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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르는 마음

두메산골-이 용악(1914~)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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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1

들창을 열면 물구지떡 내음새 내달았다
쌍바라지 열어제치면
썩달나무 썩는 냄새 유달리 향그러웠다

뒷산에두 봋나무
앞산두 군데군데 봋나무

주인장은 매사냥을 다니다가
바위틈에서 죽었다는 주막집에서
오래오래 옛말처럼 살고 싶었다

*소곰 - 소금의 옛말. 함경도 방언
* 토리 - 거친 삼실로 짠 큰 자루(마대)
* 물구지떡 - 무시루떡


* 썩달나무 - 썩은 나무
* 봋나무 - 벚나무


두메산골2

아이도 어른도
버섯을 만지며 히히 웃는다
독한 버섯인 양 히히 웃는다

돌아 돌아 물곬 따라가면 강에 이른대
영 넘어 여러 영 넘어가면 읍이 보인대

맷돌방아 그늘도 토담 그늘도
희부옇게 엷어지는데
어디서 꽃가루 날아오는 듯 눈부시는 산머리

온 길 갈 길 죄다 잊어버리고
까맣게 쓰러지고 싶다

두메산골3

참나무 불이 이글이글한
오지화로에 감자 두어 개 묻어놓고
멀어진 서울을 그리는 것은
도포 걸친 어느 조상이 귀양 와서
일삼던 버룻일까
돌아갈 때면 당나귀 타고 싶던
여러 영에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두메산골4

소곰토리 지웃거리며 돌아오는가
열두 고개 타박타박 당나귀는 돌아오는가
방울소리 방울소리 말방울소리 방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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