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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제자품

아난

by 돛을 달고 간 배 2017.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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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유마힐을 찿아 문병을 하여라.》
아난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를 찿아가 문병하기에 적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에 세존께서 몸이 불편하시던 때의 일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우유를 잡수시면 좋으리라 생각하고 발우를 들고 훌륭한 바라문의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아난, 무슨 일로 이런 첫 새벽에 발우를 들고  이곳에 서있소.>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세존께서 좀 불편하십니다. 우유를 잡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이곳에 왔습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유마힐은 <아닙니다. 아난이여, 그런 말을 해서는 아니 됩니다.  여래의 몸은 금강석과 같아서 허물어지지 않는 몸입니다.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을 빠짐없이 몸에 지니고 계시므로, 어떠한 병도, 어떠한 괴로움도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잠자코  돌아가시오.  아난 부처님을  비방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같이 설익은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서는 아니 됩니다. 또 뛰어난 위엄과 덕을 갖춘 천자와  부처님의 나라에서 온 보살들에게도 이런 말을 들려  주어서는 아니 됩니다.  아난, 전륜성왕은 약간의 복덕으로도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덕을 한 몸에 지닌, 누구보다도 뛰어난 부처님께서 어찌 병에 걸리겠소. 아난 돌아가시오. 우리들에게 이같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해 주시오. 만약 이교도인 바라문이 이 말을 들었다면  반드시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자. (어떻게 스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병도 고칠 수 없는  주제에 남의 병을 고칠 수 있다니 )라고. 남들이 알기 전에 빨리 돌아가시오. 남이 듣지 않도록 하시오. 그대는  여래의 몸이 진리 그 자체로서 미혹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승에서  가장 존귀한 분으로서 생사가  겹치는 미혹의  세계에 물들지 않으며, 부처님의 몸에는 번뇌가 없고, 어떠한 번뇌도 이미 사라져 없으며 부처님의 몸은 생멸의 변화를 떠나 항상 절대적인 깨달음의 세계에 머물며, 죄의 과보가 있는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 없습니다. 이러한 몸이 어찌 병에 걸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마음속으로부터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어떻게 하면 잘못 듣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공중에서〈아난이여, 거사가 하는 말과 같다. 다만 부처님은 이 오탁으로 가득차고 넘치는 악세에 나타나셨기 때문에 실제로 이 가르침을 수행함으로써 중생을 가르치고 계시느니라. 아난이여, 부끄러워 하지 말고 우유를 가지고 돌아가거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의 지혜와 변설은 이같이 뛰어납니다. 때
문에 그를 찿아가 그의 병을 묻는 일을 감히 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오백의 제자들은 각각 부처님에게 그들이 전에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유마힐이 설한 바를 칭찬함과 동시에 모두〈그를 찿아가 병을 묻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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