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유경

백유경

by 돛을 달고 간 배 2006. 10. 31.
반응형

34. 이 백 리 길을 백 이십 리로 줄여 준 임금

옛날 어떤 동네가 있었다. 그 동네는 왕성에서 200리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 동네에는 맛난 물이 있었다. 왕은 동네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물을 왕성으로 보내도록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몹시 괴로워하며 차라리 그 곳을 피해 멀리 떠나려 하였다.

그때 마을의 촌장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200리를 120리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 쉽게 하여 고단하지 않게 하리라."

그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촌장의 청대로 200리를 120리로 고쳤다.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전히 본래의 200리에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왕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길을 건너 깨달음을 향하다가 마음에 싫증을 내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생사의 멍에를 지고 다시 나아가지 못한다.

법의 왕인 부처님께서는 큰 방편으로 일승(一乘, 佛乘)의 법을 셋[보살승, 연각승, 성문승]으로 분별하여 말씀하신다. 그러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것은 행하기 쉽다'고 생각하여 선을 닦고 덕을 키워 생사를 건너고자 한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삼승(三乘)이란 없고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으니 그것은 저 마을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35. 거울 속의 자기(自己)

옛날 어떤 사람이 몹시 곤궁하여 많은 빚을 졌으나 갚을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넓은 곳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는 보물이 가득찬 상자를 보았다. 그 보물 상자 위에는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거울 속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합장하고 말하였다.

"나는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대가 여기에 있는 줄은 몰랐다. 성내지 말라."

어리석은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다.

나고 죽는 마왕(魔王)으로부터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고는, 생사를 피해 부처님 법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 상자를 보고 거울 속의 제 얼굴에 미혹된 어리석은 사람처럼 망령되어 '나'가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곧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로 여긴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 상자를 버리는 것처럼, '나'라는 소견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36. 도인의 눈을 뽑아 온 대신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 나라에 머물면서 내 창고에 많은 보물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대신이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의 두 눈을 뽑아 왔다.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 왔습니다. 그는 절대 어디로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을 여기 있게 하려는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한 것인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모든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네 가지 바른 끊음과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그 집에 데리고 가서 갖가지로 공양하며 그의 선법을 헐어 버리면 깨달음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대신이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37. 소 떼를 죽여 버린 사람

어떤 사람이 250마리의 소를 갖고 있었다. 그는 항상 풀 잇는 곳으로 소를 몰고 가 때를 맞춰 먹였다.

어느 날 호랑이가 와서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미 한 마리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한 것이 못 된다. 이 소를 어디다 쓰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깊은 구덩이로 소를 몰고 가서 모두 구덩이에 넣어 죽여 버렸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다.

부처님의 계율을 받들어 가지다가 혹 한 가지 계율을 범하면 부끄러워하거나 참회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한 가지 계율을 범했으니 완전히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계율을 가져 무엇하겠는가."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 떼를 모두 죽여 한 마리도 남기지 않는 것과 같다.

38. 나무통에게 화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목이 말라 나무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실컷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통에 말하였다.

"이제 나는 실컷 마셨으니 물아, 다시 나오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였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나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이제 싫도록 마셨으니 다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나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어 지혜가 없구나. 왜 네가 떠나지 않고 물을 나오지 말라고 하느냐."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나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사의 애욕 때문에 다섯 가지 쾌락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쾌락에 염증이 생기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있는 것은 나는 다시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다섯 가지 쾌락은 계속해 와서 끊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보고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내가 보게 하느냐."

그때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너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닦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만이 그것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 하는가."

그것은 마치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39. 남의 집 담벽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담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다. 그 벽은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그는 물었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쓰면 벽이 희고 깨끗할 것이요 진흙도 고루 묻을 것이다' 하였다.

그는 곧 벼를 진흙에 섞어 벽에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높고 낮아 모두 벌어졌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여 차라리 보시하여 공덕을 쌓는 것만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는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는다'고 설법하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을 것을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40. 대머리로 고민한 의사

옛날 어떤 사람이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매우 춥고 여름이 되면 매우 덥고, 또한 모기와 벌레가 물기 때문에 밤낮으로 시달려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때 여러 가지 방술(方術)을 잘 아는 의사가 있었다.

대머리는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원컨대 선생님은 내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런데 그 의사도 대머리였다. 의사는 곧 모자를 벗고 머리를 그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나도 그 병으로 고통받는 중이오. 만일 내가 그것을 다스려 낫게 할 수 있다면 먼저 내 병을 다스려 이 걱정을 없앨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로병사의 침노를 받으면서 오래 살 곳을 구하다가, 슈라마나나 바라문들의 좋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친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가서 말한다.

"원컨대 나를 위해 이 덧없는 생사의 걱정을 덜고, 항상 안락한 곳에서 영원히 살아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때 바라문들은 대답했다.

"나도 그 덧없는 생로병사를 걱정해서 갖가지로 영원히 사는 곳을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만일 지금 내가 그대를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내 병을 고친 다음에 그대 병을 고칠 것이오."

이것은 마치 저 대머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41. 두 귀신의 다툼

옛날 비사사라는 두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하나와 지팡이 한 개와 신발 한 켤레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었지만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두 귀신에게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어 다투는가?"

두 귀신은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의복, 음식, 평상, 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 등을 모두 만들어 내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와서 항복하고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리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는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들고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고 있는 물건을 지금 내가 가져간다.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비사사라는 귀신은 온갖 마(魔)와 외도들에게 비유한 것이고 보시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모든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마군과 번뇌의 적을 항복 받고, 계율은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魔)와 외도들이 상자를 놓고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깨달음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42. 낙타 가죽과 비싼 천

어떤 장사꾼이 장사하러 다니는 도중에 낙타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 낙타 등에는 여러 가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천과 갖가지 물건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상인은 곧 가죽을 벗긴 뒤 두 제자에게 말하였다.

"낙타 가죽을 잘 간수하여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그 뒤에 비가 왔다. 두 제자는 우직하고 어리석어 좋은 천들로 낙타 가죽을 덮었다. 천은 모두 썩어 허물어졌다. 그러나 가죽은 별 가치가 없었고 천은 값비싼 것이었는데 그들은 어리석어 비싼 천으로 가죽을 덮었던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생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천에 비유한 것이요, 낙타 가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며, 비가 와서 젖고 썩은 것은 방일함으로써 선행을 깨뜨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살생하지 않는 계율은 곧 부처님이 되는 최상의 묘한 씨앗이다. 그러나 그것을 닦지는 않고 다만 재물로써 온갖 탑을 만들고 공양하면서, 그 근본을 버리고 끝을 취한다. 그리하여 다섯 갈래 길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나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뜰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43. 돌을 갈아 소를 만든 사람

어떤 사람이 부지런히 공을 들여 큰돌을 갈아 조그만 장난감 소를 만들었다. 공은 매우 많았으나 얻은 것은 매우 적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큰돌을 간다는 것은 부지런히 애써 공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조그만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위하여 서로 다투는 데 비유한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자세히 연구하고 박학하여 많이 알고 그대로 실행하여 훌륭한 결과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눈앞의 명예만 구하면, 교만하고 허황되어 허물과 근심만 더욱 자라게 된다.

44. 떡 반개에 배부른 사람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개의 떡을 먹으려 하였다.

여섯 개 반을 먹자 벌써 배가 불렀다. 그는 화를 내고 후회하며 제 손으로 자기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지금 배부른 것은 이 반 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 먹은 여섯 개는 공연히 버린 것이다. 만일 이 반개로써 배가 부를 줄 알았더라면 그것을 먼저 먹었어야 할 것이었는데."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원래부터 즐거움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닌데, 어리석고 뒤바뀐 생각으로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떡 반개에 배부르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오직 부귀로 즐거움을 삼지만 부귀란 구할 때 매우 괴롭고, 이미 얻은 뒤에는 지켜 간수하기도 괴로우며, 잃은 뒤에 또다시 괴로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옷과 밥을 겸하기 때문에 즐겁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세계는 안락은 없고 모두 괴로움뿐인데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으로 미혹하여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느니라."

45. 대문과 나귀와 밧줄만 지킨 하인

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라."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자가 있었다.

하인은 그것을 보고 싶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등에 얹고 놀이터로 가서 그 풍류를 즐겼다.

하인이 나간 뒤에 도적이 와서 집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 가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물었다.

"재물은 모두 어쨌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밖에는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은 다시 말하였다.

"너를 남겨 두고 문을 지키라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쓸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종이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은 항상 '여서 가지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고 여섯 가지 경계에 집착하지 말며, 애욕의 밧줄을 잘 보라'고 훈계하셨다.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렴한 체하며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달리며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한다.

즉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홀리고 어지럽혀 무명(無明)은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을 얽고 묶는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뜻인 도품(道品)의 재물을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

46. 소를 훔친 사람

어떤 마을 사람들이 남의 소를 훔쳐서 잡은 뒤 모두 나누어 먹었다.

소를 잃은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이 마을까지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놓고 사정을 말하면서 물었다.

"너는 이 마을에 있지 않느냐, 너는 소를 훔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마을이 없습니다."

"너희들 마을 복판에 못이 있는데 그 못 가에서 소를 나누어 먹지 않았는가?"

"못이 없습니다."

"못 곁에 나무가 있지 않는가?"

"나무가 없습니다."

"소를 훔칠 때 이 마을 동쪽에 있지 않았는가?"

"동쪽이 없습니다."

"소를 훔친 때는 한낮이 아니었는가?"

"한낮이 없습니다."

"비록 마을은 없고 나무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천하에 동쪽이 없고 한낮이 없겠는가, 네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겠고 너의 말은 모두 믿을 수가 없다. 너는 소를 훔쳐먹지 않았는가?"

"사실은 먹었습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도 그와 같다.

자기의 죄를 덮어두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여러 하늘의 선신(善神)들이 하늘눈[天眼]으로 보기 때문에 다시는 덮어 둘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소를 잡아먹은 사람이 끝내 속이며 버틸 수 없는 것과 같다.

47. 말하는 원앙새

옛날 어느 나라에는 명절이나 경삿날에는 부녀자들이 모두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우트팔라꽃을 얻어 내게 주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있겠지만 얻어 오지 못하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가겠습니다.

그 남편은 이전부터 원앙새 우는소리 흉내를 잘 내었다.

그래서 곧 궁궐 못에 들어가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면서 우트팔라꽃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못을 지키는 사람이 물었다.

"못 가운데 그 누구냐?"

그는 그만 실수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 지기는 그를 붙잡아 데리고 왕에게 갔다. 도중에 그는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었다.

연못 지기는 말하였다.

"너는 아까는 내지 않고 지금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어 무엇 하느냐."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죽을 때까지 살생하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 착한 일을 하지 않다가 임종 때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말한다.

"나도 지금부터 착한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옥졸이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왕에게 넘기면 아무리 착한 일을 하고자 하나 이미 때는 늦어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 가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48. 부러진 나뭇가지에 얻어맞은 여우

어떤 여우가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가지가 부러져 그만 여우의 등에 떨어졌다.

여우는 곧 눈을 감고 다시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곳을 떠나 딴 곳으로 달아났다.

날이 저물어도 그는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멀리서 바람이 불어 큰 나뭇가지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를 다시 나무 밑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리석은 제자들도 그와 같다.

집을 떠나 스승에게 배우다가, 조금 꾸지람을 들으면 곧 달아난다.

그 뒤에 나쁜 벗을 만나 끝없이 번민하다가는 비로소 본래 스승에게로 돌아온다. 이와 같이 오가는 것을 어리석고 미혹한 것이라 한다.

49. 털 한 줌을 놓고 다툰 어린 아이

옛날 어떤 두 아이가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밑에서 털 한 줌을 얻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큰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내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공작의 똥과 같다."

이처럼 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선인을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다.

설법할 때에도 쓸데없는 것은 모두 설명하면서 바른 이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선인이 묻는 것에는 대답하지 않고 깨를 씹어 뱉는 것과 같다.

근거 없는 빈말도 또한 그와 같다.

50. 두 눈알이 튀어나온 의사

어떤 사람이 곱추 병을 앓아 의사를 청해 치료하였다.

의사는 거기에 타락웃물을 바른 뒤에 아래위로 널판을 대고 힘을 다해 눌렀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두 눈알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의사는 자기의 두 눈알이 튀어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복을 닦기 위하여 살림 살고 장사하면서 온갖 법답지 않은 일을 하니 일은 비록 성취하지만 그 이익은 손해를 보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세상에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마치 두 눈알이 빠지는 것과 같다.

51. 매맞는 계집종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종에게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사람도 말했다.

"내 옷도 빨아라."

그 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되어 있습니다."

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었다.

"나도 저 사람과 함께 다같이 너를 샀는데 왜 저 사람의 것만 빨려 하는가?"

그리고 매 열 대를 때렷다. 그러자 다른 네 사람도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다.

다섯 가지 쌓임도 또한 그와 같다.

다섯 가지 번뇌의 인연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는데, 그 다섯 가지 쌓임이 항상 생, 노, 병, 사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을 매질하는 것이다.

52. 왕의 거짓말

어떤 아이가 왕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왕은 돈을 천 냥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아이가 왕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왕은 주지 않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그것은 한 낱 내 귀만 즐겁게 하였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것도 다만 네 귀를 즐겁게 한 것뿐이다."

세상의 바보도 그와 같다. 인간이나 천상에서 조그만 즐거움을 받지만 그것은 실(實)이 없어, 덧없고 멸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 머무르지 못하나니 마치 저 빈 음악 소리와 같다.

53. 스승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제자

어떤 스승이 두 제자를 두었다. 그 스승은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내밀면서 하나씩 주무르라고 하였다.

두 제자는 늘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였다. 한 제자가 다른 제자에게 가서 그가 주무르는 스승의 다리를 붙잡고 돌로 때려 부러뜨렸다.

다른 제자가 이것을 보고 몹시 분하게 여겨, 또 그가 주무르는 다리를 때려 부러뜨렸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대승(大乘)을 배우는 사람은 소승(小乘)을 그르다 배척하고, 소승을 배우는 사람은 또 대승을 그르다 하기 때문에 큰 성인의 가르침의 두 길을 모두 잃게 한다.

54.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툰 이야기

어느 날 뱀의 꼬리가 그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 하겠다."

머리가 말하기를,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머리와 꼬리는 서로 싸웠다. 끝내 머리가 앞에서 가려고 하자, 꼬리는 나무를 감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양보했다. 그리하여 결국 꼬리가 앞에서 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덜어져 타 죽었다.

스승과 제자도 그와 같다. 제자들은,

"스승은 나이가 많다고 하여 늘 앞에 있기를 좋아하지만, 제자인 우리들은 젊으므로 우리가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계율에 익숙치 못한 젊은이는 항상 계율을 범하다가 곧 서로 끌고 지옥에 들어간다.

55. 왕의 수염 깎기를 택한 사람

옛날 어떤 왕이 믿을 만한 신하를 두었다. 그는 전장에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왕을 구하여 안전하게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신하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수염을 깎으실 때 나를 시켜 깎도록 해 주소서."

왕은 말했다.

"그 일이 네 마음에 맞는다면 원대로 들어주리라."

이 어리석은 사람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라의 반을 다스리는 대신이나 재상 자리도 얻을 수 있었는데, 구태여 천한 업을 구하였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려운 행과 괴로움 행을 겪은 뒤 스스로 부처가 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혹 부처님을 만나거나 부처님이 남긴 법을 만날 수 있더라도 사람의 몸을 얻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치 눈 먼 거북이가 떠도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만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이제 우리가 만났지만 그 뜻이 용렬하여 조그만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는 곧 족하다 생각하고, 열반의 훌륭하고 묘한 법을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구할 마음이 없이 스스로 삿된 일을 행하면서 곧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56. 없는 물건을 청한 사람

옛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깨를 실은 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수레꾼은 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를 도와 수레를 밀어 험한 길을 벗어나게 해 주시오."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수레꾼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을 그대들에게 주리라."

두 사람은 그를 도와 수레를 밀고 평지에 나와 수레군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줄 물건을 가져 오라."

수레꾼은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그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다른 한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반드시 없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無物]이라는 이 두 글자를 한 데 모으면 그것을 거짓 이름[假名]이라 한다. 세속의 범부들은 만일 '없는 물건'이라 하면 곧 '아무것도 없는 경례[無所有處]'라고 안다."

또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이란 바로 없는 모양[無相], 없는 원[無願], 없는 지음[無作]이니라."

57. 발로 장자의 입을 친 하인

옛날 큰 재물을 갖고 있는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좌우의 모시는 사람들이 재빨리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렸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재빨리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먼저 밟으리라.'

그때에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쳐서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져 버렸다.

장자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쳤느냐?"

그는 말했다.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덜어지기만 하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립니다.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따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할 때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나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때'와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58. 동전을 둘로 나눈 형제

옛날 마라국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는 병이 매우 위중하여 반드시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 아들에게 분부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재산을 잘 나누어 가져라."

두 아들이 분부에 따라 아버지가 죽은 뒤 두 몫으로 재산을 나눌 때,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노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물건 나누는 법을 가르쳐 공평하게 가지게 하리라. 지금 있는 모든 물건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어떻게 부숩니까?"

"옷은 반을 찢어 두 몫으로 만들고, 밥상이나 병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동이나 항아리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돈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이리하여 모든 재산을 두 몫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그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분별하여 닦는 것과 같다.

모든 외도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부수어 두 조각을 내는 것과 같다.

59. 오지 병을 구경하다가 보물을 놓친 사람

두 사람이 옹기 공장에 가서 바퀴를 밟아 오지 병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곳을 떠나 큰 모임에 가서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또 보물까지 얻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오지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구경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리하여 머뭇거리며 해가 지도록 그것을 구경하다가 옷과 밥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림살이를 돌보느라고 죽음이 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업을 짓는다.

모든 부처님이 나타나서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에 가득 차고

바른 가르침이 걸림 없이 내리건만

세상일에 얽히어 듣지 않으며

죽음이 갑자기 닥치는 것도 모른다.

부처님의 법회를 놓치고

법의 보배를 얻지 못하여

언제나 곤궁한 나쁜 길에 살면서

바른 법을 배반해 버리는구나.

그는 오지 병만 바라보며 섬겼기 때문에

마침내 구경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그러므로 그는 법의 이익을 잃고

영원히 해탈할 기약이 없다.

60. 물 속의 그림자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큰못에 가서, 물 속에 있는 순금의 그림자를 보고는 금이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곧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면서 금을 찾았다. 그러나 찾지 못하고 몹시 피로한 채 도로 나와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물이 맑아지자 금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으나 또 찾지 못하고 지쳐 버렸다.

아버지가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거기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였기에 그처럼 지쳐 있느냐?"

아들이 말하였다.

"물 속에 순금이 있기에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습니다. 그러나 금은 얻지 못하고 이처럼 지쳤습니다."

그 아버지는 물 속의 그림자를 보고, 그 금은 나무 위에 있는 금인데 그 그림자가 물 속에 나타난 것임을 아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것은 반드시 새가 금을 물고 가다가 나무 위에 둔 것일 게다."

그는 아버지 말을 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금을 얻었다.

어리석은 저 범부들도

무지하기 그와 같다.

'나'가 없는 다섯 가지 쌓임 가운데

제멋대로 '나'가 있다 생각하나니

저 순금 그림자를 본 사람이

부지런히 애써 그것을 찾았으나

한갓 수고하고 소득이 없음과 같아라.

61. 누가 만물을 만들었나

브라만들은 모두 말하였다.

"대범천왕은 이 세상의 아버지다. 그는 능히 만물을 만든다."

만물을 만든 주인의 제자가 있었다. 그도 말하였다.

"나도 능히 만물을 만든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어리석으면서 자신이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범천에게 말하였다.

"나는 만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범천왕은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말라. 너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범천왕의 말을 듣지 않고 만물을 만들려고 하였다. 범천은 그 제자가 만든 물건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든 것은 머리가 너무 크고 목은 너무 가늘다. 손은 너무 크고 팔은 너무 작다. 다리는 너무 작고 발꿈치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마치 귀신과 같구나."

모든 것은 각기 업대로 만들어진 것이요, 범천이 만든 것도 그 누구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셨다.

"두 극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단견(斷見)에도 집착하지 않고 상견(常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여덟 가지 바른 도의 설법[八正道]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러 외도들은 '이것은 단(斷)이다. 이것은 상(常)이다'고 보아, 곧 거기에 집착하여 세상을 속여 그것이 법인 양 꾸미지만 그것은 진실로 바른 법이 아니다.

62. 꿩 한 마리만 먹은 환자

옛날 어떤 사람이 병으로 위독하였다. 훌륭한 의사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종류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것을 먹고는 더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은 고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의사님은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 마리를 먹고 감히 다시 먹지 않습니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꿩 한 마리를 다 먹었으면 왜 또 먹지 않느냐? 너는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느냐?"

모든 외도들도 그와 같다.

그들이 의사와 같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훌륭한 말씀을 들었으면, 벌써 마음의 근본을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시간은 무한하다[常見]고 하여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오직 하나로서 옮아가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마치 꿩 한 마리를 먹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유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은 그들을 가르쳐 상견을 없애기 위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찰나에 나고 사라진다. 어떻게 변하지 않겠느냐?"

마치 저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도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을 알게 하셨다.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 이루어지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앴다.

63. 가짜 귀신에 놀란 사람들

옛날 간다르바국에 여러 사람들이 마침 흉년을 만나 음식 있는 곳을 따라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다. 도중에 바라신산(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에는 본래부터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 락사사가 많았다.

그들은 산중에 모여 잠을 잤다. 산중에는 바람이 몹시 찼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다. 그들 중에 추위를 몹시 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난으로 귀신 락사사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이가 잠이 깨어 보니 불 옆에 귀신 락사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 그만 그 곳에서 달아나 버렸다. 그 바람에 잠자던 사람들도 놀라 엉겁결에 모두 내달았다. 그래서 그 락사사의 옷을 입은 이도 놀라 그들을 쫓아 죽어라 뛰었다.

그들은 뒤에 락사사가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오는 줄로만 생각하고는 더욱 더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다. 그리하여 몸도 다치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다.

번뇌 속에 살면서 선한 법에 굶주려, 위없는 법을 구하다가, 다섯 가지 쌓임[五蘊] 속에 '나'라는 소견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번뇌에 쫓기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 나쁜 길[三惡道]의 구렁에 떨어진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생사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다섯 가지 쌓임 속에는 '참 나'가 없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64. 문을 밀고 당긴 두 사람

옛날 오래된 집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거기서 자거나 쉬지 못하였다.

그때 자기가 대담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방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리라."

그는 곧 들어가 잤다.

뒤에 또 한 사람이 앞의 사람보다 더 대담하고 용맹스럽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곁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 방안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앞의 사람은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곧 안에서 문을 막고 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뒤의 사람도 또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밀고 들어가고자 하였다. 그렇게 다투다가 날이 밝아 서로 보고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닌 것을 알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인연이 잠깐 모였을 뿐 아무것도 주인이 없는데 낱낱이 분석해 본들 그 무엇이 '나'인가.

그런데 중생들이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굳이 다투는 것은 저 두 사람과 다툼이 없다.

65. 독이 든 약

옛날 어떤 여자가 음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는 욕정이 왕성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한 나머지 늘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갖가지 계책을 다 써 보았지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부인은 가만히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을 만들어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 까 걱정입니다. 나는 지금 이 횐희환 오백 개를 만들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당신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시어 배가 고프실 때에는 이것을 드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고 다른 나라로 갔으나 아직 그것을 먹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모진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다. 그러면서 환희환은 잊어버리고 나무 밑에 두었다.

마침 그 날 밤에 오백 명의 도적이 그 나라 왕의 말 오백 마리와 여러 가지 보물을 훔쳐 가지고 오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었다.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마침 나무 밑에 있는 환희환을 보고 그들은 제각기 한 알씩 먹고는 독약의 기운이 거세어 오백 명이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

날이 밝아, 그는 도적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그 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왕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도적들을 뒤쫓아 왔다. 왕은 도중에서 그를 만났다.

왕은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무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도적 떼를 만나 서로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오백 명의 도적 떼가 모두 저 나무 밑에 죽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말과 보물을 얻어 왕의 나라로 가져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보십시오."

왕이 신하를 보내어 확인해 보았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였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곧 많은 보물을 주고 또 마을을 봉(封)해 주었다.

왕의 대신들은 모두 그를 시기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심히 사랑하고 우대하십니까? 그리고 벼슬이나 상은 저희들보다 더 많군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합하려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기능을 겨루어 보자."

그 뒤에 그 나라에는 사나운 사자가 있어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다.

그 때에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멀리서 온 사람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다.

그 때 그는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 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에게로 향해 갔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고함을 치면서 뛰어나왔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무섭고 급한 나머지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다. 마침 그 칼은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었다.

그는 기뻐하며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은 더욱 사랑하고 우대하였다.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고 공경하며 모두 그를 찬탄하였다.

그 부인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에 비유한 것이요,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선지식에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여러 하늘에 비유한 것이요, 도적 떼를 죽인 것은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굳게 끊는 데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의 왕을 만나는 것은 성현을 만나는 데 비유한 것이다. 그 나라의 신하들이 시기한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 번뇌와 다섯 가지 탐욕을 끊는 것을 보고 그럴 수가 없다고 비방하는 데 비유한 것이다.

또 그가 '그들 대신으로는 아무도 나와 대적할 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거나 다투지 못하는 데 비유한 것이며, 사자를 죽이는 것은 악마를 부수어 번뇌를 끊고 집착이 없게 된 데에 비유한 것이다.

66. 말로만 배를 잘 운전하는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보물을 캐러 바다로 갔다.

만일 바다에 들어가 물이 돌거나 굽이치거나 거센 곳에서는 어떻게 배를 잡고 어떻게 바로 하며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 있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는 방법을 나는 다 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깊이 믿었다.

바다 가운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장이 병으로 갑자기 죽었다. 그래서 장자의 아들이 그를 대신해서 일을 맡게 되었다.

물이 굽이쳐 돌며 급히 흐르는 곳에 배가 이르렀을 때 그는 외쳤다.

"배를 이렇게 잡고 이렇게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배는 빙빙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기도 전에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참선하는 법이나 숨길을 세는 법이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을 조금 익혀 비록 그 문자는 외우지만 이치나 갖가지 방법을 알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잘 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망령되이 선정의 법을 가르치니 앞의 사람을 미혹케 하고 어지럽혀 마음을 잃게 한다. 또한 법에 대한 해석이 뒤섞여 일생 동안 아무 소득도 없게 하니, 그것은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들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하는 것과 같다.

67. 떡 하나 때문에 도둑맞은 부부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기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았다. 그래서 서로 약속하였다.

"누구든지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 하나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왔다. 도적은 그들의 재물을 모두 훔쳤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한 것이 있어 눈으로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적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 앞에서 그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곧 '도적이야' 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적을 보고도 외치지 않습니까."

그 남편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야,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이름이나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잠자코 고요히 있지만 헛된 번뇌와 갖가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 선법을 잃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출세할 길만 구한다.

그래서 바로 다섯 가지 쾌락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환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어리석은 남편과 다름이 없다.

68. 남을 해치려다 손해 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을 미워하여 늘 시름에 잠겨 있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늘 근심에 잠겨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를 몹시 헐뜯는데 힘으로는 그에게 보복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보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말하였다.

"비타라 주문(呪文)이라면 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만일 그를 해치지 못하게 될 때 도리어 자기를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게 가르쳐 주기만 하시오. 비록 나 자신을 해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를 해치고야 말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을 해치기 위해 비타라 주문을 구하지만 끝내 해치지 못한다. 그것은 먼저 남을 미워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자기를 해쳐,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에 떨어지리니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69. 음식을 급히 먹는 남편

옛날 어떤 사람이 북인도에서 남인도로 가서 거기서 오래 사는 동안에 그곳의 여자를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

어느 때 그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차렸다. 남편은 급히 먹느라고 뜨거운 것도 생각지 않았다. 아내는 이상히 여겨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사람을 겁탈할 도적도 없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어 그처럼 바쁘게 드십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비밀한 좋은 일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간절히 물었다.

남편은 한참 만에야 대답하였다.

"우리 조부 때부터 항상 음식을 발리 먹는 법을 지켜 왔소. 나도 지금 그것을 본받기 위해 빨리 먹는 것이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바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여 선과 악을 알지 못하고 온갖 그릇된 일을 행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부 때부터 이런 법을 행했다'고 하면서 죽을 때까지 끝내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반응형

'백유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유경  (4) 2006.10.31
백유경  (7) 200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