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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다시 읽는 무소유-본래무일물(본래무일물)

by 돛을 달고 간 배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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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 물건이라도
가진적 있었던가.

가졌더라
지녔더라
있었더라

지금껏 한 물건도
버린적 없었다.

버릴 것 같은
한 물건
본래 가진 적도 없었네.

아래글은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에
나오는 본래무일물의 전문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 생활은 이루어 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지개를 켠다. 동시에 우리들이 겪는 어떤 성질의 고통은 이 물건으로 인해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물건 자체에서보다도 그것에 대한 소유 관념 때문이다.
자기가 아끼던 물건을 도둑 맞았거나 잃어 버렸을 때 그는 괴로워한다. 소유 관념이란 게 얼마나 지독한 집착인가를 비로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물건을 잃으면 마음까지 잃는 이중의 손해를 치르게 된다. 이런 경우 집착의 얽힘에서 벗어나 한 생각 돌이키는 회심回心의 작업은 정신 위생상 마땅히 있음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울타리가 없는 산골의 절에서는 가끔 도둑을 맞는다. 어느 날 외딴 암자에 '밤손님'이 내방했다.밤잠이 없는 노스님이 정랑엘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인기척을 들었다. 웬 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 놓고 일어나려다 말고 일어나려다 말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뒤주에서 쌀을 한 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긋이 밀어 주었다. 겨우 일어난 도둑이 힐끗 돌아보았다. "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 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 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禪家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건에 대한 소유 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 후로 그 밤손님은 암자의 독실한신자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1970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본래무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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