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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기미의 독과 형님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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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기미의 독에 대한 추억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65년이 지난 세월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지만, 워낙이 그 부분에 대하여 형님 되시는 분이 자기 자랑을 수시로 하였기에 지금도 사진처럼 기억이 선하다.
고향이 섬인지라 바다에 관련된 추억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추억들은 언제나 아버님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향의 바다는 낚시와 해초 채취로 사철 내내 바쁘다.
해초 채취에 일가를 이룬 아버님은 70이 다 된 연세에도 3~4 미터 바다밑은 예사로 맨몸으로 드나들었기에 생각 외로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감이 너무 넘쳐났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아버님께서는
여름이 되면 우뭇가사리(우리는 우무라고 그냥 불렀다. 그것을 말려서 가마솥에 다려내어 우묵을 만들어 먹으면 여름에는 별미 음식이었다.)라는 해초를 채취하였다. 우뭇가사리는 해조류 중에서도 바다 아래쪽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해초 사이를 헤집고 잠수하여야 채취가 가능하였다. 다섯 먹은 아들이 보조 작업을 해야만 하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지만, 어째든 그날도 부자간에 주어진 일과인 해초 채취작업에 열심히 임하였고, 그러던 중 채취작업에 열중하시던 아버님께서 겨우 배에 올라와서는 갑자기 혼절하신 것이다. 배에는 이제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꼬마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나룻배만 한 무동력선을 다섯 먹은 애가 그것도 마을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바다에서 노를 저어 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도 힘든데, 어찌어찌하여 어린 형님이 응응 울면서 노를 저어 3시간이나 걸려 마을까지 오게 되었고 다행히도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버님께서 의식을 회복한 이야기인데, 아버님을 혼절시킨 범인이 쑤기미 독이었답니다.
이 다섯 살 때의 자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었고 실제로 아버님께서 확인까지 한 이야기랍니다.

저때 갯가에 나가면 해삼, 소라, 문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는데 지금은 오염이 되어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쑤기미는

분류체계
Animalia > Chordata (척삭동물문) > Actinopterygii (조기강) > Scorpaeniformes (쏨뱅이목) > Scorpaenidae (양볼락과) > Inimicus (쑤기미 속) > japonicus (쑤기미)
쏨뱅이목 양볼락과 에 속하는 어류이다. 몸길이가 20~30cm가량으로 몸은 가늘며 앞쪽은 좌우로 납작하고, 뒤쪽은 위아래로 납작하다. 눈의 앞과 뒤에 깊은 홈이 있고, 머리와 턱 주변에 깃털 모양의 많은 피판이 있다. 몸 색깔은 암갈색, 적갈색 또는 노란색을 띠고 등 쪽과 가슴지느러미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흩어져 있다. 지느러미 가시에 독샘이 있어 가시에 찔리면 매우 고통스럽다. 수심 200m 미만인 연안의 모래와 갯벌 바닥에 서식하며, 새우류, 게류 등 갑각류와 어류를 먹고 산다. 6~7월에 알을 낳으며,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고, 일본 중부 이남, 남중국해 등에도 분포한다. <출처 한반도 생물다양성정보 생물자원 포털>


쑤기미에 쏘이고 난 뒤에는 엄청난 고통이 따라 영어권에서는 악마의 고기(devilfish)라고도 불린답니다
등, 배지느러미, 머리의 돌기 가시, 등지느러미 가시에 독이 있는 쑤기미는 특히나 등지느러미 부분의 독이 가장 독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시에 찔리면 독이 바로 혈관을 타고 들어가서 찔린 부위의 통증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쑤기미도 미역치와 같이 40~50도 뜨거운 물에 찜질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되며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안에 사는 것은 흑갈색 또는 유백색이고, 약간 깊은 곳에 사는 것은 적색이 짙고, 심해성의 것은 황색을 띠고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금어(黔魚)에 속하는 어류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석어(螫魚)’, 속명 ‘손치어(遜峙魚)’라는 것이 있다. “모양은 소금어(小黔魚)를 닮았고 크기도 같다. 등지느러미가 매우 독하고 노하면 고슴도치와 같이 된다. 가까이 가면 쏜다. 혹 쏘이기라도 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다. 솔잎을 끓인 물을 쏘인 곳에 적시면 신통한 효과가 있다.”라고 한 것이 보인다. <출처 자산어보>
쑤기미는 흉하고 거친 외형과는 달리 정말 맛이 있다.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산부에게 먹이면 젖이 잘 나온다고도 한다. 맛이 복과 비슷하므로 복 대신 먹을 수도 있다.
술 먹은 뒤 해장국으로는 복국보다도 썬~한 맛이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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