 세간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생사를 미워하지 않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체는 없다고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교화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으며, 깨달음의 경계를 알지만 그렇다고 길이 깨달음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염리<이 세상이 괴로움의 세계이기에 잊어야 한다는>를 알면서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선을 닦고,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른 행에 의지할 것을 바라고, 생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생하는 것으로서 모든 것을 짐지며, 번뇌가 없는 경계를 알면서도 온갖 번뇌를 끊어 버리지 않으며, 행위를 받는 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행위로서 중생을 교화하며, 공이며 무라고 내관하면서도 광대한 자비를 베푸는 일을 그치지 않으며, 깨달음의 경계를 알면서도 소승에 떨어지는 일이 없으며, 모든 것은 허망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실제로는 개인도, 실체로서의 주체도, 그 외모도 없음을 알고 있으나, 모든 것을 구하고 싶은 보살의 근본적인 서원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복덕을 쌓고, 선정에 들고, 지혜를 닦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같이 노력하는 것이 보살이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또 보살은 복덕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 때문에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하지 않고, 지혜를 갖추고 있으므로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도 버리지 않는다. 광대한 자비를 가지고 있으므로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하지 않고, 근원적인 서원을 이룰 필요가 있으므로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않는다. 가르침의 약에 손을 넣어야 하므로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약을 투약할 필요가 있으므로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는다. 중생의 병을 알고 있으므로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으며, 중생의 병을 없애기 위해서 인연으로 생긴 것을 버리지 않는다. 보살들은 이같이 정진하여 인연에 의해서 생긴 것도 버리지 않고,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다함이 있는 것에도 다함이 없는 것에도 장애를 받지 않는 깨달음의 가르침이라고 이름하느니라. 그대들은 이것을 배워 가도록 하여라」
그 때, 중향국의 보살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서 기쁨에 넘치고, 아름다운 온갖 꽃 속에서 갖가지 색깔과 향기가 풍기는 꽃을 가려 내어 삼천대천세계에 뿌리고, 부처님과 부처님께서 방금 설하신 가르침과 여러 보살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그 가르침의 뛰어남을 찬탄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야말로 그 훌륭한 방편을 행하실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을 마치자, 곧 모습을 감추어 그들의 나라로 돌아갔다.
유마경/보살의 수행
보살의 수행-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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