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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

선문염송(禪門拈頌)序

by 돛을 달고 간 배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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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서
세존과 가섭迦葉 이후에 대대로 이어받아 등불과 등불이 다함이 없이 차례차례 비밀시 전함으로써 바른 전법傳法을 삼으니, 바르게 전하고 비밀히 준 자리는 말로써 표현치 못할 바는 아니나, 말로는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비록 가리켜 보이는 일이 있어도 문자를 세우지않고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할 뿐이었다.
그렇거늘 일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 행적을 억지로 기억하여 책에 실어서 지금까지 전하니, 그 거칠은 자취야 소중히 여길 바가 아니나 흐름을 더듬어 근원을 찾고 끝에 의거하여 근본을 아는 것도 무방하리니, 근원을 얻은이는 비록만 갈래의 다른 말이라도 맞지 않는 일이 없고, 이를 얻지 못한 이는 비록 말을 떠나서 간직한다 해도 미혹하지 않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므로 제방諸方(여러 곳)의 큰스님들이 문자를 무시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 징徵(~을 질문하는 것이니, 즉 이러한 것은 어찌 여기는가? 하는 따위의 논리.)하고
염拈(들추어 내는 것이니, 나의 말을 다시 들추어 내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형식)하고 대代(남의 대답을 대신하는 것이니,문답에서 대답이 막힐 경우에, '나 같으면 이렇게대답하리라'하는 따위의 형식)하고 별別(아무개는 이 일을 무엇이라 했지만 나는 이렇게 하리라, 하는 논리.)하고 송頌(게송, 시를 읊는 일)하고 가歌(~시詩가 운문으로 된 데 반하여 불규칙하게 긴 노래의 형식)해서 깊은 이치를 드러내어 후대 사람에게 전해주셨으니, 정안正眼(바른안목, 진리를 보는 힘, 또는 보는 눈)을 열고 현기玄機(현묘한 기틀, 정안을 얻을 수 있는 자격자)를 갖추어 삼계를 뒤덮고 사생四生(태,란,습,화의 네 종류의 중생)을 건져 주고자 하는 이라면 이를 버리고서 무슨 방법이 있으랴.
하물며 이 나라는 선왕 때에 삼한三韓을 통합한 이래 선도禪道로써 국가의 복을 늘리고 지혜로운 논리로써 이웃 군사를 물리쳤으니, 선종의 이치를 깨닫고 도를 토론할 자료가 이보다 더 긴요한 것이 없으므로 종문宗門의 학자들이 목마를 때 마실 것을 기다리듯, 시장할 때 먹을 것을 생각하듯 하였다.
내가 국가에 복을 더하고 불법에 도움이 되게 하고자 문인 진훈眞訓등을 데리고 옛 이야기 천백스물다섯(1125)대목과 여러 스님네의 염拈과 송頌등 요긴한 말씀을 수록하여 三十권으로 꾸며 전등록傳燈錄과 짝이 되게 하니, 바라는 바는 요풍堯風과 선풍禪風이 영원히 나부끼고. 순일舜日과 불일佛日이 항상 밝으며 바다는 편안하고 강은 맑으며 시대는 화평하고 철세는 풍년들어 만물이 각각  제 자리에 안정되고 집집이. 모두 무위無爲의 법을 즐기게 하려 함이니, 구구한 마음 이에 간절할 뿐이다.
다만 한스러운 일은 여러 대가들의 어록語錄(대가들의 말을 수록한 기록집)을 다 보지 못했으므로 빠진 바가 있을까 염려함이니, 다하지 못한 부분은 후일의 현명하신 분에게 기대를 건다.
정우貞祐(고려 고종,중국의 연호,1237) 십사十四년 병술의 겨울에 해동 조계산曹溪山 수선사修禪社에서 무의자無衣子(진각국자의 호 1178~1234, 법명은 혜심慧諶)는 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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